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 후퇴로 인해 가뜩이나 국민들의 심기가 불편해지고 혈압이 급상승한 와중에 정부 관계자가 모 라디오 프로에 출연, 국민들을 향한 막말 퍼포먼스를 선보여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7일 KBS 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의 김용하 위원장이 방송 진행자의 한 질문에 "나이가 들어서 65세가 돼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면 인생을 잘못 사신 겁니다"라고 답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MBN
이분 한 마디에 소득과 재산으로 따져 하위 70% 이하에 해당되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하루아침에 모두 루저가 된 셈이다. 아니 비단 어르신들 뿐이겠는가. 상위 30% 안에 들지 못하는 모든 국민들이 이 보도 내용을 보며 자신 또한 잠재적인 루저의 범주에 포함된 느낌에 아마도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우린 살아가며 간혹 돈이 아쉬울 때면 속된 말로 "돈이 없는 게 죄지" 라는 표현과 함께 스스로를 자책하곤 한다. 돈이 없어 다소간의 불편함을 느낄지언정 그렇다고 하여 삶 자체를 잘못 살았다거나 인생 실패자라는 극단적인 표현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분의 이론에 따르면 돈이 없고 가난할 경우 인생을 잘못 산 것이 돼버린다. 무려 70%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실패한 인생이 되는 셈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흔히 성공을 거두었다 라고 할 때 그의 반대급부로 일정 수준의 금전이 따라 붙는 게 현실이긴 하다. 그렇다고 하여 성공한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을 축적된 재산과 소득으로만 단순 판가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천박한 의식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셈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분이 일반인이 아닌, 복지정책의 한 축인 국민연금과 관련된 직책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평소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지급하는 일 따위를 마치 거지에게 동냥주듯 여겨왔을 것이라 생각하면 경악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분 또한 자본주의가 낳은 물신주의, 배금주의, 물질만능주의의 또 다른 희생양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찌되었든 국민을 우롱한 막말엔 그에 응당한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막말 하니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하나 있다. 최근 막말의 대부를 자처하며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바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다. 그의 막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인 받아왔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6월항쟁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는 말을 꺼냈다가 허위 사실임이 밝혀진 바 있고,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집회에 대해선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 했다"는 극히 위험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근엔 발언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자신의 지위가 권력의 정점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라도 한 걸까?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켜야 한다"거나 "법질서를 어기는 시위대는 사회의 분열 전복을 꾀하는 세력이고, 이를 제압하지 못하는 공권력은 국민을 배신하는 무능한 공권력이다" 그리고 "교학사가 공갈 협박에 시달리는 과정에서 테러 공포에 시달리는 교학사를 도와주자는 새누리당의 언급이 하나도 없다. 크게 잘못된 일이다" 등의 발언이 그것이다.
그는 새누리당의 차기 당 대표를 노리고 있는 인물이다. 아울러 27일 미국 LA에서 있었던 교민과의 간담회에선 차기 대권에 대한 도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기도 했다. 물론 다분히 의도적인 포석이 깔려있긴 하겠지만, 대권에 뜻이 있는 사람치고는 언행에 대한 조심성이 너무 부족해 보인다. 권력의 심장부에 점차 다가설수록 자신의 본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인물은 더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의 강한 보수 본색을 드러내는 막말은 지지층 결집이란 극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을지언정 중간 영역이나 반대 진영에 놓인 이들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하거나 노하게 만드는 행위에 불과해, 자칫 사회 통합을 심하게 저해할 만 한 자극적인 발언이 될 수 있고,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를 이끌어나갈 사람으로서는 적절한 언행이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김무성 의원이나 김용하 위원장 두 분이 지금 해야 할 역할은 망언으로 국민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반토막 난 대통령의 공약으로 인해 이반된 민심을 추스리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입을 열 때마다 튀어나오는 막말은 국민들의 상처난 부위에 소금을 뿌려대거나 아픈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과 같은 극심한 고통만을 더해줄 뿐이다. 막말을 제어할 만 한 인품이 못된다면 차라리 입을 닫고 있는 것도 하나의 처세술이 될 수 있다.
설화(舌禍)라는 말이 있다. 연설이나 강연 따위의 내용이 법률에 저촉되거나 타인을 노하게 하여 받는 재난을 일컬음이다. 뱉어낸 말들은 주워 담을 수가 없기에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망언들 중 작은 단어 하나가 뽀족한 비수로 변해 언제든 화를 불러올 수 있다. 그와 같은 예는 숱하게 봐왔다. 최근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그에 해당한다. 때문에 공직자건 정치인이건 간에 언제 어느 곳엘 가든 항상 말조심 입조심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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