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채동욱 사표수리 건의, 명분 위해 망신주며 내쫓는 그들

새 날 2013. 9.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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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진상규명을 위해 사퇴까지 보류해가며 억지 감찰을 벌이겠노라 으름장을 놓더니, 무의미한 감찰을 지속해 나가기엔 여론의 향배도 부담스럽고, 검찰 수장 자리를 공백으로 계속해서 놔둘 수 있는 여건도 아닌,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 때문인지 채 총장 사태의 출구를 스스로 만들어 제시했다.  이번 막장드라마의 주인공 역시 청와대였고, 조연은 법무부였다.

 

법무부, 채동욱 검찰총장 사표 수리 건의

 

그런데 그 출구의 모양새마저 다소 억지스러운 느낌이 든다.  하기사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니 마지막 단추의 어긋남은 너무도 당연한 일?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에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해 달라는 건의 형식으로 이뤄졌는데, 어차피 법무부는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기자회견이란 형식만을 빌린 것일 테고, 이는 청와대에 사표 수리의 명분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었음이 뻔한 일, 원래 사표 수리는 청와대의 고유권한 아니겠는가?  아무래도 사표를 그냥 수리하기엔 청와대 스스로가 봐도 명분도 없으며 쑥스러운 일이었는가 보다.

 

 

불타는 금요일, 그것도 오후 늦은 시각, 채 총장에 대한 사표 수리 건의는 갑작스런 긴급 기자회견 형식을 빌려 법무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이뤄졌다.  이 시각이면 정치권은 물론 언론사들 대부분이 일주일간의 업무를 마감할 시점이고, 다음날부터는 이틀간 휴식에 들어가게 될 터, 기자회견 후 잇따르게 될 무성한 뒷담화를 차단함과 동시에 여론을 잠재워,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금요일 늦은 오후의 발표는 여러모로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이후의 시나리오는 명분을 확보한 청와대의 사표 수리로 이어질 테고, 아마도 "채 총장이 개인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을 보인 정황 때문에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라는 사유를 내세우게 되지 않을까?  아울러 채 총장에 대한 진상규명은 채 총장의 의혹과 관련하여 의뢰된 각종 소송과 함께, 또는 별개로, 이후에도 계속될 것임을 밝힐 게 분명하다.  물론 의례적인 멘트에 불과할 뿐이겠지만..

 

사상 초유의 사퇴 반려 후 감찰이라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형태의 꼼수를 빼어든 청와대와 법무부, 결국 마무리 또한 매우 치졸한 방식을 선보이고 말았다.  물론 예견됐던 부분이긴 하다.  애초 눈엣가시였던 채 총장을 찍어내고 바로 사표를 수리하고 싶었겠지만 여론의 동향과 검찰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꺼내든 비장의 카드가 바로 사표 반려 아니었던가. 



개인의 도덕적 흠결 의혹에 따른 당사자 스스로의 사표였기에 청와대가 이를 수리해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었거늘, 며칠동안 눈치를 보며 동정만 살피더니 엉뚱하게도 '진상 규명이 우선'이란 궤변과 함께 사퇴 반려 카드를 선택했던 청와대다.  이렇게 되기까지의 배후 정황들을 굳이 고려하지 않더라도 청와대의 채 총장 사퇴 반려 행태는 상식을 크게 벗어난 모양새임엔 틀림 없잖겠는가.  상식을 벗어난 반려였기에 그 출구도 상식을 넘어서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채 종장 사퇴와 진영 장관 사퇴의 다른 듯 닮은 꼴

 

박근혜정권이 최근 들어 무언가에 쫓기는 눈치다.  만사라 불리는 인사가 도통 엉망이기 때문이다.  채 총장 뿐 아니라 진영 복지부장관 또한 '사퇴다' '사퇴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서로 팽팽히 맞서며 혼선이 거듭되고 있다.  채 총장과 진영 장관 두 사람의 인사, 출발선은 전혀 달랐지만 묘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채 총장의 경우 청와대가 불리한 여론과 검찰의 반발로 인해 눈치를 보다가 뒤늦게 사퇴를 반려한 경우이고, 진영 장관의 경우는 기초연금제도 최종안 발표가 있기 며칠전 복지공약 파기에 대한 책임을 걸머진 채 사퇴한다고 운을 뗀 후 역시 여론의 반응을 살핀 뒤, 이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총리의 입을 통해 진영 장관에 대한 사퇴는 없을 것이라는 사퇴 번복 발표가 있게 된다.  두 공직자의 사퇴에 앞서 여론 간보기가 시도된 셈이다.

 

 

하지만 진영 장관은 총리의 해명과는 상관없이 애초 알려졌던대로 복지공약 파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27일 스스로 사표를 제출했다.  물론 청와대는 이를 반려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진영 장관과 청와대와의 불화설마저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는 중요한 시기라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보다는 공약 파기에 따른 여론 악화 상태에서 자칫 책임을 장관에게 모두 떠넘기려 한다는, 무책임하다는 인식이 심어지게 될까봐, 아울러 공약 파기로 인한 악화된 여론을 더욱 심화시킬지도 모른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진영 장관이 실제로 사퇴하게 될지는 다음주나 되어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인사과정에서 불거진 수많은 잡음과 무리수는 현재 청와대가 처한 어수선한 분위기를 그대로 말해주는 듯하다. 

 

끝까지 망신 줘가며 사퇴시키는 그들

 

며칠전 법무부가 채 총장이 과거 검사로 재직했던 지역과 채 총장의 고향 그리고 선산에 들러 여론과 동향 파악을 했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다.  그렇다면 27일 기자회견시 발표된, 고작 이 정도의 정황들을 수집하기 위해 채 총장의 고향이며 선산까지 꼼꼼하게 훑었다는 말인가. 

 

 

법무부가 발표한 진상조사 결과 내용 중 과연 어떤 부분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정할만한 구체적인 진술이자 정황에 해당되는지 되묻고 싶다.  이 정도의 단순 정황만으로 속보 띄워가며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등 요란법썩 떨 정도의 가치가 과연 있다고 보는 것인가. 

 

결국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정황만으로 채 총장을 부도덕하며 파렴치한 인물로 흠집을 내고 낙인을 찍어 끝까지 모욕을 줘가며 물러나게 하겠다는 의도 아니면 그 무엇이겠는가.  이는 애초 채 총장의 사퇴가 반려되었을 당시 이미 예견했던 일이며, 작금의 결과는 안타깝게도 그 예측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맹이 하나 없는, 빈 껍데기에 불과한 정황들만을 의미없이 나열한 법무부의 채 총장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발표는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사표 수리를 위해 필요한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 돼버렸다.  

 

이번에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법무부에서 밝힌, 말 그대로 그냥 정황만으로도 검찰총장의 사퇴가 건의될 정도로 대한민국은 매우 깨끗하고 투명한 국가였던 것이다.  그렇다.  인정하고 싶다.  그렇다면 국정원의 선거개입 정황이 이보다 몇 배는 명확하게 밝혀진 상태이니 법무부가 이에 대한 해법도 함께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  

 

개인적 흠결이나 비리가 아닌, 국기 문란 사태라는 엄중한 범죄행위의 정황에 대해선 과연 누구의 사퇴를 건의해야 옳다고 봐야 하는 걸까?  이를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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