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첨단살인병기 "드론"을 대하는 미국의 두 얼굴

새 날 2013. 1. 1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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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그 어떤 레이더 망도 피해가는, 자그마한 몸집의 원격조정 스텔스 무인 비행체,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머리 위에 나타나 미사일 등의 공격을 퍼부어댄다면?  한층 업그레이드된 첨단 군수산업..  때문에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들이 실제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지난 6일 대 테러작전이 펼쳐지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살벌한 곳 중 하나인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접경지역, 미국은 이곳의 무장세력 은신처에 드론을 띄워 미사일 공격을 감행, 탈레반 조직원 9명을 살해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자국 내 영토에서의 드론 사용을 반대하고 있지만 미국의 압력에 굴복, 가끔 은밀한 승인에 의해 공격이 이뤄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왜 드론에 열광하는 걸까

 

미국은 대 테러작전을 명분으로, 파키스탄을 비롯한 예맨과 리비아 등에서 드론을 애용해 오고 있다.  이유는 제법 그럴싸하다.  미군의 인명 피해는 없으면서도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이 가능해, 요주의 인물에 대한 표적사살이 용이하다는 점을 우선 들 수 있겠고, 비용 측면에서는 군인들을 유지하는 데에 드는 액수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직접 이동하기 어려운 거친 지형이나 원거리도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강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현재 테러작전이 펼쳐지고 있는 몇몇 특정 지역 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의 하늘에 드론이 날아다니며 우리들을 호시탐탐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지난 2일 미국의 드론 두 대를 나포했다는 이란의 보도가 있었다.  아울러 지난 7일엔 필리핀 중부 해상에서 표류하고 있는 오렌지색 BQM-74e 드론을 어부들이 발견하고 수거, 자국 해군에 넘긴 일이 있었으며, 11일엔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마닐라 미 대사관 부근에서 개최되기도 하였다.



드론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 보자.  드론(Drone)이란 조종사 없이 무선 전파의 유도에 의해 비행 및 조종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군사용 무인 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를 일컫는다.

드론의 장점 중 하나인 정밀 타격을 내세우며 이를 옹호하는 의견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무인 항공기라는 한계 탓에 오폭하는 경우가 많아 엄청난 민간인의 희생이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껴가며 쉬쉬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테러리스트 1명당 민간인 희생자 수가 무려 수십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대 테러작전이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파키스탄마저도 드론의 사용을 극력 반대하며 나서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  아울러 민간인 사망자엔 다수의 어린이들이 포함되어 있어 윤리적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5년동안 드론의 무인 조종 임무를 수행해 왔다는 한 전역 군인의 경험담은 섬찟하기까지 하다.  그는 뉴멕시코주의 한 컨테이너에 마련된 조종실에서 아프카니스탄에 띄워 보낸 드론을 조종하는 임무를 맡아 수행해 왔는데, 마치 게임하듯 미사일을 발사하며 자신의 폭격장면을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 확인할 수 있었단다.  그러던 어느날 화면 속에 서 있던 한 꼬마아이가 자신의 폭격으로 인해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그, 이내 메스꺼움을 느껴야 했다.  이후 그들 스스로를 '체어포스' - 의자에 앉아 원격으로 게임하듯 비행체를 조종한다는 자조 섞인 표현 - 라 칭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왔단다.

 

드론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 시각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드론에 의한 공격을 불법적, 비윤리적이라 비난하며 이를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드론의 최대 수요처 미국에서만은 예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70%가 넘는 미국인들이 드론 공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단다.  미국인들은 이렇듯 다른 나라에서의 살상용 드론 공격은 대부분 찬성하면서도, 자국 본토 내에서의 단순 민간 정보 수집용 드론 운용에 대해선 심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의 살해는 괜찮지만 미국인 상대의 스파이 활동은 안 된다'며 최소 10개 이상의 주 의회가 드론의 국내 사용 금지 입법을 추진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인들의 드론에 대한 이중잣대는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국제 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무장 세력을 공격하는 데 뿐 아니라 잠재적인 안티 국가에 대한 첩보 수집 등의 목적을 위해서도 점점 더 드론에 의존해 가고 있는 추세인 듯하다.  부시 재임 시절부터 시작된 드론 공격, 오바마 집권 이후 300건 이상 감행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2천5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폭에 따른 민간인과 어린이의 희생 댓가에 대한 국제 사회의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듯 최근 미국은 드론 운용의 세부 규정에 대한 법제화를 추진해 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 이시각에도 세계 하늘 아래 곳곳에선 귀신처럼 소리 소문 없이 출몰한 드론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며, 미국인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선, 사람 죽이는 일 따위 여전히 게임하듯 아무런 감정 없이 행해지는, '체어포스'에 불과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설사 테러리스트 한 명 사살에 민간인과 어린이 수십명이 딸려 죽어나간다 해도, 자국의 영토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 이상, 자국민이 죽지 않는 이상, 자신들의 명분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수하는 게 실제 미국의 민낯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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