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역사교육 강조, 일본의 우경화 망동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은 저도에서의 휴가 복귀 후 첫 외부 인사와의 일정으로 인문학계 인사들과 오찬을 함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역사를 어릴 때부터 제대로 배워야 국민 통합을 이루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역사인식과 역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동아일보
아울러 최근 청소년들의 얕은 역사인식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치권, 정부, 청와대, 학계가 모두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언론 또한 한국전쟁이나 야스쿠니 신사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 청소년들의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이에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결국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 학생들이 한국사를 어쩔 수 없이 공부하게 되고 자연스레 이들의 역사인식 또한 높아질 것이란 판단에 따른 듯합니다.
한편 우리의 역사교육과 인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과는 별개로 이웃나라 일본의 우경화가 광폭 행보를 넘어 폭주하는 양상마저 보여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잇따른 망언으로 주변국을 불편하게 함은 물론이거니와 독도에 대한 도발은 기본이고 심지어 전범기인 욱일승천기의 공식화 움직임마저 엿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물품 문화재 등록, 백선엽 한미동맹상 제정
그런데 대통령의 역사교육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있을 만큼 역사인식이 강조되고 있고, 일본의 지나친 우경화로 인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를 했던 인물들의 물품이 문화재로 지정되는 것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바로 대한민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6월 21일 문화재청이 백선엽, 민철훈, 윤웅렬, 윤치호, 민복기 등의 의복과 유물 11건 76점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한 바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이를 통해 "육군 장군을 역임한 백선엽의 군복은 대한민국 장군복의 각 유형별 복식 형태와 현대 군사복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라는 부연설명까지 덧붙이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항일단체들에 따르면 위에 언급된 인물 모두는 지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됐거나,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명단이 오른 사람들입니다.
ⓒ중앙일보
한편 국방부는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동맹 발전에 헌신한 미국 인사들에게 매년 수여하는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제정하였으며, 제1회 수상자로 고 월튼 워커 대장을 선정하였노라고 지난 7월 28일 발표하였습니다. 6.25전쟁 당시 백선엽씨의 맹활약과 미군들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 참작되었으며,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이하여 이의 의미와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미래 동맹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 국방부가 밝힌 백선엽 한미동맹상의 제정 취지입니다.
백선엽씨의 행적
이 부분에서 우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백선엽씨의 이름을 딴 상이 제정되고 그가 입었던 의복이 대한민국 문화재로 등록될 만큼 과연 그가 대한민국에 헌신한 공이 지대했던 것일까요?
그래서 위키백과와 중앙일보 등의 기록을 빌려 백선엽씨 그의 과거 행적을 추적해 보았습니다, 그는 일제가 세운 괴뢰정부 만주국의 봉천군관학교를 1942년에 졸업한 뒤 해방 때까지 만주군의 간도특설대에서 장교로 활약하며 항일 독립투사들을 토벌하는 등 반민족 행위를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간도특설대는 거물 친일파인 간도성장 이범익이 항일 저항 세력 탄압을 목표로 일제에 건의해 창설되었으며 "조선인으로 조선인을 잡는다"는 논리를 토대로 하고 있어 "조선인 특설 부대"로도 불리웁니다.
ⓒ위키백과
백선엽씨는 1993년 일본에서 출간한 "간도특설대의 비밀"이란 책을 통해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았으며 자신의 잘못을 참회했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전력 때문에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704명에 그가 포함된 것이며,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도 수록된 것입니다.
이후 그는 한국 국방경비대에 들어가 1949년 제5사단장이 됐으며, 6.25전쟁 때는 제1사단장이 되어 북한군과 맞서 싸워 다부동 전투와 같은 전과를 일궈내기도 합니다. 1952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됐으며,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때 참관하기도 하였습니다. 1960년 퇴임 뒤엔 프랑스 주재 대사 등을 지냈습니다. 그는 같은 만주군 출신으로 1948년 남조선노동당에서 활동하다 적발돼 사형 선고를 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구명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문화재청이 친일 반민족 행위자인 이들의 물품을 문화재로 등록 강행한다면 이는 항일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모독이자 능욕 행위와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문화유산이라 함은 장래의 문화적 발전을 위하여 다음 세대 또는 젊은 세대에게 계승 상속할 만한 가치를 지닌 과학, 기술, 관습, 규범 따위의 민족 사회 또는 인류 사회의 문화적 소산. 정신적 물질적 각종 문화재나 문화 양식 따위를 의미하는데, 과연 친일파 세력들의 의류 따위들이 후손들에게 계승 상속할 만한 가치를 지닌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친일 행적을 했던 인물들의 물품이기에 부끄러워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후손들에게 계승 상속시키고자 문화재로 지정한다는 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지하에 계신 항일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이 땅을 치며 대성통곡할 일입니다. 올바른 역사 인식 제고를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이들 물품에 대한 문화재 등록을 취소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아울러 백선엽씨는 독립 투사들과 우리 민족을 상대로 하여 중차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입니다. 이런 인물이 한국군 첫 대장 자리에 올랐던 일이나 육참총장을 두 번씩이나 역임했다는 자체도 마땅히 청산돼야 할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이거늘 오히려 국방부가 이러한 친일파의 이름을 기려 상을 제정했다는 사실 또한 넌센스라 아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친일파 인물의 이름을 기려 상을 제정한다는 건 그의 군과 관련한 과거의 공과를 떠나 결국 우리 군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행위와 진배 없는 것입니다. 국방부는 백선엽씨의 이름을 딴 "백선엽 한미동맹상" 제정을 취소해야 할 것입니다.
이쯤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강조하고 나선 제대로된 역사인식이라는 게 결국 백선엽씨와 같은 친일파 인사들을 높이 받들어 추앙하고, 반면 항일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을 욕되게 하는 그런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으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역사관과 그녀가 강조하는 역사인식 자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에 기를 쓰고 넣으려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연유인 걸까요?
그런데 이러한 현상,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박정희와 유신 망령 그리고 공안통치의 망령까지, 일련의 건들이 결코 우연이 아닌 듯하여 왠지 섬뜩한 느낌으로 와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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