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폐지 줍는 노인들의 생계가 위태롭다

새 날 2013. 7. 2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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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늘에선 연일 굵은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비닐로 된 비옷으로 대충 무장한 채 폐지를 줍고 있는 노인들을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폐지 줍는 노인들은 긴 장마 때문에 한동안 일손을 놓은 채 먹구름 잔뜩 낀 먼 하늘만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서울신문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같이 거리 위의 폐지를 주우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이들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불벼락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고물상 퇴출 위기

 

전국엔 약 7만명 정도의 고물상이 있으며, 그중 서울 도심에선 현재 약 2000 여개의 업체가 영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물상 대부분은 부지가 20평 내지 50평 이하의 영세업자들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이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24일 전면 시행되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도심에서 고물상을 운영하기 위해선 부지가 적어도 300평 이상의 규모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현재까지는 정부의 뚜렷한 대책이 없어 이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내몰리게 되었으며, 영업을 계속하다가는 자칫 범법자가 될 수도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영세 고물상들의 거취도 문제입니다만, 그보다는 이들 고물상에 폐지를 주워 내다 팔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수 많은 노인들에게 닥칠 운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국적으로 7만명의 고물상을 포함, 폐지 줍는 노인과 수집상 등을 모두 합치면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폐지와 고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폐지 줍는 노인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힘겨운 노년, 폐지 줍는 노인들

 

실제 우리 주변에선 힘겹게 리어카를 끌며 위태위태하게 차도와 인도를 오르내리는 폐지 줍는 노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폐지 실린 카트나 리어카를 끌며 무단횡단을 일삼는 노인들을 바라볼 때마다 졸인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노인들은 근력이 퇴화하고 신체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데다 짐까지 들고 있어 교통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의 한 지역정책연구소가 관악구에 사는 폐지 수집 노인 127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70세 이상의 고령층에 해당되었습니다.  아울러 응답자의 32%는 폐지 수집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한달에 10만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일손을 놓지 못하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생계는 유지해야겠고 이를 대체할 만 한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고령자 고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고령자 고용률은 41%로서 OECD국가중에선 두번째로 높았고, 평균치인 18.5%를 두배 이상 크게 앞지르고 있었습니다.  정부의 노후 소득보장 시스템이 미흡하여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서 폐지를 주워 파는 노인인구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입니다.

 

무한경쟁이란 단어는 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거리로 내몰린 채 폐지 줍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던 노인들, 이제는 그마저도 녹록치 않게 된 것입니다.  젊은 층과 전문업자들에게 자리를 빼앗기며 생계 걱정을 해야 할 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었습니다.  최근 전문적으로 폐지를 취급하는 업자들과 젊은이들마저 마구잡이로 폐지 줍기에 동참하면서 생계형 노인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근래 거리 위 폐지 줍는 노인들이 더욱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는데, 눈에 띄게 줄어든 신문지로 인해 지하철 구내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대거 거리로 나선 것이 그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하철 내에서 폐지를 모으면 하루 2만원 정도는 거뜬히 벌 수 있었지만, 신문들이 종적을 감춘 뒤로는 온종일 일해도 하루 2천원 벌기도 어렵게 되었답니다.  거리 위에서의 경쟁 자체도 치열해졌지만, 고물상에서 폐지의 대가로 지급하는 단가 또한 치열한 경쟁 덕분에 갈수록 떨어지다 보니 폐지 줍는 노인들의 어깨가 날이 갈수록 처져가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주운 폐지를 단 돈 몇 천원과 맞바꾸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노인들에겐 갈수록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의 생계를 보장하라

 

이들 노인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가족 해체가 주된 원인일 수도 있겠으나 정부의 미흡한 복지정책과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 또한 한 몫 단단히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때문에 고물상은 이들 폐지 줍는 노인들이 스스로가 자신의 생계를 위해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곳이며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삶의 공간이라 여겨오던 터일 텐데, 하루 아침에 문을 닫거나 불법 영업이라며 범법자로서의 낙인을 찍게 된다면 이들이 당장 직면하게 될 생계의 위기는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요.

 

 

이들의 딱한 소식을 듣고 민주당의 신기남 의원이 폐기물관리법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였으나 이는 처리되지 못한 채 현재 국회에 묶여있는 상태입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6월 임시국회가 국정원 국조와 NLL 논란 등 여야의 첨예한 정쟁으로 인해 파행으로 치달으며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쟁 때문에 민생이 뒷전으로 밀려난 셈입니다.

 

고물상들의 퇴출 위기보다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생계가 더욱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고물상들은 자신들이 영세업자라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만 이들보다는 그 누구보다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놓여 있으며, 교통사고의 위험에 온전히 노출된 채 힘든 노구를 이끌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거리 위 폐지 줍는 노인들의 당장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일이 더욱 시급합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도록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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