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613 지방선거가 청년층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진짜 이유

새 날 2018. 6. 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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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유권자들로부터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 하는 현상에 대해 각 언론사마다 걱정을 한 바가지씩 쏟아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2,30대 청년층의 관심 부족을 가장 핵심으로 꼬집고 나섰다. 특히 20대의 투표 열기가 식어버렸다며 장탄식을 늘어놓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발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자 의식조사'를 살펴보면, 적극 투표 의향층이 전체 70.9%인데 반해 20대는 5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지방선거 후보자들도 청년층을 위한 공약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나름의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우선 북미정상회담이라는 굵직한 이슈로 인해 웬만한 것들이 모두 잠재워진 탓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청년층일수록 투표지와 실제 생활권이 전혀 달라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통령 선거처럼 지역을 떠나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 및 가치관을 표현하기 위해 단 한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는 방식이 아닌, 기초자치단체장부터 광역단체장, 교육감, 심지어 궐석이 된 국회의원까지 한꺼번에 많은 지역 일꾼을 뽑아야 하는 등 인물 분산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효과 또한 되레 유권자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투표율로도 드러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77.2%에 달했으나 2014년 지방선거의 그것은 56.8%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유권자들로 하여금, 특히 청년 계층으로 하여금 투표로부터 자꾸만 멀어지게 만드는 요소는 정작 따로 있는 듯싶다. 선거일이 가까워지자 각 단위의 후보로부터 문자가 쇄도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일개인의 전화번호까지 어떻게 그들에게 알려진 것인지는 몰라도 아침 이른 시각부터 저녁 늦게까지 전혀 바라던 바 아닌 선거 홍보 문자를 받다 보면 짜증이 유발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큰 도로로 나서면 각 정당의 띠를 두른 선거 운동원들이 명함 형태의 홍보 전단을 경쟁적으로 뿌린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거나 그냥 길바닥 혹은 전철 계단과 역 구내에 버려지기 일쑤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에 소요되는 비용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쓰레기로 버려지는 현상이 가장 안타깝다. 


ⓒ연합뉴스


유세차량이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고성능 스피커로 선거홍보노래를 틀어놓은 채 특정 후보의 목소리를 높이는 선거 운동은 가장 고전적인 방식이지만 여전히 횡행한다. 신기하게도 과거 20세기 말 불의한 권력에 의연히 맞서던 대학가 시위 현장에서나 들었을 법한 예의 그 과격한 톤이다. 한결 같다. 이는 당연히 민폐 갑이다. 교통 상황을 흐트러놓는 데다가 소음 공해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사거리 등 지역 요충지에는 어김없이 유세차량이 세워진 채 음악에 맞춘 선거운동원들의 율동이 펼쳐진다. 물론 이러한 모습에 특별한 감흥을 느끼는 유권자를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대로 언젠가부터 이러한 모습이 식상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도 이럴진대 청년층의 시각에서는 오죽할까 싶다. 정보화를 넘어 어느덧 뉴미디어시대로 급변하고 있는 시점이건만, 우리의 선거운동 방식만큼은 20세기적 상황에서 단 한 발자욱도 진척이 없는 모습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선거운동과 관련한 다양한 민원들이 줄을 잇고 있단다. 선거철이라는 현실은 이해하지만 이 정도 소음은 민폐 수준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확성기를 가장 안 틀고 조용히 선거운동을 치른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하거나 소음이 너무 심한 까닭에 짜증이 나서 그런 후보는 절대로 찍어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관련 통계 결과로도 확인 가능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접수된 선거 소음 신고는 하루 평균 535건으로 2년 전 치른 2014년 6월 지방선거애 비해 무려 253%나 증가했다. 물론 20대 총선 당시의 선거운동이 이전에 비해 유난히 시끄러웠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빚어진 건 결코 아니다. 과거에는 유권자들이 적어도 선거철 소음만큼은 관대했으나 이제는 이조차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더 나아가 예전처럼 그냥 참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그러니까 청년층더러 선거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푸념을 늘어놓기보다 여전히 20세기 방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 한 채 오히려 각종 민폐 갑으로 전락한 작금의 선거운동 방식부터 설득력 있도록 변화를 꾀해야 하는 게 우선 순위 아닐까 싶다. 각 정당과 선거 관리를 총괄하는 정부 부처는 구습과 구태로부터 벗어나 뉴미디어시대에 걸맞는 보다 창의적인 선거운동 방식을 고안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선거가 그대들에게 남기는 가장 중요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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