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조현민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인가 아닌가

새 날 2018. 5. 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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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전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가 지난 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하였습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라 그런지 그녀를 향해 유난히 많은 취재진이 달라붙었습니다. 조현민 전 전무는 취재진의 잇따르는 질문에 대해 답변에 나서기보다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고개를 떨구는 행위에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죄송'이라는 표현만 6차례 거듭하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심지어 울먹이기까지 했다더군요. 


비록 보여주기식 쇼가 됐든 아니면 순간만 모면하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행위이든 어쨌거나 이 때까지만 해도 조현민 전 전무가 자신의 갑질 행위에 대해 아주 미력하나마 뉘우치는 기색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누구에게 죄송하다는 것인지 그 주체를 밝히지 않아 비록 모호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죄송하다고 사과했으니 일단 이후의 태도를 지켜 봐야 하는 것이 수순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잠깐 들게 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데일리


그러나 취재진 앞에서는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였던 그녀가 정작 경찰 조사에서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되레 폭행 등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애초 피해자들은 조 전 전무가 자신들을 향해 종이컵에 든 음료를 뿌렸다고 진술했으나 그녀는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출입구 방향을 향해 손등으로 밀쳤는데, 그 바람에 음료수가 튀어 피해자들이 맞게 된 것이라고 해명하였습니다. 


유리컵을 던진 혐의에 대해서도 조 전 전무는 사람이 없는 45도 우측 뒤 벽 쪽 방향으로 던졌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이런 식의 답변으로 일관했던 것일까요? 짐작 가는 대목이 있습니다. 음료를 사람 얼굴에 끼얹을 경우 폭행죄가, 사람을 향해 유리컵을 던질 경우 특수폭행죄가 성립되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조 전 전무는 범죄 성립 요건으로부터 최대한 회피할 요량으로 답변한 것입니다. 



15시간 동안이나 이어진 조사에서 적극적으로 자기 방어에 나서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셈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사를 마친 뒤에는 출석 때 울먹이기까지 하던 모습과는 달리 웃음을 지어보이는 등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녀의 진술이 사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결국 이는 경찰이 명확히 밝혀야 할 사안입니다. 


하지만 그와 상관 없이 그녀의 태도 자체는 문제투성이임이 분명합니다. 폭행 등 범죄 행위의 성립은 부차적인 사안이고, 그녀의 몸에 밴 갑질 행태가 사실상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행여나 잊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경찰에 출석할 당시 죄송하다며 6번씩이나 읊조렸던 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과였을까요? 그녀의 진술 대로라면 피해자들이나 대한항공 직원들을 향한 사과는 결코 아닐 것이라 짐작됩니다. 사과가 사과로 받아들여지려면 진정성이 뒤따라야 합니다만, 사과에 대한 주체도 모호한 데다가 진정성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아울러 울먹인 건 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일까요? 이렇듯 경찰서로 불려나오게 된 현실이 억울하다는 의미 아니었을까요?


브이 포 벤데타


그녀의 눈물을 이른바 '악어의 눈물'이라 평가 절하하는 주장이 많은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녀의 과거 행적과 작금의 태도로 놓고 보건대 그와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녀의 태도와 행위로부터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으며, 이를 진정으로 뉘우치고 있다는 어떠한 흔적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외려 작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기 만합니다. 


여론은 그녀뿐 아니라 대한항공 일가 전체를 향해 매우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대한항공 직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4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경영진의 퇴진 및 갑질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하기로 하였습니다. 저항을 상징하는 '벤데타' 가면 등을 쓰고 말입니다. 일부 언론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을의 반란'이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방식의 표현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란'이라기보다는 각기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행위일 테니까요. 



비단 재벌뿐 아니라 온갖 종류의 갑질 행태는, 이른바 '내리 갑질'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게 현실입니다. 대한항공의 소비자인 대중들은 그래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결코 남 일처럼 와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현민 전 전무가 흘렸던 눈물, 과연 진정성이 담겨 있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많은 대중들의 평가처럼 단순히 악어의 눈물에 불과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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