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어처구니없다는 나경원 의원이 어처구니없는 이유

새 날 2018. 4. 2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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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판문점 선언과 관련하여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처구니가 없다”며 혹평하고 나섰다가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자 해당 게시물을 수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반도는 나경원 의원이 소속돼 있던 지난 정권(새누리당) 9년 동안 남북한 간 극한 대치를 이어오며 평화와는 아주 먼 상태에 놓여 있었다. 


물론 북한이 체제 보장의 수단으로 연이은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도발이라는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가장 크겠으나, 한반도 평화보다는 남북한 간 긴장 고조와 대치 국면의 지속 및 이의 유지를 통해 모종의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던 당시 권력의 속성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일 테다. 이는 이른바 '빨갱이' 내지 '종북' 타령으로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오던 일부 세력의 악습과 비슷한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민일보


더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른바 '통일대박'이라는 표현이 어느 순간 대한민국 국가 지도자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는데, 이는 후에 최순실의 아이디어 아니었느냐는 의혹으로 불거진 사안이었다. 혹자는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의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책에서 나온 말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말의 성찬으로 귀결되고 만 사안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일대박과는 정반대의 수순인 개성공단 폐쇄라는, 나경원 의원의 표현처럼 어처구니없는 극단의 결정이 이를 입증한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지역, 연령, 정파, 이념 등을 떠나 모든 계층으로부터 한결 같이 이를 환영하고 한반도 평화 안착을 성원하는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다. 사실 정상적이며 상식적인 사고 회로를 지닌 사람이라면 평화를 반대하거나 이를 방해할 리가 만무하다. 그러나 오로지 한 곳의 세력, 즉 새누리당의 뿌리인 자유한국당만 이에 대해 어깃장을 놓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공동선언에 대해 “말의 성찬”이라고 하거나 “외눈박이 외교” 혹은 "위장평화 회담"이라고 깎아내리며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나섰다. 나경원 의원이 어처구니가 없다며 표현하고 나선 것처럼 당 대표 또한 그보다 더 심한 비유를 통해 남북 간 이뤄지고 있는 평화 체제 행보를 폄훼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들 집단의 어깃장 행보 배경은 일본의 그것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 일본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나, 남북 정상회담이 못내 불편한 기색임이 틀림없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파격적인 한반도 상황에서 북핵 논의가 일본만 쏙 빼놓고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재팬 패싱에 대한 걱정이다. 


JTBC 영상 캡쳐


이런 상황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일본 방송사인 'TV아사히'와 인터뷰에 나섰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다. 그는 예상대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명색이 제1야당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의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에 비해 그 존재감이 거의 없는 까닭에 자유한국당 패싱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사회를 통해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일본에 달라 붙어 그들이 들으면 달콤할 만한 언사만 늘어놓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 2004년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행사 참석 논란을 야기했던 나경원 의원의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향한 혹평 내지 힐난과 같이 패키지화되면서 이들이 진정 대한민국 사람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네티즌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는 것처럼 이들이 친일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어처구니없게도 되레 자신들의 민낯만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양상이다.



이 땅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 가짜 평화 세력은 누구인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이전 정권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집단이 반성을 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매사 어깃장만 놓고 있다가 급기야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안착을 위한 노력마저도 어처구니가 없다며 딴지를 걸고 나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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