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유튜브의 급성장, 위협일까 기회일까

새 날 2018. 4. 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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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년생인 주영(가명)은 요즘 유튜브에 푹 빠져 산다. 각종 애니메이션 시청은 기본이고,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영역인 게임 관련 영상을 찾은 뒤 이를 일일이 챙겨 볼 정도다. 딱딱한 활자투성이인 책을 가까이하기보다는 틈만 나면 유튜브에 접속하여 시간 가는 줄 몰라해 하는 주영의 행동이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탐탁하게 다가올 리 만무했다. 어릴 적부터 영상을 접해오고 이에 익숙해진 덕분인지 요즘 아이들은 주영이의 사례처럼 무엇이든 영상으로 해결하는 게 더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양이다. 


물론 이는 1020세대들에게만 국한된 특징은 아니다. 주로 승용차를 이용, 외부 출장이 잦은 친구 하나는 데이터의 대부분을 유튜브를 통한 음악 감상에 할애한다고 하니 말이다. 언젠가부터 유튜브를 통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공,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유튜버라는 신종 직업이 아이들에게 선망의 직업인으로 떠오르고 있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BJ가 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스스럼없이 서는 현상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바야흐로 영상 콘텐츠가 대세인 세상이다. 물론 이의 중심엔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자리한다. 


ⓒ머니투데이


실제로 모바일 앱 분석 및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의 유튜브, 카카오톡, 네이버, 그리고 페이스북 등 한국인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모바일 앱 4종의 2년간 소비 시간 동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유튜브의 사용 시간이 여타의 것들을 크게 압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유튜브의 사용 시간은 257억 분, 카카오톡 179억 분, 네이버는 126억 분, 그리고 페이스북은 42억 분을 기록했다.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2년 전인 2016년 3월만 해도 유튜브 사용시간은 79억 분으로, 189억 분인 카카오톡, 109억 분인 네이버에 이어 3위에 그쳤다는 대목이다. 2년 동안의 변화라고 하기엔 가히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튜브는 동영상에 친숙한 1020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 동영상 시장은 물론 음악 스트리밍, 하우투 등과 같은 일반 키워드 검색 시장까지 깊숙이 파고들며 우리나라의 인터넷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단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하우투'로 검색을 시도해 봤더니 무려 13,900,000개의 콘텐츠가 화면에 가득 펼쳐졌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유튜브를 통해 무엇이든 해결한다더니, 실제로 온갖 종류의 팁을 포함한 생활 유용 정보뿐 아니라 기타 잡다한 수준의 깨알 정보까지 이제는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유튜브 검색 시장의 판은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포털 사이트를 활용한 지식 검색 대신 유튜브에서 이를 찾을 정도라고 한다. 대세는 대세인 모양이다. 



이런 가운데 사람이 몰리는 곳에 돈이 몰리는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 아닐까? 광고주들이 앞다퉈 유튜브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때문인지 업계에서는 유튜브가 우리나라의 인터넷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데다가 산업 지형까지 바꿔놓고 있다며 울상이다. 유튜브는 이들에게 어느새 '갓튜브'로 통하며 경계 대상 1호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가 정말 사실인 걸까? 유튜브는 정말로 우리나라 인터넷 생태계를 모두 잠식할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가 맞는 걸까?


물론 정보통신기술의 끝없는 진보와 인프라의 확충으로 영상 콘텐츠의 영향력이 예전에 비해 월등히 커진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24시간 공평하게 주어지는 상황에서 사용 시간을 유튜브가 상당 부분 가져간다는 건 그만큼 다른 서비스에 할애되는 시간을 빼앗는다는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아울러 구글이라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와 최고의 정보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이기에 추후 성장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한편 텍스트는 능동적으로 이를 찾아 읽게 하고,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시키거나 사고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을 하는 반면, 영상 콘텐츠는 오롯이 감각에 의지해 만족감을 얻게 하는 콘텐츠에 가깝다. 이용자는 영상이 전달하는 감각적인 메시지를 수용하고 이를 수긍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텍스트의 경우 사용자가 능동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으나, 영상의 경우 그와는 반대로 이용자가 능동적이지 않아도 감각을 통해 만족을 얻을 수 있게 한다. 텍스트가 생각하게 만들며 상상력을 더욱 가다듬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되레 영상 콘텐츠의 특징인 감각으로부터 전해지는 직관적인 만족감의 부족 현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영상은 수많은 종류의 콘텐츠 가운데 한 영역을 차지한다. 다만 그 특성상 여타의 콘텐츠들에 비해 이용 및 머무르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길다. 때문에 유튜브의 사용 시간이 2년 사이 3배 이상 폭증했다고 하여 다른 서비스를 고스란히 대체했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하여 앞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4개 앱의 2016년 3월 동안 사용 시간과 올해 같은 시기의 사용 시간을 분석한 자료를 다시 한 번 거들떠 보자. 유튜브가 눈에 띌 정도로 사용시간이 늘어난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유튜브의 늘어난 이용 시간만큼 네이버와 카카오톡 이용자의 사용 시간을 고스란히 빼앗아 온 결과가 맞을까? 유튜브는 148억 분이 늘어나는 동안 카카오톡은 10억 분 줄어들었으며, 네이버는 오히려 17억 분 증가했다. 이 기록만을 놓고 본다면 네이버와 카카오톡이 정체기를 맞이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나 유튜브와의 연관성은 딱히 없어 보인다. 이들과는 별개로 유튜브 홀로 성장을 지속해 왔다는 의미다. 



유튜브가 기존 포털 사이트의 검색 서비스 일부를 빼앗아 올 가능성은 비교적 높다. 아울러 하우투 류의 검색 서비스가 지금보다 더욱 발전할 여지도 다분하다. 하지만 이른바 하우투로 대변되는 유튜브의 검색 시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영상 콘텐츠에 적합한 검색 서비스 위주로 시장을 키워 나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텍스트 기반의 기존 검색 서비스와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용자들을 한 곳에 오랜 시간 머물도록 생태계가 잘 조성된 유튜브는 현재 전 세계 영상 서비스의 선두 주자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실 때문에 유튜브가 마치 블랙홀마냥 모든 서비스를 흡수하여 인터넷 생태계를 위협하고 심지어 산업 지형마저 재편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 오히려 영상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 판을 키워온 덕분에 여타 기업에도 사업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유튜브를 '갓튜브'라 호칭하며 우려하기보다는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 위기이자 기회인 현재의 상황을 적극 활용해야 함이 옳지 않을까?


이는 마치 4차산업혁명, 즉 AI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결과와 비견되는 대목이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OECD 국가들에서 '자동화 수준이 높은' 일자리 비율, 즉 로봇에 의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은 약 14%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절반 가량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는 그동안의 전망에 비해 실제로는 훨씬 적은 비율이다. 이와 관련하여 OECD 보고서는 '부분의 직업이 복잡한 사회적 관계 속의 효과적 협상 능력, 창의성, 복잡한 추론, 그리고 구조화되지 않은 작업 환경에서의 물리적 작업 수행 능력 등 기계가 감당하기 훨씬 어려운 기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동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AI가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실제로는 부풀려진 것일 수도 있다는 이러한 연구 결과는, 유튜브가 모든 인터넷 생태계를 장악하고 관련 산업마저 뒤흔들 것이라는 이른바 '갓튜브'론과 상당히 유사한 성격이 아닐까 싶다. 


유튜브의 급성장, 과연 위협일까 기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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