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자율주행 차량 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날 2018. 3. 21. 18:06
반응형

미국에서 주행 중이던 자율주행 차량이 보행자 사고를 일으키면서 시범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는 소식이다. 지난 19일 외신은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의 자율주행 차량이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시에서 보행자를 치여 숨지게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동안 자율주행 차량이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보행자가 숨진 건 이번이 첫 사례다. 그 때문인지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한 안전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모양새다. 


사고 직후 우버는 템피,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와 캐나다 토론토에서 진행 중이던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을 전면 중단했으며, 일본의 토요타 역시 캘리포니아와 미시간 주에서 실시해온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을 전격 중단했다. 이번 사고로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기술 규제 강화 쪽으로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미 의회는 그동안 규제 완화 흐름 일변도이던 자율주행 기술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기류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안까지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해당 기술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려 시도 중인 것으로 읽힌다. 미국의 일부 언론은 이번에 사고를 낸 우버 차량의 보조 운전자로 탑승해 있던 여성이 전과자임을 내세우면서 부정적인 여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자율주행은 결코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업계는 2020년이면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운전이라는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주고, 도로 교통 상황의 혼잡을 완화시켜 주며, 교통사고 위험을 크게 줄여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낳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하다고 해도 허점 없는 기술이란 있을 수 없는 법이다. 


이번 사고에서도 보듯 업계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돌발 상황 하에서 자율주행 기술은 온전히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기술적 완성도가 이미 99%를 넘어섰다는 자율주행 기술이 작금의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보행자를 숨지게 한 건 기술 개발에 필연적으로 뒤따라야 할 윤리적인 문제의 해결은 물론, 당장의 안전 이슈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시급히 보완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번 사고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이의 발전에 장애물로 다가오게 해서는 안 될 노릇이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일방적인 모의실험을 한 사실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거나 당시 사고 차량에 탑승해 있던 보조운전자는 전방주시를 하지 않고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울분을 토하는 등 안타깝게도 미완의 기술 탓에 한 사람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사실을 두고 현재 자율주행 기술 자체에 의문을 품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UBER


불의의 사고로 한 생명을 사라지게 한 사실은 분명 씁쓸한 대목이다. 생명과 안전보다 더 귀한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와 비슷한 상황에서 만약 사람이 직접 운전하였다고 가정해 보자. 혹여 그렇다고 한들 어둠 속에서 보행자가 갑자기 차도로 뛰쳐 나오는 상황이라면 충돌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무작정 자율주행 기술을 두둔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인간을 이롭게 하는 기술이란 이렇듯 사람이 대처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파고들어 제대로 구현될 때에만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은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카메라와 주변의 지형지물을 식별케 하는 레이더, 그리고 사람의 중추신경을 통해 판단해야 할 영역을 대신하는 소프트웨어 등에 집약돼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전 세계 유수의 자동차 및 IT 기업들은 수천 수만 가지 이상의 예측 가능한 운행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물론 이번 사고처럼 예측 범주를 벗어난 돌발 상황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비하는 능력을 키우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일 테다. 


이동에 따르는 시간을 대폭 단축시킴은 물론, 편리함을 선사해주고 있는 생활필수품 자동차, 이는 일찍이 우리 인류가 낳은 과학기술의 산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자동차라는 도구를 없앨 수 없듯이 시범 운행 도중 한 생명이 희생되었다고 하여 자율주행 기술 자체를 사라지게 하거나 폄훼해서는 안 될 노릇이다. 물론 기술에 응당 부가되어야 할 윤리적인 문제를 도외시해서도 안 될 노릇이지만 말이다.



이번 사고는 외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자율주행차 시대에 걸맞는 사회 경제 시스템의 정비가 보다 시급해졌음을 알리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그에 따르는 책임 소재 및 자율주행과 관련한 법규 제도의 정비 등에 대한 과제 따위를 우리에게 남긴 셈이니 말이다. 


가까운 미래의 자율주행 기술은 지금보다 안전성을 한층 높이게 될 것이며, 더욱 완벽한 기술로 화답,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자율주행 기술의 후퇴나 지체가 아닌, 보다 향상되고 완전한 기술 형태로 나아가게 하는 결정적인 징검다리 역할이 되게 해줄 것이다. 그동안 인류가 발전시켜온 과학기술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기술이 됐든, 혹은 다른 것이 됐든, 진보 과정이 항상 평탄할 수만은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국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