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퇴근하고 싶다' 직장인들 바람, 이뤄질까

새 날 2017. 12. 1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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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은 최근 둔감해지는 과로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과로 인증샷 캠페인'을 벌여 관련 사진과 사연들을 모았다고 하는데요. 캠페인을 토대로 아직도 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하루를 포토 다큐식으로 재구성, 13일자로 보도한 것입니다. 이에는 여전히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소시민들의 모습과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네의 일상 그대로를 묘사한 까닭에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작업을 하느라 컴퓨터는 여전히 혼자서 돌고 있고 책상 위에는 각종 서류들이 널부러져 있는 상황, 피곤에 절은 듯 사무실 책상 귀퉁이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한 직장인, 이는 어쩌면 어젯밤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닐는지요?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안 보입니다. 몸 어딘가가 삐걱거리거나 허한 느낌이 드는 건 분명한데,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는 또 어렵고 이를 대체 어찌하리오. 보통은 애써 잊고 지냅니다만, 간혹 이러한 현상을 해소하고 원기를 불어넣어 야근에 최적화된 몸을 만들기 위해 영양제 등 건강보조제를 복용하거나 당장의 피로를 물리치기 위해 우리는 또 다시 카페인이 가득 든 커피에 의존하곤 합니다.  



어르신으로 짐작되는 점원이 오늘도 최저임금을 벌기 위해 열심히 근무 중이십니다. 며칠 전 20원짜리 비닐봉투를 무단으로 사용하였다고 하여 경찰에 신고한 어떤 편의점에서는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나마 최저임금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천만다행인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정년퇴직 등 은퇴를 해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100세 시대가 목전으로 다가온 현실에서 노후의 더 길어진 삶이 여유로 다가오기 보다는 족쇄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아진 까닭입니다. 우리나라의 노년층 빈곤율은 OECD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은퇴 후에도 편히 쉴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는 노년층 근로자의 취업률을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노년층 근로자의 취업률은 2005년 46.7%에서 올해 52.4%로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노년층 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 53.8%에 달했으며, 임금 수준이 중위 임금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도 42.2%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울러 노년층 근로자의 28.9%는 법정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나 매우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의 가까운 미래 모습을 보여주는 가늠자 역할을 톡톡히 하기에 암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에 몰두하다 보면 자정이 훌쩍 넘어가곤 합니다. 급한 일 처리에 매달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요. 자정 넘은 시각에 퇴근하면서 혹시 대중교통이 끊긴 건 아닐까 싶어 노심초사해 하며 차를 기다리던 경험,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법한 사연인데요. 



퇴근하고 싶은 열망을 오롯이 업무일지에 담아 스티커로 이쁘게 표현한 모습이 앙증맞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집에 가고 싶었으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싶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입니다. 1763시간인 OECD 평균보다 무려 306시간이나 긴 우리의 노동시간입니다. 


모두가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이렇듯 여전히 녹록치 않습니다. 더구나 노동시간은 OECD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으면서도 정작 노동생산성은 최하위권에 머무른다는 사실은 어딘가 엇박자의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만큼 개선의 여지가 많음을 의미할 텐데요. 한국생산성본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국내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OECD 35개국 중 28위를 기록했습니다. 월화수목금금금 일에 몰두하며 저녁과 주말마저 반납한 채 열심히 근무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관행이 비효율적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간혹 이러한 과로조차도 사치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이 9.2%로 1년 전보다 1%포인트 높아졌으며, 동월 기준으로는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도 취업을 위해 자신의 모든 열정을 불사르고 있을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과로라도 한 번쯤 해보는 게 소원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쩌면 직업을 구하지 못한 사람이나 이미 직장을 구해 다니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래서 그런 걸까요?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현실의 삶을 단기간 내에 개선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지 로또 등의 행운에 매달리거나 일종의 투기를 통해 반전을 꾀하는 사례가 느는 이유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재계 10위 신세계그룹이 임금 삭감 없이 ‘주 35시간 노동’을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법정근로시간이 40시간이니 이보다 5시간이나 적은 획기적인 방안인데요. 국회예산정책처가 실증분석한 결과 주당 근로시간이 1% 감소하면 임금근로자는 장기적으로 0.67%,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0.7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 역시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는 노동생산성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생산량의 절대수준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근거들을 토대로 최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되레 노동생산성도 높이는 정책적 대안들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이 가장 먼저 임금 삭감 없는 주 35시간 노동 시행을 예고하고 나선 것입니다. 신세계그룹의 이번 결정이 노동시간의 단축, 일자리 확충, 그리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마중물이 되게 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다가오는 2018년에는 모두가 과로에서 해방되고 저녁이 있는 삶을 꿈꿔봅니다.



* 이미지 출처 :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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