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정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영화 '지오스톰'

새 날 2017. 10. 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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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전 지구적으로 불어닥친 기상 이변 현상은 인류의 생존을 속속 위협해오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 등 G2를 위시한 주요 국가들은 이의 해결을 위해 모처럼 하나가 되어 묘안을 짜내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여 탄생하게 된 기후 조종 시스템이 다름 아닌 '더치 보이'였다. 이는 대기권 밖을 위성으로 촘촘히 연결하여 실시간으로 지구의 기후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조종 가능케 하는 일종의 인공위성망이다. 덕분에 인류는 인위적으로 조종이 이뤄지는, 비교적 안정된 기후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다. 아프가니스탄과 홍콩 등 세계 곳곳에서 급격한 기상 이변 현상이 일어나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기상 재해로 인한 참극이 벌어진다. 사건의 경위를 밝히고 보니 해당 국가를 커버하던 '더치 보이' 시스템의 위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미국 정부는 부랴부랴 '더치 보이'의 최초 개발자인 제이크 로손(제라드 버틀러)을 우주로 파견 보내는데...



지구 온난화로 불리는 작금의 기상 이변 현상이 두려운 건 적게는 과거 수억 년 동안, 많게는 수십억 년 동안 일정한 사이클을 그리며 반복돼온 기상 패턴으로부터 벗어나는 까닭에 예측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러한 과학적 사실에서 착안, 실제로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법한, 인류가 두려워하는 급격한 기후 변화 현상을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옮겨 놓아 경각심을 일깨운다. 



평소 같았으면 한낮에 영상 50도까지 치솟곤 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사막지대가 기온 급강하로 모든 게 얼어붙는 끔찍한 현상이 발생하고, 한겨울이면 살을 에일 듯한 삭풍이 불며, 세상 천지가 모두 얼어붙어야 할 러시아에는 적도를 뜨겁게 달구던, 남중고도가 가장 높을 때나 등장할 법한 강한 햇빛과 열기로 꽁꽁 얼어붙었던 주변의 모든 것들을 무장해제시키며 한꺼번에 사르르 녹여버린다.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는 수십 층의 높이에 해당하는,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 거대한 규모의 쓰나미가 덮쳐와 모두를 혼비백산케 한다. 



인류가 기후 변화를 통해 느끼는 두려움은 이렇듯 예측 불가능한 지점으로부터 기인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구의 기후를 망친 장본인도 인류이지만, 이를 조종 가능토록 첨단 과학 기술을 발달시켜온 것도 결국 인류라는 사실이다. 덕분에 이의 극복 또한 인류의 손에 달렸다. 극중 등장하는 '더치 보이'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지구 전체를 촘촘하게 감시하고 모니터링하는 인공위성 덕분에 특정 지역에서 기상 이변의 개연성이 있을 경우 이를 인위적으로 조종, 그로부터 발생할 법한 재해를 사전에 차단한다.



영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정치 집단이 지구의 이상 기후로부터 인류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인 '더치 보이'를 악용, 자신의 영달을 위해 전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음모를 그림과 동시에 이러한 음모를 파헤치고 위험 속에 내쳐진 지구와 인류 전체를 구하고자 하는 의로운 집단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감독은 기술인을 대표하는 '더치 보이'의 개발자 제이크 로손과, 청문회에 앉혀놓은 뒤 억지 논리로 제이크를 다그치고 결국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마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엉터리 정치인들을 극적으로 대비시킴으로써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 역시 무능한 지도자 한 사람이 국가 전체를 어떠한 방식으로 망치고 해악을 끼쳐왔는지 얼마 전부터 여실히 깨닫고 있다.



기술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하며 인류에 헌신하고 있는 반면, 정치인들은 오로지 선거 등 정치 일정과 이벤트에만 관심을 쏟은 채 정작 결정적인 사안에 대해선 이를 외면하거나 되레 악용하기 바쁘다. 기술인들의 노고와 열정으로 구축된 시스템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짜 정치인들에 의해 오직 그들만의 미래와 성공을 보장하기 위한 거듭된 조작과 거짓을 통해 인류 전체를 위험 속으로 몰아넣는다.



세계 곳곳에서 출몰하는 이상 기후의 끔찍한 순간순간을 CG 등 특수효과를 이용해 스크린 위에 옮겨놓은 점과, 스케일을 더욱 넓혀 대기권 밖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장쾌한 에피소드를 폭넓게 그려나가고 있는 점은 이 작품의 관람 포인트다.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그럭저럭이었던 것 같다.



감독  딘 데블린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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