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스타벅스가 승승장구하는 진짜 이유

새 날 2017. 9. 17.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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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경제를 둘러싼 제반 여건은 앞으로의 전망마저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이렇듯 모두가 어렵다며 아우성인 상황에서 유독 그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이 한 군데 있다. 더구나 해당 업계는 전형적인 레드 오션으로,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산업 가운데 하나다. 다름 아닌 외국계 기업 '스타벅스'다. 


커피 업계는 수년 전부터 이미 포화상태라는 진단을 받아왔다. 하지만 커피 전문점의 출점만큼은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이다. 어느 정도인지 수치로 확인해보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커피 전문점 브랜드 수는 2015년 285개에서 2016년 324개로 중가하였으며, 가맹점 수도 2015년 9914개에서 1만 1637개로 대폭 늘어났다.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의 숫자까지 이에 더해질 경우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치가 될 듯싶다. 실제로 변두리인 나의 거주지 주변 상권만 놓고 보더라도 전체 길이가 100미터도 채 되지 않는 6차선 도로 양쪽으로 커피 전문점 6-7곳이 입점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기존의 커피 전문점과 불과 1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새로운 커피 전문점이 들어설 만큼 그 경쟁은 살벌하기 짝이없다. 커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으나 이렇듯 지나치게 치열한 경쟁 구도는 조만간 업계 전반에 실풍경한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암시하는 요소다. 



이런 가운데 스타벅스는 지난 해 처음 매출 1조 원을 올렸으며, 올 상반기에만 60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했다고 한다. 그에 비례해 매장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해 이미 1000개를 돌파한 뒤 올 상반기에만 1050개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이토록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엔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제품의 품질을 꼽을 수 있다. 스타벅스 전 매장은 비슷한 업종의 여타 기업들과는 달리 직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맛과 서비스가 균일하다. 이는 무엇보다 큰 강점이다. 아울러 다양한 제품 개발을 통해 국내 커피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업계에서 스타벅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를 가늠케 한다. '콜 마이 네임' 등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계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서비스를 발빠르게 선보여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성공의 또 다른 요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스타벅스가 국내 시장에서 지금처럼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 스타벅스의 전 매장은 직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본사가 일괄 관리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무슨 특별한 장점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이 프랜차이즈 거리 제한 때문에 점포 출점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이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은 대단한 이점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프랜차이즈 기업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에 의해 동종 프랜차이즈 매장의 반경 500미터 이내에 신규 출점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와는 반대로 스타벅스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지 않아 출점 제약을 전혀 받지 않는다. 돈이 될 만한 핵심 상권에서는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같은 브랜드를 앞세운 매장이 또 다시 들어설 수 있는 이유이다. 



이는 사업상 굉장한 이득이다. 시쳇말로 개꿀이다.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이 몰리는 상권에서 많은 점포를 운영하게 되면 그만큼 더 높은 매출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벅스의 매장수는 강남과 중구 등 핵심 상권에서 여타의 동종 기업들의 그것을 압도한다. 이 같은 사실만으로도 스타벅스는 일종의 특혜를 받고 있는 셈이다.


프랜차이즈 거리 제한은 골목상권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될 몇 안 되는 정책 가운데 하나다. 이는 동반성장이나 상생이라는 화두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지만, 스타벅스의 사례처럼 법적으로 이를 교묘히 피하고, 우월적 여건을 활용하여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도록 방치하는 것은 애초 정책 시행의 취지와는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엿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를 무조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단정 짓고 해당 정책을 아예 없애버리자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는 건 옳지 못하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는 언론을 이용, 이와 비슷한 주장을 흘리며 여론 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스타벅스라는 외국계 공룡 기업을 핑계 삼아 해당 정책의 근간을 뒤흔들어서는 결코 안 될 노릇이다. 오히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강화하면서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여 시장 전반에 우월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업이 없도록 정책과 법의 적절한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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