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국정원의 정치 공작, 치졸함의 끝은 어디쯤인가

새 날 2017. 9. 1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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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정권이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진영을 향해 벌여온 치졸한 정치 공작은 우리의 보편적인 상식을 크게 벗어난다. 검찰 수사 결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방하는 신문광고는 물론, 시국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던 판사의 퇴진을 촉구하던 시위 또한 국가정보원이 직접 주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명박 정부 시절 자행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벌써부터 그와 관련한 놀라운 결과물이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배우 문성근 씨와 김여진 씨가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활동 압박을 지시한 문건 명단에 포함됐었노라는 소식은 가장 핫한 화젯거리다. 오늘 아침 포털 사이트 실검에 이들 배우의 이름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던 바다. 


배우 김여진 씨의 트위터 화면 캡처


사실 지난 해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고 이후 권력의 배후에 얽힌 숱한 사실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9년 동안의 기간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는 엄혹했던 시기이다. 때문에 두 배우가 이명박 정부 시절 권력에 의해 블랙리스트에 포함됐었노라는 소식은 그다지 놀랍지가 않다. 그러나 이들을 블랙리스트로 낙인 찍은 뒤 활동에 제약을 가하기 위해 벌여온 꼼수 외에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처럼 이들 조직이 이미지 추락을 노렸던 정황은 구역질이 나올 만큼 치졸하기 짝이없다. 


누가 보더라도 부적절하며 민망하게 다가왔던 두 사람의 가짜 합성 사진이 과거 온라인상에서 급속하게 확산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 수사 결과 이를 제작 유포한 조직이 다름 아닌 국가정보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더 큰 충격을 던져준다.


그러니까 2011년 10월 당시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배우 문성근씨 그리고 김여진씨와 관련한 게시글 하나가 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다. 해당 글에는 두 배우가 나체 상태로 합성된, 언뜻 보아도 유치하고 조잡한 사진 한 장이 게재돼 있었고, 그 아래엔 '공화국 인민배우'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당시 권력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세력을 향해 툭하면 '종북'이라는 낙인을 찍어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던 시절이다. 물론 권력 지형이 확 뒤바뀐 지금인들 그다지 달라진 건 없다.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조금 약화되긴 했으나, 이러한 분위기는 사회 저변에 팽배할 만큼 여전히 뿌리가 깊다. 



JTBC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이미지는 다른 조직이나 사람의 손을 거쳐 제작된 작품이 아닌, 오롯이 국가정보원 직원에 의해 직접 만들어진 결과물이란다. 정말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권력욕에 집착해온 탓에 반 국가세력이 아닌,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여온 정황도 가뜩이나 마뜩잖은데, 이제는 도저히 눈을 뜨고 바라볼 수 없을 만큼 조악하고 지저분하기 짝이없는 합성 이미지를 국가정보기관이 직접 계획하고 만들기까지 했단다. 이 어찌 놀랍지 않을 수 있나?


그나마 이미지의 품질이라도 그럴 듯했더라면 조금은 덜 허탈하고 덜 민망하지 않았을까? 이토록 저급하고 유치하기 짝이없는 작품이라니.. 일개 국가의 정보기관에 의해 직접 제작된 결과물 치고는 지나치게 조악하지 않은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말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기 위한 요량임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정보기관이란 모름지기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익보호, 국가정책 수행을 위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그와 관련한 작업에 몰두해야 하거늘, 그와는 반대로 오로지 권력 유지를 위해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의 귀한 세금을 이렇듯 부적절하면서도 추잡한, 특수 공작 활동에 사용한 정황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지난 정권이 보여온 치졸함의 끝은 과연 어디쯤인지, 이참에 몸통을 찾아내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한다. 이는 적폐 청산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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