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집착에서 벗어나기

새 날 2017. 8. 1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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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0년 전, 집 전체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면서 가재도구들을 모두 집 밖으로 들어낸 일이 있었다. 짐을 다른 공간으로 이동만 안 했을 뿐이지 사실상 이사와 진배없을 만큼 대규모의 이벤트였다. 집안 구석구석에서 들춰지고 꺼내어진 짐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그럴 만도 했다. 제법 많은 식구가 수십 년을 한 공간에서 살아왔으니 말이다. 폐기물로 버려진 양은 엄청났다. 리모델링 핑곗김에 과감히 다이어트를 단행한 것이다.


난 최근에 이와 비슷한 일을 또 다시 경험했다. 비록 집은 아니었으나 10년 동안 생활해오던 공간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10년이란 시간은 돌이켜 보니 바람처럼 훌쩍 흘러가버리는 까닭에 그야말로 찰나로 느껴지지만, 실은 꽤나 긴 시간이다. 10년가량의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동안 사용해오던 비품이나 전자제품의 대부분은 재활용이 무의미했다. 버릴 것을 고르는 일보다 쓸 만한 것들을 찾는 일이 훨씬 빠를 정도였다. 이제껏 비교적 잘 활용해오던 것들이지만, 다른 공간에서 재활용하기엔 그다지 탐탁지 않은 것들이 다수였다.



이참에 내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평소엔 잘 보이지 않던 부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동안 작게는 각종 노트며 펜, 아울러 책, 온갖 비품들, 그리고 크게는 책꽂이와 장식장, 책상이며 탁자, 의자 등등을 언젠간 쓸 수 있겠지 하면서 비축해놓은 양이 어마어마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물건들은 사실상 극소수였다. 나로선 나름 필요한 순간을 대비하기 위한 요량이었기에, 누구에게든 알뜰함으로 비치길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코 그렇지 못했다. 집착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집착'이란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이를 잊지 못하고 매달리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비록 사소하더라도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언젠가는 활용하겠지 하면서 자꾸만 쟁여놓는 습관 아닌 습관도 일종의 집착이다. 이러한 집착이 조금 더 심해질 경우, 즉 극단에 이를 경우, TV 프로그램인 '세상에 이런 일이' 류 등에서 간혹 소개되곤 하는, 집안 가득히 쓰레기나 폐지 같은 재활용품 등을 쌓아놓은 바람에 이동조차 여의치 않던 사례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건 '집착'이 아닌,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 '집중'이다. 비록 말 장난 같지만 그게 무엇이든 간에 집중을 위해서는 결국 집착을 버리는 작업부터 선행돼야 한다. 10년 간 생활하던 공간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반드시 필요한 것 몇몇을 빼고는 모두 과감히 폐기해야 하는 게 맞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는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물질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며 풍요를 꾀하기보다는 삶의 품질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여러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알뜰한 삶과 미니멀한 삶 사이에서 좀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물건은 필요한 다른 이들에게 중고 형태로 전달되어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게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것들은 폐기물 처리장으로 직행하게 된다. 이번에 짐을 직접 정리했던 나조차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요긴하게 활용할 날이 오겠지 하며 차마 집착을 떨쳐내지 못해 남긴 흔적들이 주변에 널렸다. 


10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비품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동안 나의 욕심과 집착이 얼마나 지나쳤던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비록 최소한의 것으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미니멀 라이프'처럼 그럴 듯한 화두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의 질을 높이고 진정으로 소중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우리는 다른 무엇보다 우선 집착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나는 연습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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