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기울어진 조세 정책, 공평과세는 어디로?

새 날 2016. 7. 2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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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000만 원 이하 월세 임대소득에 대해 14%의 세금을 물리는 임대소득 과세가 또 다시 유예됐다. 정부는 내년 소득분부터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 2018년 종합소득신고 시점부터 세금을 납부토록 할 방침인 계획을 지난 2014년에 이어 연거푸 미룬 것이다. 연 2000만 원 이하 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지난 2014년 3월 세원 확대와 공평과세 차원에서 마련됐으나 이해 당사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며 2년간 이를 유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결국 임대소득과세는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전국에서 주택을 두 채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은 13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중 임대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2014년 기준 약 8%인 11만3893명에 불과하다. 이른바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봉급생활자에게는 꼬박꼬박 근로소득세를 받아내면서도 적어도 경제적으로 이들보다 형편이 훨씬 나을 법한 임대소득자에게 과세를 유예하는 건 어느 누가 보더라도 형평성으로부터 크게 벗어난 결과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겨레'가 21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조세부담률과 관련하여 단독보도한 결과에 따르면 그와 같은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18.5%로 나타났다. 조세부담률이란 경제 규모에 견준 국민 세부담(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의미한다.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3년 내 최고치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단행된 법인세 등의 감세 정책 탓에 조세부담률은 17.9%까지 떨어졌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선 뒤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의 여파로 가파르게 상승 국면을 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만성적인 재정 적자와 세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현상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늘어난 세수의 면면을 살펴보니 마냥 반겨할 만한 결과는 분명히 아닌 것 같다. 



크게 상승한 세수의 대부분은 근로소득세와 개별소비세 등이 차지하고 있으며, 법인세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세의 증가는 2013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박근혜 정부의 세법 개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가장 만만한 봉급생활자의 유리지갑만 제대로 건드린 꼴이며, 개별소비세의 증가는 담뱃값의 인상이 결정적인 변인인 까닭에 결과적으로 볼 때 서민들의 주머니만 탈탈 털어간 셈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수치는 어떨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래 지난해까지 3년간 근로소득세와 개별소비세 수입의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11.6%, 14.5%에 달한다. 반면, 법인세는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0.7%씩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조세부담률의 변화는 현 정부의 조세 정책 기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잣대라 할 만하다. 


'증세는 절대로 없다'던 약속은 일단 재벌과 기업 등에는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지켜지고 있다. 물론 경기 침체 탓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나 어쨌든 봉급생활자의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11.6%나 늘어나는 동안 법인세의 경우 되레 0.7%씩 감소했으니 말이다. 이쯤되면 재벌과 기업을 향한 정부의 짝사랑은 과분할 정도다. 아울러 이번 정부는 특히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낮고, 정부의 조세수입 확보가 비교적 용이한 간접세를 통해 세수를 늘려 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 중 대표적인 세수가 바로 개별소비세다. 상승폭이 무려 연 14.5%에 달한다. 앞서도 언급했듯 인상된 담뱃값이 제 역할을 톡톡히하고 있다. 간접세가 문제가 되는 건 고소득자에게 더욱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는 누진세율 체계를 직접 적용하기 어려워 외려 저소득자일수록 소득 대비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데 있다. 가령 담배 한 갑의 가격은 고소득자이든 저소득자이든 똑같은 4500원이며, 이로부터 부담하는 세금 역시 같을 수밖에 없다. 즉, 소득이 낮은 사람이 결과적으로 더 높은 세부담을 지게 되는, 조세의 역진성을 더욱 키우고 있는 셈이다. 오로지 기업을 위한 정부라는 볼멘소리가 비등한 건 다름아닌 이러한 이유 탓이다.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의 과세 기조와 조세 정책을 놓고 보니 오늘날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 유예는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동안 재벌과 기업만을 위한 부자감세 그리고 서민증세에 한껏 공을 들여온 노력들이 비로소 그 과실을 맺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조세의 역진성을 낳고 있는 간접세를 통한 세수는 세 부담의 형평성, 즉 공평과세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나 멀다. 가뜩이나 심각한 부의 쏠림 현상을 되레 부추기기만 할 뿐이다. 더구나 임대소득 과세 유예 따위가 차기 대선을 의식한, 다분히 정략적인 판단에 의한 결과물이라면 더더욱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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