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혼란, 누가 부추기는가

새 날 2016. 7. 1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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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결정으로 나라 전체가 온통 뒤숭숭하다. 사드가 실제로 배치될 지역은 비단 경북 성주가 아니더라도 어느 곳이 됐든 지역주민의 반발을 불러올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유증이 우리들의 예상을 훨씬 웃돌고 있는 건 소통을 무시한 절차상의 하자가 국가안보라는 시급성과 위중함을 뛰어넘어 더욱 크게 불거지고 있는 탓이다. 그러니까 작금의 예기치 않은 혼란은 결국 정부와 군 당국이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공식 협의가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났건만 그동안 정부는 이에 대한 사전 설명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 양국은 2월 초 사드 논의에 착수한 이래 이번 최종 발표 시점까지 그 과정을 국민에게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국가 안보나 기밀과 관련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이쯤되면 또 다시 '불통'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 사드 배치 결정에 성난 성주군민들


국민적 관심과 지역의 이해가 달린 중차대한 사안을 사전 정책 조율이나 주민을 설득하는 민주적 절차 없이 또 다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근거 없는 사드 괴담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등 큰 후유증을 낳고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이 사드의 배치 결정 과정에서 일절 공개 없는 비밀주의와 뒷북 대응 그리고 일방통행식 정책으로 국가적 갈등과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군사시설이라는 특수성, 아울러 보안의 중요성이 유난히 강조되는 사안이기는 하나 사드가 군인들에게는 그나마 익숙한 무기체계로 받아들여지는 까닭에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반면,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공포로 다가올 법한 대상이기에, 특히 전자파 유해성은 여전히 논란거리이기에, 이에 대한 충분한 사전 설명과 필요한 입지 조건을 먼저 상세히 설명, 설득시킨 뒤 어느 정도 해당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싶을 때 본격적인 부지 선정에 들어가는 것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정상적인 범주의 수순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니까 정부가 적어도 사드와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국민과의 소통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었던 까닭에 오늘날의 화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다. 사드 배치 과정이 워낙 위중한 국가 안위와 국민 안전이 달린 문제라 공개적으로 논의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안보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해당사자 간에 충돌과 반목으로 정쟁이 나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잃어버린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드를 배치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와의 사이에서 외교 안보적으로 잃는 게 오히려 더 많을 수 있다는 논리와 함께 국회 비준을 요구하고 나선 야당의 주장을 견제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견제구에 해당한다. 아울러 사드가 들어서는 경북 성주에서는 주민들이 연일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하거나, 군수와 지방의회 의원 등이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등 지역 갈등이 첨예하게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최대한 무마시켜 보기 위해 꺼내든 발언이기도 하다.


물론 소모성 논쟁과 정쟁은 되도록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사드 배치와 관련한 논쟁을 불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과연 대통령에게 이러한 발언을 할 자격이 있기는 한 걸까? 오늘날 혼란을 야기한 주체가 다름아닌 정부와 군 당국이거늘, 소통과 민주적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일방통행식 결정으로 해당 정책을 밀어붙인 상황에서 이의 수장인 대통령이 이에 대해 뭐라 한들, 결과적으로는 애초부터 소통 따위는 않겠으며 무조건 자신의 지시를 따르라는 의미밖에 더 되겠는가. 


군사적 사안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다 해도 사드는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에 일반 정책이 결정되는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어야 한다. 즉,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정치가 민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자신들의 정책을 올바로 설명하거나 설득하는 작업을 거친 뒤 이러한 정지작업이 모두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정책을 추진해야 함이 옳다. 이는 군사적 보안사항이나 기밀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결정적인 절차적 흠결을 말하고자 함이다.


ⓒ청와대


그러니까 정부는 사드 배치 지역 발표에 앞서 사드로 인한 전자파 유해성 논란과 이의 안보적 가치 등에 대해 치밀하고 논리적인 대국민 설득 작업을 통해 지역 갈등으로 흩어진 국론을 한 곳으로 결집시키는 절차를 선행했어야 함이 옳다. 일방적인 정책 결정 뒤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버럭 소리를 지르는 행위는 민주적인 절차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나 멀다. 

     

박 대통령이 14일 개최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직접 지도를 가리키며, 사드 배치의 안정성, 그리고 배치의 불가피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선보였으나, 이는 만시지탄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세상 모든 일에는 반드시 그에 따르는 적합한 절차가 있기 마련이다. 이를 무시할 경우 가뜩이나 잠재돼 있는 각종 갈등 요소가 표면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낸 채 이를 더욱 키워갈 뿐이다.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한 번 던져보자. 한반도에 사드가 꼭 배치되어야만 하는 걸까? 만약 그러하다면 이번에 대통령이 선보인 모습은 사드 배치 결과를 발표한 뒤가 아닌, 발표하기 전에 반드시 거쳤어야만 하는 필수 절차다. 오늘날의 혼란 상황이 이와 오버랩되며 아쉬움이 짙게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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