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우리가 편견에 갇혀 있다는 뚜렷한 증거

새 날 2016. 6. 1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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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해리포터’가 영화에 이어 연극을 통해 선을 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가 아닌 해리포터 원작을 탄생시킨 영국 런던에서의 일입니다. 오는 7월 첫 공연을 앞두고 있는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얘기인데요.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죽음의 성물'로부터 19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답니다. 영국 내에서의 관심은 우리의 상상 이상일 만큼 굉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데 이 연극이 또 다른 화제를 낳고 있다고 합니다. 배우 캐스팅 때문인데요. 해리포터의 단짝 헤르미온느 역에 스와질란드 출신인 흑인 여배우 '노마 드메즈웨니'가 캐스팅된 사실을 놓고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노마 드메즈웨니'는 우리에겐 낯선 인물입니다만, 영국 내에서는 최고의 오페라, 연극배우에게 주는 '올리버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을 만큼 정상급 배우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해리포터 팬들의 머릿속에 이미 각인된 헤르미온느의 백인 이미지는 제아무리 정상급의 배우라 해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부 팬들이 흑인 헤르미온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며 격렬하게 반대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헤르미온느 역은 백인 배우 '엠마 왓슨'이 도맡아왔기에 팬들의 이러한 반응을 전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나름 충격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


ⓒ엑스포츠뉴스


하지만 해리포터의 원작자인 '조앤 롤링'이 이에 대해 일축하고 나섰습니다. 그녀가 던진 한 마디는 우리가 지니고 있는 편견적 시각을 뒤흔드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녀는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갈색 눈, 곱슬머리, 매우 영리하다고 썼을 뿐, 백인이라고 명시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난 흑인 헤르미온느를 사랑한다.” 이보다 합리적이며 영리한 언급이 있을 수 있을까요? 아울러 그녀의 촌철살인과도 같은 이 한 마디는 우리가 그동안 지나친 편견에 사로잡힌 채 살아온 건 아닌가 하는 반성 아닌 반성을 하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 흥행이 선입견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했겠지만, 딱히 인종을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주인공은 당연히 백인이어야 한다는 편견에 가두어진 채였고, 조엔 롤링에 의해 그 견고한 틀이 여지없이 부서지고 만 것입니다.



최근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피부색과 관련한 편견이 과연 어느 정도의 수준에까지 이를 수 있는지 매우 극단적인 사례로 이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한 화장품 회사의 세제 광고 때문인데요. 해당 광고에는 세제를 흑인 남성 입에 넣고 세탁기 안에 밀어넣어 작동시킨 뒤 세탁기 뚜껑을 열자 하얀 피부의 아시아 남성으로 변모하는 영상이 담겨 있습니다. 정말 최악의 광고가 아닐 수 없는데요. 이 광고가 중국 내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빚으며 거센 비난으로 이어지자 결국 해당 회사가 공식 사과에 나서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뒷맛은 개운치 못한 상황입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우리라고 하여 비슷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비록 중국처럼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더라도 우리 역시 부지불식 간에 이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은 아닐까요? 연극 공연으로 인해 불거진 흑인 헤르미온느 논란 이전까지만 해도 백인이 아닌 다른 피부색의 헤르미온느에 대해 절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면, 우리 역시 이미 견고하게 형성된 편견이라는 틀 속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요?


ⓒ노컷뉴스


지난 3일 세상을 떠난 복싱영웅 무하마드 알리는 뿌리 깊은 인종 차별 및 피부색과 관련한 편견에 맞서 지난한 투쟁을 벌여온 인물입니다. 링 위에서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아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세계 최고의 복싱 영웅이었습니다만, 링 밖에서는 이렇듯 사회의 편견과 맞서 싸우는 매우 치열한 생애를 살아온 인물입니다. 그가 살아 생전에 남긴 이 한 마디는 차별과 편견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게 될 것입니다.


"피부색 때문에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다면 사회에 만연한 편견적 시각이 비단 피부색뿐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나 해리포터의 단짝 헤르미온느가 백인이어야 한다는 다소 어이 없는 선입견처럼 그 견고한 틀속에 갇혀 정작 진실을 올곧게 바라보지 못하고 자의이든 타의에 의하든 이를 애써 외면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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