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일반 등산객 문화재 관람료 징수, 합당한가

새 날 2016. 3. 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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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도처에서 마주하게 되며, 그러다 보면 간혹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것들이 왕왕 있다. 오로지 등산을 목적으로 산에 오르려 했으나, 산중에 사찰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문화재 관람료를 강제로 징수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할 듯싶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이를 부담한다. 혹여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를 받아들이기 일쑤이다.

 

물론 1인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부담스러울 만큼 그리 큰 금액이 아닐 수는 있다. 더구나 등산이 자주 있는 일도 아닌 데다, 기왕지사 모처럼 콧바람을 쐬러 나왔으니 스스로 기분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그냥 모른 척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해당 사안은 단순히 징수 금액의 많고 적음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무언가 불합리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

 

애시당초 사찰 등의 문화재 관람을 목적으로 한 탐방객들, 즉 실수요자들로부터만 해당 사찰의 입구에서 입장료를 징수하면 될 일을 왜 그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일반 등산객들에게까지 이를 한꺼번에 부담시키고 있는 것일까?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 나설 수 있는 건 '국가지정문화재 소유자는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명시한 문화재보호법 제49조의 근거 덕분이다.

 

즉, 그 자체가 문화재이거나 별도의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사찰이 이의 보호와 관리 목적을 위해 관람객들로부터 일정 수준의 관람료를 징수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전혀 없노라는 의미이다. 다만, 이를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 문화재 관람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일반 등산객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이를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라면 문제다.

 

이렇듯 불합리한 사안의 해결을 얼마전 법에 호소한 일군의 사람들이 있었고,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즉, 문화재 관람 목적이 없는 탐방객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일반 등산객이 전남 구례의 지리산에 위치한 천은사를 직접 관람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로부터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전국의 유명 국립공원에 위치한 일부 사찰에서는 여전히 관람료 징수를 고수하고 있는 입장이다. 물론 나름의 이유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사찰 경내뿐 아니라 등산 코스 곳곳에 위치한 사적과 명승을 보호 관리하려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단다. 징수 방법 또한 다채로웠다. 사찰이 위치한 지자체의 주민들로부터는 별도의 관람료를 받지 않으면서 외지인으로부터는 이를 꼬박꼬박 받는 곳도 있다.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만한 사안이다.

 

어쨌거나 사찰 입장에서는 문화재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일반 등산객들을 상대로 한 관람료 징수는 불가피하단다. 이로 인해 문화재 탐방 목적이 아닌 일반 등산객 입장에서의 불만은 나날이 커져만 간다. 대법원을 통해 일반 등산객에 대한 문화재 관람료 징수가 위법으로 판결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찰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갈등이 빚어지는 현상은 어쩔 수가 없다. 사람 사는 세상이기에 더욱 그렇다. 개인 간의 아주 사소한 갈등부터 공동체 간 갈등까지 그 규모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이의 조정자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건 다름아닌 정부나 정치권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인 '정치'에,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 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건 다름아닌 이 때문이다.

 

일반 등산객과 사찰의 해묵은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건, 갈등 조정자가 그들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탓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등산로 인근 상가에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문화재 탐방이 아닌, 오로지 등산을 위해 찾은 일반 등산객들이 관람료 징수 코스를 꺼려 하다 보니, 이는 자연스레 해당 코스의 등산객 급감으로 이어지고, 그러다 보니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된 지역 상권마저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지역 주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책임 방기라 할 만하다.

 

갈등 양상을 그저 지켜 보며 두 손을 놓고 있는 갈등 조정자들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물론이거니와 어느덧 지역 주민 그리고 상인까지 모두가 피해자가 되어가고 있다. 그 사이 일부 사찰은 불특정다수로부터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문화재 관람료를 꾸준히 징수하며 배를 불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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