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근혜정부 3년, 우리 삶은 좀 나아졌나

새 날 2016. 2. 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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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가 25일로 취임 3주년을 맞이했다.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며 자평하는 분위기이다. 나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 스스로의 평처럼 제발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위 어디를 둘러보아도 밝게 웃는 사람을 도통 찾아볼 수가 없으니 말이다. 어린이면 어린이, 청년이면 청년, 중장년층, 노인 등 연령과 성별, 세대 구분 없이 모두가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 걸까?

 

인간이 쫓는 욕구는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생존부터 자아실현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하다.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설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다섯 가지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들 다섯 가지 욕구에는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다. 즉, 사람은 숨쉬고, 먹고, 자고, 입는 등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이 포함된 단계인 생리적 욕구를 맨 먼저 채우려 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 욕구가 어느 정도 만족되어야 그보다 상위에 놓인 고차원적인 욕구를 찾기 마련이다.

 

ⓒ서울신문

 

한국의 경제는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인 수출이 연초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들어 한국의 수출액 감소폭은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집계한 올해 1월 한국의 수출액은 366억2천3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8% 줄었으며, 관세청에 따르면 2월 20일까지의 수출액은 221억6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3% 줄어 급감 추세가 이어지고 있단다.

 

나라빚이 3년만에 150조 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국가 재정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가계마저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1200조 원을 돌파한 것이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207조 원으로 전년 말보다 121조7000억 원(11.2%)이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총 인구 수 5154만 명으로 나눌 경우 1인당 2342만 원에 해당하는 규모로, 나를 포함한 국민 개개인은 물론이거니와, 이제 갓 태어난 아기조차 2342만 원이라는 빚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사상 최대치에 해당한다.

 

소비 위축도 심각하다. 소비심리는 지난해 말부터 3개월 연속 악화돼 작년 메르스 사태 당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더구나 연초부터 수출 및 내수 부진과 여타 국가의 경기불안 등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향후 경기 전망은 7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얼어붙고 있다. 이에 따라 내수 시장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자영업 시장마저 초토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규모는 556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8만9000명 줄었다. 5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장사가 안 돼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현상은 앞서 언급한 가계부채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른바 먹고사니즘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곳간에서 인심나는 법이고, 생리적인 욕구가 해소되어야 상위 욕구도 샘솟듯 서민들의 삶은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결할 수 없는 나락으로 점차 떠밀리고 있음에도 박근혜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을까 모르겠다.

 

청년들이 호소하는 고통은 어느덧 일정 수준의 경지에 이르더니 일상으로 고착화된 느낌이다. 더 이상 말해 봐야 입만 아픈 지경이 돼버린 것이다. 헬조선, 흙수저, 노오력 등 이들의 자조 섞인 신조어에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그들의 자포자기적 심경 따위의 의미가 응축되어 있다. 덩달아 아이들의 행복지수도 최하위권이다. 아동 관련 국제 지표를 발표하는 연구기관 칠드런스월드가 16개국 8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어린이들의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인 14위에 랭크됐다. 그렇다면 노인들이라고 행복할까? OECD 자살률 1위, 빈곤율 1위는 현재 노인 세대가 처한 어려움을 고스란히 나타내는 지표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주위에서 밝게 웃는 사람들을 볼 수 없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회의석상에서 책상을 10여차례 친 장면이 화제가 되더니 인터넷 상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모양새다. 또 다시 국회를 비난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행정부 수반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를 향해 책상을 두드려가며 감정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은, 박근혜정부 3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번 정부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 결국 국민을 향한 힐난이자 생떼로 읽힌다. 

 

박근혜정부 3년의 결과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먹고사니즘의 기반이 되는 경제 분야만 언급했으나 실은 여타의 영역 역시 경제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최악이다. 앞선 포스팅(민주주의의 수난이 우뇌를 자극시킨다)을 통해서도 살펴 보았듯,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 막가파 행보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20세기적 상황으로 저만치 퇴보해 가고 있다.

 

ⓒ연합뉴스

 

권력의 단맛에 단단히 취한 집권 계층이 국민들을 먹고사니즘의 고통 속으로 몰아넣어 그 이상의 상위 욕구에 대해선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들고, 이명박정부 시절 이미 장악한 그들의 홍보방송 내지 기관지로 전락한 대다수의 언론을 이용, 정치 혐오감을 지속적으로 부추겨 작금의 지형을 완전히 고착, 본격 시스템화한 뒤 단물을 안정적으로 취하려는 의도가 여러 곳에서 읽힌다. 

 

나라 전체를 점차 쇠락의 길로 몰아가고 있는 건 대통령 자신이거늘, 정작 책상을 치며 똑바로 하라고 호통을 쳐야 할 사람은 국정최고책임자가 아닌 국민이 되어야 함이 옳다. 앞으로 남은 임기는 2년이다. 지난 3년을 돌이켜 볼 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다른 건 둘째치더라도 적어도 매슬로우가 말하는 가장 기본 단계의 욕구 만큼은 걱정 않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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