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치사회적 토대가 대중들의 의식을 좌우한다

새 날 2016. 2. 1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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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이 두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각 정당들은 나름의 선거 전략을 짜느라 고심 중이다. 후보 공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7년에는 대선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는 까닭에 이번 총선 결과는 차기 정권의 향배를 가늠할 중요한 잣대 역할을 하게 될 터, 정치 지형의 완전한 탈바꿈을 통해 정권 창출을 노리는 야권의 입장에서는, 때문에 4.13 총선은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한 선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총선이 야권에 그다지 녹록지 않으리란 건 삼척동자조차도 알 만한 사실이다. 물론 구체적인 결과는 뚜껑을 열어 봐야 할 노릇이긴 하나 총선도 그렇거니와 차기 대선 또한 야당에 결코 유리한 지형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하다. 아니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비단 북한의 핵 도발과 미사일 발사로 인해 촉발된 개성공단 중단 사태와 사드 배치 등 야권에서 주장하는 이른바 요란스런 '북풍' 변수 때문만은 아니다. 객관적인 여러 지표들이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다.

 

ⓒ이데일리

 

지난 16일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과 관련한 통계 결과가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대통령의 국회연설 내용을 알고 있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공감 여부를 조사했는데, 이에 따르면 ‘공감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전체 66.3%로, 32.4%에 불과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자의 두 배를 넘어섰다고 한다. 의외의 결과에 놀랍지 않을 수 없으나, 통계 결과를 찬찬히 훑다 보니 그보다 더욱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지역별이나 지지 정당별로 세분화된 통계 결과는 세인들의 일반화된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연령별 결과는 많이 달랐다. 예상대로 6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공감 응답이 90%에 가까웠다. 이쯤되면 속된 말로 몰빵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해도 그다지 놀랍지가 않다. 50대에서도 80%에 가까운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누구나 쉽게 예상하고 있듯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공감에 대한 응답 비율은 실제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40대는 56.3%, 30대에서는 37.8%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전은 의외의 곳에 숨어있었다. 20대의 결과는 놀라웠다. 61.1%가 공감에 응답하며 우리의 고정관념을 사정 없이 무너뜨리고 만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연령대가 어릴수록 정치적 성향에 관한 한 진보적인 경향을 띠는 게 일반적이나 적어도 북한에 대한 인식만큼은 20대에 있어 철저하게 보수 일변도임을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결과가 빚어지고 있는 걸까? 실은 가장 우려하던 바이자 예견됐던 상황이기도 하다. 현재의 20대는 주변 상황에 눈이 떠갈 즈음의 연령대로 접어들면서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을 잇따라 만나게 된다. 이들 정권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를 꼽으라면 북한과의 관계를 언급할 수 있다. 이전 정권인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 비하면 남북관계는 한 마디로 얼음장 같이 차가운 데다 살얼음을 걷기라도 하는 양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20대의 세대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나 천안함 침몰 사건 등 북한의 국지적인 도발을 직접 경험하였으며,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북한 정권의 예측 불가능한 군사적인 위협을 몸소 겪어온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 세대에게는 북한과의 평화롭던 시기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오로지 극한 대결 양상으로만 치닫던 남북관계,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인식이 좋은 방향으로 고착될 리가 만무하다. 특히 청소년기에 각인된 일련의 사건들은 부지불식 간 그들 스스로의 의식을 지배해 오기 일쑤일 테다. 그 윗 세대인 30대 및 40대의 세대가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대한 공감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다름아닌 20대의 세대와는 반대로 북한과의 평화롭던 시기를 몸소 겪어온 덕분이다.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여파는 어떤 식으로든 이번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뜨거운 감자다. 정부 여당의 의도였든 의도가 아니었든 이미 사건이 벌어진 이상, 북풍 몰이였는지의 여부를 집요하게 캐묻는 건 어쩌면 시간 낭비일지도 모른다. 그와는 별개로 한반도 전체는 이미 그의 절대적인 영향권 내에 들어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 역시 북한과의 대결 양상보다는 평화를 바라마지 않는 야권의 입장에서 볼 때 극히 불리한 구도일 수밖에 없다.

 

SBS 방송화면 캡쳐

 

게다가 전체 유권자 중 60대 이상 연령층이 가장 많다는 소식 역시 야권엔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한다. 참고로 19대 총선에서 60세 이상의 투표율은 1위였으며, 18대 대선에서는 80%에 육박하는 등 이들 세대는 늘 높은 투표율을 유지해 왔다. 박대통령의 연설에 공감을 표시한 이들 대부분이 여당 지지자들이라고 본다면, 제아무리 야당이 지역 일꾼론을 내세우며 진정성 있게 국민 앞에 다가선들, 앞서 든 객관적인 지표 때문에라도 야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번 선거 구도다.

 

어느덧 우리가 사는 이 땅 한반도는 평화를 바라며 이를 언급하는 일이 배척을 당해야 하고, 그와는 반대로 핵무장 등 광기 어린 전쟁놀음 따위의 주장이 크게 환영 받는 야만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경험 그리고 학습효과 따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현재 20대 계층을 통해 투영되고 있는 예상 밖의 정치적 성향이 새삼 일깨운다. 정치사회를 떠받드는 기본 토대가 대중들의 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비단 이번 4.13 총선뿐 아니라 모든 선거는 그래서 더 없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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