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삶이 예술이 되고 문화가 되는 곳, 북촌 번외편

새 날 2016. 2. 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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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삶의 흔적은 그 자체로 예술이 되고 문화가 된다. 서울 도심엔 하루가 멀다 하고 화려함 일색의 새 고층건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고, 어느덧 스카이라인 및 거리의 풍경마저 크게 변화시키고 있지만, 속살을 한꺼풀 살포시 들춰보면 그의 이면엔 동시에 우리 같은 평범한 서민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며 명맥을 잇고 있는 서민들의 담백한 삶의 모습과 도심의 화려함 및 세련됨이 묘한 대비를 이루는 덕분에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도 볼 만한 것들이 꽤나 즐비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북촌이란 지역은 그러한 이유 때문에 어느 곳보다 소중하다. 그냥 과거를 박제하여 인위적으로 꾸며 놓은 곳이 아닌,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여전히 사람들의 생활 터전으로 남아 서민들의 삶이 지속적으로 영위돼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포스팅에서 북촌 8경과 관련한 글을 남겼다. 북촌 8경과 관련한 내용만 담으려는 요량이었기에 여타의 잡다한 이야기들은 뒤로 미뤘다. 이 포스팅에선 그 뒤로 미뤘던 잡다한 것들을 슬쩍 풀어보려 한다.

 

 

북촌 1경은 다름아닌 창덕궁만이 지니고 있을 법한 위용이다. 예쁜 담장 너머 보이는 창덕궁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자 예술이 아닐 수 없다. 다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을 뿐이다. 겨울철만 되면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뿌얘진 하늘 때문에 원망스럽기만 하다. 충분히 멋진 장면 연출이 가능할 법도 한데 이를 망쳐놓기 일쑤인 탓이다. 물론 난 절대로 카메라 탓 따위는 하지 않는다(ㅠㅠ).

 

 

원서동 공방길인 2경 지점을 지나 골목 끝 부분에 도달하면 만날 수 있는 빨래터다. 원서동 빨래터라 불리며, 과거 창덕궁 궁궐 내부에서는 물론, 일반 서민 계층까지 모두 이곳에서 함께 빨래를 하곤 했단다. 귀한 삶의 흔적이다.

 

 

2경 지점인데, 여전히 궁중과 관련한 공방 등이 남아있긴 하나 중간중간 건물을 허문 곳이 보여 무언가 변화의 조짐이 읽힌다. 왠지 을씨년스럽다.

 

 

3경을 가기 위해 오르막길을 오르다 눈에 들어오는 경관이다. 한옥 기와들이 멋스럽다.

 

 

3경에 해당하는 가회동 11번지의 공방 골목은 언제나 부산스럽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주변에선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고즈넉한 장면 연출은 결과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6경에 해당하는 지점인데, 역시나 관광객들로 그득하다.  



 

한옥의 지붕 및 처마가 그려내는 선은 언제 봐도 곱다. 여기에 예쁜 하늘 빛깔만 뒷받침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7경 지점, 다른 곳보다는 한산해 보인다. 이곳도 과거의 건물을 헐고 새로 지은 건물이 등장하는 등 약간의 변화 조짐이 보인다.

 

 

4경 지점이다. 농담을 조금 보태자면 4경을 찾느라 사경을 헤맸다. 골목이 워낙 좁아 그런지 관광객이 아무도 없다. 덕분에 이 멋진 한옥들을 우리 두 사람만이 원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가회동 31번지에 위치한 한옥의 자태는 그 자체로 예술이다. 무엇보다 이 한옥들엔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삶의 터전이 되고 있노라는 사실이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온다.

 

돌아오는 길에 지난번 먹었던 호떡이 생각나 다시 한 번 도전했다. 이를 먹으려면 무려 30분 가량을 대기해야 했으나 우린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듯 선뜻 대기줄에 합류했다. 역시나 맛은 좋았다. 고소함과 달콤함이 끝내준다. 다만, 다 먹어가던 와중에 꿀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옷이며 손이며 모두 엉망이 돼버렸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만 그랬으면 다행이었겠으나 아내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사들고 온 천원짜리 카푸치노 한 잔은 우리의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었고, 비록 호떡 덕분에 옷과 손이 엉망이 되긴 하였으나 마음만은 날아갈듯 마냥 즐거웠다. 인사동 방향으로 가는 길, 즉석사진 찍어주는 거리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진행하는 분들이 우리 부부를 가만히 놔두지를 않는다. 한 장씩 찍고 가라며 성화다. 둘이 조용히 포즈를 취한다. 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의 즉석사진을 현장에서 받았다. 인증샷을 이곳에 남기고 싶지만, 난 여러분들의 안구를 더럽히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이렇듯 여행이든 나들이든 콧바람을 넣는 작업엔 예상치 못한 소소한 재미거리가 늘 함께하기에 즐거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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