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서울 촌놈의 북촌 마실기

새 날 2016. 1. 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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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장이란 재래시장에 들렀다. 물론 상당히 뜬금없는 일이다. 이곳에 특별한 볼 일이 있어 간 건 아니기 때문이다. 순전히 부러 들렀다. 목적은 오로지 하나다. 얼마전 TV를 통해 알려진 꽈배기 하나 때문이다. 4개에 1천원 꼴인데, 줄을 서서 사야 할 정도로 맛이 기막히다고 한다. 

 

시장은 제법 컸다. 입구는 독립문 방향과 서대문 방향, 크게 두 곳이었는데, 꽈배기집은 독립문 방향 입구 초입에 있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또 다른 맛집인 떡볶이집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엄청난 대기줄 덕분이다. 이곳 역시 순전히 요즘 대세 셰프인 그 분 때문에 유명세를 타게 됐단다. 꽈배기집은 그 옆옆 점포다. 물론 꽈배기의 구입을 위해선 무지막지한 대기줄에 합류한 채 인고의 시간을 감내해야만 한다.

 

목적을 이룬 우린 잽싸게 전철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함이다. 지난 포스팅을 통해 난 약속(?) 아닌 약속을 한 터이기에 나름 이를 지키고자 또 다시 반나절을 투자, 서울 구경에 나섰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하차한다. 이곳에서 무작정 발길 닿는 곳을 향해 가기로 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자연스레 북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래도 그동안 자주 들렀던 인사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한 경향이 큰 탓일 게다. 주중 추웠던 기온이 다행히 주말이 되며 풀렸다. 하지만 오후 들어서며 점차 쌀쌀해지고 있음을 몸이 먼저 캐치한다. 목도리를 하지 않고 나온 게 후회스러울 정도다. 하늘 빛깔은 여전히 칙칙하다.

 

 

북촌 가는 길 초입에 호떡집 하나가 있다. 하지만 이놈의 호떡 먹는 일조차도 녹록지가 않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줄이 제법 긴 탓이다. 호떡이란 게 사실 대부분 거기서 거기겠지만, 왠지 이 녀석은 그 비주얼이 노릇노릇하니 상대적으로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따끈따끈한 게 필요했던 터라 선뜻 긴 줄에 합류하게 됐다. 기다림은 늘 달콤함으로 보상 받곤 한다. 받아든 호떡, 예상대로 맛은 고소하면서도 달달했다.

 

거리 곳곳, 그리고 골목 골목 입구마다, 사람들이 무더기로 무리지은 채 몰려 있었는데, 아마도 단체 관광객들인 듯싶다. 이곳 역시 중국인 관광객 천지다. 길가엔 이들의 입맛에 특화된 듯한 간이 음식점과 가판대가 즐비하다. 물론 불과 수년전엔 볼 수 없던 장면이다. 그런데 문어로 만든 꼬치 등을 보아 하니 문득 한 곳이 절로 떠오른다. 다름아닌 전주 한옥마을이다. 물론 북촌은 골목 안쪽까지 상가가 들어설 여지가 없는 탓에 전주 한옥마을에 비해 덜 혼잡스럽긴 하나,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이곳 또한 전주 마냥 변질되지 말란 법은 없잖겠는가. 

 

 

북촌에서 사람의 발길, 그리고 그림자가 닿지 않는 골목길을 실시간으로 만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때문에 사람을 피해 사진 찍는 일조차 어지간한 인내력을 발휘하지 않고선 힘든 과정이 돼버렸다. 

 

 

북촌의 골목길을 누비다 끝언저리에 도착하니 이런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실제로 눈에 들어오는 뷰는 훨씬 멋진데, 내 카메라가 워낙 출중(?)한 탓에 이를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는 점은 늘 한계이자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확실하진 않지만, 앞에 보이는 곳은 서촌이 아닐까 싶다. 아울러 저 뒤로 보이는 산은 아마도 북악산일 듯.. 



 

 

이곳이 북촌 8경 중 한 곳쯤 되려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 하며, 이곳을 그냥 지나치려는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며 온통 북새통이다. 사람들이 없다면 제법 그럴 듯한 뷰가 그려질 만한 곳인데, 그래서 더욱 아쉽다.

 

 

 

 

 

 

북촌은 실제로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한옥이 즐비한 데다, 근래에 인위적으로 꾸며진 게 아닌 과거부터 오랜 시간 자연스레 형성되었다는 사실, 아울러 상가시설이 들어설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건 전주 한옥마을과 차별화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전주 한옥마을은 이미 상업시설들로 점령당한 뒤라 그 가치와 존재의 취지마저 무색해진 지 오래다. 부디 북촌마을은 철저하게 관리하여 전주와 같은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서울에는 반나절만 투자해도 구경할 곳이 널렸다. 다만, 등하불명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귀차니즘이 이를 게을리할 뿐이다. 비록 아무런 목적이나 계획조차 없이 마구 돌아다니긴 하였으나, 다음번 마실의 분명한 목표를 정했다는 사실이 이번 마실을 통해 얻은 수확이라면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 조만간 북촌 8경에 도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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