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근이라는 이름 석자가 세상에 알려진 건 아마도 그가 고작 7살에 불과한 나이에 대학 수준 미적분을 풀고, 8살 때 대학을 입학한 '천재소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즈음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러니까 아마도 2000년대 초반 쯤? 올해가 2015년 하고도 끝언저리에 놓여 있으니 어느덧 그로부터 벌써 10여년이란 세월이 흐른 셈이다.
최근 송유근 군이 모 대학원대학에 진학하여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으로부터 전해졌다. 나로선 그에 대해 잊고 지내오던 터라 실로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송 군의 지도교수인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연구위원은 송 군이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UST) 박사 학위 논문심사를 최종 통과해 내년 2월 18세 3개월의 나이로 박사가 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최연소 박사라는 타이틀과 함께 전문 연구 요원으로 병역을 대체할 수 있는 혜택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게 된단다.
ⓒ노컷뉴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송유근 군이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에 실었던 논문이 표절이라는 이유를 근거로 철회되는 안타까운 사태가 빚어지고 말았다.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측은 25일 게재했던 송 군의 ‘선대칭, 비정상 블랙홀 자기권: 재고’라는 논문을 저작권 위반으로 판정한 것이다. 때문에 송 군은 'SCI급 국제학술지 게재'라는 UST의 박사 학위 졸업 자격을 상실했고, 내년 2월 만 18세 3개월의 최연소 박사학위 취득도 결국 물거품이 됐다. 이에 대해 송 군의 지도교수인 박석재 연구위원은 “저널 측의 조치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유근이는 내 지도를 받아 공부한 죄밖에 없는 만큼 모든 잘못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라고 밝혔다.
논란은 이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한다. "비록 표절이라는 판정을 받긴 했으나 송 군은 아직 나이가 어리고 지도교수의 가르침에 따라 빚어진 결과인 데다, 천재소년, 아울러 최연소 박사 타이틀이라는 조급증에 의한 결과물인 터라 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실수이니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다시 한 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북돋워주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
한편 이와는 대척점에 서있는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송유근 군의 표절은 학자로서 사망선고나 다름없고 그게 아니더라도 평생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녀야 하는 일종의 멍에가 되는 탓에 재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는 진짜 천재라기보다 미디어와 대중이 만들어낸 가짜 천재임이 이번 기회에 밝혀졌다. 아울러 학문적 성과는 나이와는 별개의 사안이기에 그가 어리다고 하여 면피가 되는 건 절대로 아니다"
참 어려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방끈이 짧은 데다 나의 전공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영역이라 그의 학문적 성과나 이번 논문에 대해 내가 가타부타할 성질의 것은 분명히 아니다. 한 마디로 주제 넘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내겐 이런 글을 쓰는 일조차 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행선을 달리는 작금의 사회적 논란이 자칫 유능한 인재가 될 수 있는 또 한 사람에게, 쓸 데 없는 관심과 주제 넘는 오지랖으로 인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싶어 이러한 글을 남기게 된다.
다소 냉정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학문적 성과에 나이를 들이댄다는 건 사실 어울릴 법하지 않은 일이다. 박사 과정 쯤 됐으면 나이를 떠나 적어도 본인이 연구하여 발표한 결과에 대해서 만큼은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마땅하다. 아울러 학문 연구 분야에도 다른 직종처럼 엄연히 윤리라는 게 존재할 테고, 표절이라는 행위는 어쩌면 가장 기본이랄 수 있는 연구 윤리를 망각한, 조금 심한 표현을 빌리자면 일종의 범죄 행위와 비견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어겼으니 여타의 학자들이 '부끄러워 할 일'이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송 군이 애초 천재와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는 양상이다. 2005년 송 군의 아버지로부터 비롯됐던 공기정화기 해프닝을 다시금 끄집어내며, 송 군의 주변인들과 미디어가 과대포장하여 내놓은 결과물이 다름아닌 '천재소년'이라는 타이틀이고 대중들은 그에 휘둘린 셈이라는 극단적인 표현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표절 해프닝을 빚은 작금의 논문에 대한 학문적 성과에 대해서도 결코 천재적인 면모를 찾을 수 없노라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평을 인용하며 송 군을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물론 학계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빚긴 했으나 그 과정을 복기해 볼 때, 이번 표절은 송유근 군 자신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천재소년을 바라보는 주변인들과 세인들, 미디어의 관심, 그리고 그러한 타이틀에 매우 걸맞는, 그럴 듯한 성과를 맞추려 한 일종의 조급증이 더해진, 우리 모두의 그릇된 기대감이 하나가 된 채 발현된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송 군의 지도교수가 이번 표절 결과의 잘못이 모두 자신에게 있다고 인정한 것 또한 그와 전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즉 어쩌면 이러한 결과가 있기까지 그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가 뛰어난 천재성을 지닌 인물이 분명하다면, 이렇듯 우리가 조급증을 내지 않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또한 그게 언제가 됐든 간에, 관련 성과물을 우리 앞에 선보이게 되는 날이 틀림없이 오게 될 테니 말이다.
ⓒKBS
아울러 학문적 성과는 오로지 논문으로 말해야 함이 맞고 나이와는 무관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결코 틀린 건 아니지만, 솔직히 송 군의 나이는 아직 성인이 아닌 탓에 모든 게 어설프고 실수가 잦을 수 밖에 없다. 아직은 아이에 불과한 송 군에게 지나친 비판과 독설은 차라리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보다 더욱 해로울지도 모른다. 사람이니까 누구든 실수란 있는 법이고, 게다가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 아직 성인이 아니라면, 그의 실수를 너그럽게 품을 줄 아는 아량도 때로는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른바 '송유근 까'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그렇다고 하여 옳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이럴수록 우리에겐 오히려 한 발자욱 뒤로 물러나 조용히 관조하는 태도가 절실하지 않을까?
모든 게 불확실한 세상에서 그나마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분명한 한 가지는, 작금의 송유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송유근 그 자신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송 군은 이제 언론과 대중들이 붙여준 '천재소년'이라는 타이틀로부터 스스로 벗어날 때가 됐다. 인터뷰에서도 그가 스스로 밝혔듯 자신이 연구한 학문적 성과를 내보임으로써 '천재 송유근'이 아닌 '과학자 송유근'임을 입증하는 방법이야말로 그를 둘러싼 온갖 논란과 의혹으로부터 벗어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테다. 아울러 우린 송 군이 과학자로서의 길을 올바로 걸을 수 있도록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자. 지금과 같은 설레발이나 지나친 오지랖은 금물이다. 끝으로 그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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