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헬조선 바꾸자던 청년세대의 울분은 어디로?

새 날 2015. 10. 2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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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재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또 다시 새누리당의 압승이다. 공천을 준 20곳 중 15곳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특히 민심의 잣대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지역 10곳 중 9곳에서 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뒀다는 건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광역의원 단 2석만 겨우 건지며 완패하고 말았다. 이로써 광역의원의 정당 비율은 3대6 에서 7대2, 새누리당의 절대 우위로 그 지형이 바뀌게 됐다.

 

물론 이번 재보선은 국회의원 선거가 단 한 곳도 없는 소규모에 불과하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크지 않은 선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소홀히 하거나 결과에 대해 애써 축소하여 받아들이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선 절대로 안 될 노릇이다. 왜냐하면 내년 총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두고 열린 재보선이니 만큼 민심의 향배와 앞으로 전개될 총선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새누리당이 거둔 승리의 의미는 상당하다. 반대로 야당의 패배는 그 어느 때보다 뼈아프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보다 확실한 추진 동력을 얻게 된 정부와 새누리당은 겹경사를 맞은 결과와 진배없다. 국정화 반대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이는 그러한 분위기 확산에 찬물을 끼얹으며 국정화 추진에 더욱 힘을 보태는 역할을 톡톡히 할 테니 말이다. 반면, 국정화 반대를 주장해 오던 진영엔 결정적인 한 방으로 와닿을 전망이다.

 

더구나 2000년 이래 최저치라는 20.1%의 저조한 투표율에선 최근 헬조선이라는 자기 비하적 신조어까지 생산해내며 우리 사회를 바꿔야한다고 한껏 목소리를 높여 오던 청년들의 흔적 따위를 찾을래야 찾아볼 수가 없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이젠 직장 때문에 바빠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건 모두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사전투표제라는 제도는 그저 허울로 존재하는 게 아닌 탓이다. 물론 그마저도 몰랐다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헬조선이라는 젊은이들의 자기비하적 표현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도무지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자포자기적 현상이다. 젊은 세대여, 그렇다고 하여 투표마저 자포자기할 셈인가? 자기비하적 표현이 봇물을 이룬다는 건 결국 사회 변혁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방증 아니었던가? 부패한 정치집단이 우리 사회를 장악한 채 정치 혐오와 정치 실종 현상을 빚어내며 청년세대를 작금의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 아니었나? 심지어 자신들의 무능과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모순이 더해진 결과인 헬조선 현상을 역사 교과서 탓으로 돌리는 만행마저 서슴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렇게 절실할 것만 같아 보였던 청년들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자 첩경이 될 선거 앞에서 정작 자신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권리를 내차버리고 만다. 헬조선을 말할 때엔 우리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에 대해 요목조목 잘도 짚어내던 젊은이들이 어째서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하게 펼칠 수 있는 기회이자 권리 앞에선 이토록 철저하게 외면하고 마는지 답답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결혼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데다, 아이도 낳지 않은 채 인간관계마저 끊어야 하는 등 n포세대의 절규는 모두 어디로 간 것인가.

 

ⓒ국민일보

 

아울러 국민 여론에는 아랑곳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는 집권세력의 국정화 강행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 않았던가? 가뜩이나 콘크리트 지지율 하나에 의지한 채 폭주하고 있는 집권세력에게 유일하면서도 가장 합법적인 방식의 국민 저항과 불복종의 기회를 왜 이런 식으로 방치하고 마는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언론들이 내놓은 전망은 한결 같다. 집권세력이 국정화 강행에 대한 추동력을 확실하게 얻은 결과라는 것, 그렇다. 젊은 세대의 투표 외면은 저들의 모난 행동에 더욱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자, 헬조선으로부터 벗어날 길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 이거 하나 만큼은 명확하다.

 

젊은 세대여, 헬조선을 언급하며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그동안의 절규와 패기는 모두 어디로 갔나? 이 또한 그저 말뿐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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