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장애에 대한 편견을 거두려면

새 날 2015. 10. 2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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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장애인 시설 건립이 주민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동대문구에 위치한 성일중학교 내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훈련센터를 세우기로 하고 공사에 들어갔는데,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불과 며칠만에 공사가 중단됐다고 한다. 주민들은 발달장애인들이 돌변하여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표면적 이유를 내세운 채 반대하고 있으나 진짜 속내는 장애인 시설로 인해 집값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심지어 차라리 쓰레기장이 들어오는 게 낫다는 등의 거친 언사마저 오가는 걸로 봐선 장애인을 향한 평소 이들의 시각이 어느 정도에 이르고 있는지를 가늠케 한다.

 

국민의 80%가 공익을 위한 혐오시설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는 꽤나 충격적이다. 자신의 거주 지역에 화장장이나 하수처리장, 화장장 등의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이른바 님비 현상이 어느덧 일정 수준을 넘어 장애인 시설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니 말이다. 비록 한 가지 사례를 예로 들었지만,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 사회의 장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의 벽이 얼마나 두터운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2013년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5%에 이르며. 인구수로는 총 10억명에 달한다고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장애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우가 있고, 교통사고 등 각종 사고의 휴유증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얻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즉 이는 너와 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에게 언제든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장애인을 향한 색안경은 곧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 내지 우리 이웃 모두에 대한 편견에 다름아니다.



다행히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시도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두 가지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영화를 이루는 핵심 요소는 다름아닌 화면과 소리일 테다. 이를 온전히 즐길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장벽을 없애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이른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가 근래 잇따라 개봉되고 있다. 배리어프리 영화란 자막 해설과 음성 해설을 추가하여 시청각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함께 감상할 수 있게 제작된 영화를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2011년 상영된 ‘블라인드’가 최초의 배리어프리 영화이며, 다음 해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이 국내 최초로 배리어프리 버전을 일반 버전과 함께 동시에 개봉한 바 있다.

 

아이들 놀이터에도 변화의 조짐이 읽힌다.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 모두를 고려한 이른바 '무장애통합놀이터'가 국내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무장애통합놀이터는 이름에서 짐작케 하듯, 비장애 아동 위주로 만들어진 기존 놀이터 대신 장애와 비장애 아동들이 함께 놀고 어울릴 수 있도록 고안된 놀이터다. 즉 장애인 전용 놀이터와는 엄연히 다른 구조다. 최초의 무장애통합놀이터는 오는 12월 서울 어린이대공원 내에 약 2800㎡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전국적인 확산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뉴시스

 

배리어프리 영화나 무장애통합놀이터와 같은 실험이 중요한 이유는, 같은 공간에서 늘 숨을 쉬며 살아가는 15%에 해당하는 이웃인 장애인들을 마치 유별난 사람으로 바라보거나 취급하는 편견을 지닌 채 그들을 대우하고 선을 긋기보다 우리가 생활하며 살아가는 모든 공간과 제도 속에서 특별한 의식 없이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늘 함께하며 어울릴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나가려는 노력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 언급했던 장애인 시설 얘기로 돌아와 보자. 교육부에 따르면 특수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이 현재 9만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30% 정도만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단다.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들마저 님비 현상에 막혀 제대로 건립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들에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해주고 이를 지원해주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일이 그들에 대한 물질적 지원보다 앞서야 한다. 그래야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장애인 시설에 대한 님비 현상 따위를 막을 수가 있다. 이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레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때문에 이제 첫 걸음을 떼는 장애 비장애를 아우르는 각종 사회적 노력들은 결국 장애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깨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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