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안전사고 예방의 중요성 일깨운 상주터널사고

새 날 2015. 10. 2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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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낮 12시 10분경 경북 상주시 낙동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 방면 상주터널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짐칸에 시너통을 가득 실은 3.5t 화물차가 오른쪽으로 넘어지며 벽을 들이받아 시너통이 폭발, 화재가 발생한 것인데요. 이 사고로 인해 불이 다른 차량으로 번지면서 모두 11대의 차량이 전소됐고, 22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반 도로가 아닌 터널 안에서의 사고라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습니다만, 시민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를 줄여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특히 사고 당시 터널 안에는 수학여행지로 향하던 버스 두 대에 초등학생과 교사 등 70명이 나눠 타고 있던 상황인데요. 이들 모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해당 버스에 함께 동행한 119 특수구조단 소속 소방관 2명의 통제 하에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만에 하나 소방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터널이라는 폐쇄된 공간이 불러오는 극도의 공포감과 혼란 때문에라도 아이들은 우왕좌왕하며 지금보다 피해를 더욱 키웠을 가능성이 높아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수학여행에서의 소방관 동행은 다소 생경한 모습입니다만, 사실 이는 지난해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가 만들어놓은 풍경입니다. 서울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안전한 수학여행을 위해 119 구급대원 수학여행 동행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소방관이 수학여행을 따라다니며 사전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응급상황 발생 때에는 구호요원으로서 활동하도록 한 것입니다.

 

올해 총 41개 학교가 이를 신청했고 82명의 구급대원이 동행할 만큼 교육 주체들의 호응은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서울시가 교직원 학생 학부모 16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안전관리 실효성에 92.5%, 프로그램 유지에 90.6%가 긍정적으로 답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119 구급대원 동행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소방관들의 실질적인 업무 부담이 늘고 있는 점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고된 업무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일선 소방관들의 입장에서는 수학여행까지 차출되면서 가중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이번에 모처럼 좋은 성과를 보인 덕분에 향후 119 구급대원 동행 프로그램이 인기몰이를 하며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안게 된 것입니다.

 

이번 상주터널사고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그를 불식시키기 위한 막연한 사전대비의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닌,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과 실제로 맞닥뜨리게 될 때 사전 대비 노력들이 어떠한 도움으로 와닿을 수 있으며, 어떻게 실질적인 효과로 반영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입증해 보인 셈입니다.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에 나설 때면, 주변에서 흔히들 뭘 그렇게까지 호들갑이냐며 이를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우리에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안전 불감증은 우리만의 쉽게 변하지 않는 특성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결과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며 숱하게 부르짖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참사가 생활 공간 곳곳에서 여전히 빚어져 온 상황이 입증하고 있습니다.

 

ⓒ국민일보

 

일례로 지난해 10월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가 벌어진 뒤 환풍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도로 경계로부터 2m 이상 떨어지게 설치해야 하는 등 설치지침이 정해지긴 했습니다만, 환기구 채광시설에 대해선 별도로 마련된 게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와 관련한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안양의 한 아파트 환기시설에서 9살 초등학생이 10m 아래로 추락해 숨진 것입니다. 물론 환기구 채광시설이 안전점검 전수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탓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태가 반영된 결과로 보여집니다.

 

이렇듯 우리의 안전은 여전히 생활 공간 도처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119 구급대원 동행 프로그램은 지난해 제주도로의 수학여행을 위해 부푼 마음 달래며 세월호에 탔던 우리 아이들의 고귀한 희생에 보답코자 만들어진 작은 사회적 노력 중 하나입니다. 비록 작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비로소 결실로 맺어지는 느낌이라 그 어느 경우보다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이번 상주터널사고는 안전사고와 관련한 대비는 아무리 과하다 싶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음을, 아울러 현재의 삶을 온전하게 누리기 위해선 그에 상응한 노력이 뒤따라야 함을 절실히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이제는 별이 되어 있을 세월호의 아이들을 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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