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야당을 향한 대중들의 이유 있는 외면

새 날 2015. 10. 2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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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재보궐선거에서 야당은 또 다시 참패했다. 연전 연패다. 혹자는 국회의원도 아닌 지역 일꾼을 뽑는 겨우 20석에 불과한 재보궐선거인 데다, 투표율 20.1%가 말해주듯 대중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는 선거인 터라 굳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곤 한다. 물론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때문에 현 집권세력이 마치 전체 민의를 담은 결과이기라도 하듯 이번 선거의 승리를 명분으로 지금처럼 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 독주를 꿈꾼다면 그 또한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치란 물의 흐름과 같은 것, 여론의 향배와 대중의 지지도 그리고 정국 현안에 따라 그 흐름을 타는 법이다. 분위기를 누가 주도하는가는 전적으로 당시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분명한 건 이렇듯 선거라는 이벤트가 존재할 때엔 당연히 선거 판세와 그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을 테다. 현재의 정국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강행이 가장 큰 이슈다. 야권과 사회 일각에서는 이의 강행을 막기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선거 결과는 이러한 움직임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거는 모양새로 읽힌다.

 

ⓒ연합뉴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선거의 중요성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일 테고, 때문에 이번 재보선 패배는 너무도 뼈아프게 다가온다. 그런데 선거 패배만으로도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이후 야당이 보이고 있는 움직임은 그야말로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국정화 반대 투쟁으로 접어든 이후 계파간 갈등이 수면 아래로 잦아드나 싶더니 선거가 끝나자마자 또 다시 당내 일각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이번 참패는 또한번의 충격이다. 작은 선거라고 변명하지 말고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기회를 놓지면 정권교체도 물건너 간다. 문 대표님, 결단을 하십시오"라고 말하며 사실상 문재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한길 전 대표 역시 "우리 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총선을 앞두고 걱정이 더 깊다"고 했으며, 안철수 전 대표도 벌언에 동참했다. 그는 "더 강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들을 느끼게 해준 결과다. 지금 이 상태로 총선 공천작업만 한다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먼저 우리 당이 바뀌고 거기에 따라 국민 신뢰를 회복한 다음에 공천작업을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를 빌미로 일제히 문재인 대표 흔들기에 나선 셈이다. 이들의 주장을 놓고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보류하자. 그보다는 오히려 새누리당은 왜 연전 연승을 거듭하고 있고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왜 연패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각기 보여주고 있는 해당 정당만의 고유 패턴을 통해 이를 살펴 봐야 할 듯싶다. 알다시피 정당이란 권력을 잡기 위해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만든 집단이다. 물론 같은 뜻을 바라본다 해도 방법론에 따라, 아울러 구심점을 이루는 인물이 누구냐에 따라 다양한 정파로 나뉜 채 구성되는 게 일반적인 형태일 테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라고 하여 계파간 다툼이 전혀 없느냐 하면 물론 그렇지가 않다. 최근까지만 해도 내년 총선 공천 갈등을 둘러싸고 친박계와 비박계간 피말리는 신경전을 벌이거나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 국면까지 치달은 바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그러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엔 언제 그랬냐는듯이 일치단결, 하나가 되곤 한다. 이들만의 기가 막힌 행동 기제이다. 얼마전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간 갈등이 표면화되었다가도 국정화 강행 국면으로 접어들자 오히려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그들이며, 이러한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선거로 이어지자 더욱 단결된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승리를 거머쥐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밖에 정국을 헤쳐나가는 이들의 전략이야 뭐 삼척동자도 알 정도로 뛰어나니 언급해 봐야 입만 아플 지경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 부재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폭넓은 스펙트럼에, 무척 다양한 성향의 인물들로 구성된 탓인지 새누리당과 같은 단결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까 싶다. 국정화 국면에서조차 안철수 전 대표가 낡은 진보의 청산을 요구하는 등 엇박자를 내더니 국정화 논란이 더욱 거세지자 간신히 하나로 뭉치는 듯싶다가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또 다시 각 계파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가뜩이나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이를 분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이번 재보궐선거 투표율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20.1%라는 극히 저조한 투표율은, 물론 투표일이 평일이었고 대중들의 관심으로부터 먼 재보궐선거인 탓이 크긴 하지만, 그보다는 젊은 층의 외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으리라 짐작되는 상황이다.

 

근래 헬조선을 외치며 현실의 어려움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정치 혐오를 드러낸 채 유일한 의사 표현 창구라 할 수 있는 투표마저 외면하고 있는 현상은, 다름아닌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해줄 만한 대안세력의 부재 탓이다. 이들에게 있어 현재의 야권은 전혀 선택 내지 고려의 대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박지원 의원이나 김한길, 안철수 의원의 주장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앞서 자신들의 야권 분열 행동이 오히려 오늘날 젊은이들의 정치 혐오를 더욱 부추기고 선거장에 나오지 않게 만든 주범은 아닐는지 곰곰이 되씹어 봐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야당은 지금 분열할 때가 아니다. 국정화 이슈를 통해 다시 한 번 의기투합, 에너지를 모으고 이번 선거 패배를 자양분 삼아 더욱 분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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