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4월의 폭탄' 건보료 정산에 화가 나는 이유

새 날 2015. 4. 2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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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건강보험재정 수입은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와 정부가 지원하는 정부지원액으로 구성된다.  국민은 자신의 실제 수입액 기준으로 건보료를 납부해야 하고, 정부는 국민이 내는 건보료 수입을 추계하여 나온 예상수입액의 20%를 부담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정부가 건보료 예상수입액을 낮게 추계할수록 정부 부담액은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로 정부는 그동안 이와 같은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해 지원액을 적게 부담해 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직장인에겐 이른바 '4월의 폭탄'으로 불리던 지난해 건보료 정산액이 이번달 급여 통장으로부터 빠져나갔다.  778만 명의 직장인이 평균 12만4천 원씩을 추가로 부담한 셈이다.  회사와 개인의 정산액을 모두 합치면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의 결과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실제 수입액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책정한 뒤 그에 맞도록 정산한 탓이다.  이에 반해 정부는 실제 수입액이 아닌 예상수입액 기준으로 정부 지원금을 부담한 덕분에 지난해 2조원 가량을 덜 낼 수 있었단다.  

 

머니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정부는 국민보다 2012년 1조9348억원, 2013년 2조70억원, 2014년 2조39억원을 덜 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2조원이면 직장인과 지역가입자의 전체 건보료를 적어도 4% 이상 낮출 수 있는 액수에 해당한다.  한 마디로 국민으로부터는 실제 수입액에 맞춰 납부할 것을 강요하며 추가 정산액까지 단 한 푼의 오차 없이 탈탈 털어가 놓고, 정작 정부는 예상수입액을 적게 추계하는 방식으로 지원금을 줄여 왔던 셈이다. 

 

ⓒ뉴스1

 

'4월의 폭탄'에 화가 나는 이유는 비단 예기치 못한 돈이 추가로 빠져나간 때문만은 아니다.  정산액 추가 부담은 소득 증가를 의미하는 일일 테고, 지난해 실제로 벌어들인 수입액 기준과의 차액을 보전함이 목적이라고 하니, 차라리 기분 좋게 납부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러나 개인이나 회사는 실제 수입액 기준으로 건보료를 온전히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 홀로 예상수입액이란 모호한 기준을 들어 지원액 부담을 스스로 줄여 왔다는 대목에서는 화가 절로 난다.  국민에 대한 정부의 배려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던 터라 무엇보다 씁쓸하다.

 

일각에서는 형평성을 논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이라는 특수 관계 앞에서 무슨 형평성을 언급해야 하나 싶다.  정부는 오롯이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주체 아니었던가.  적어도 올바른 정부라면 오히려 자신들의 지원 액수를 최대한 늘리고 그의 반대급부로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정책의 방점을 찍어야 함이 옳지 않을까? 

 

가뜩이나 건강보험료는 부과 체계의 불합리성 때문에 그동안 사회 일각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개선이 요구돼 오던 터다.  지난 1월 정부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 추진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따가운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만 했다.  현재 이와 관련한 당정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과 체계 개편을 통한 형평성 논란을 하루 속히 일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시간 끌기로 일관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과 정부의 부담 기준이 각기 달라 빚어지고 있는 또 다른 형태의 형평성 논란은 - 앞서도 언급했듯 실은 국가와 국민 사이에서 형평성은 무척이나 모호한 개념이지만 말이다 - 현재 정부가 국민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를 여실히 입증해 보이는 잣대다.  물론 정부의 국민 괄시(?) 행태는 비단 이번 건만이 아니지만 말이다.  가장 비근한 사례로 담뱃값 인상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 근거로 제시한 국민건강증진은 모두 허튼 소리에 불과했으며, 결과적으로 세금 인상 효과만 톡톡히 누리고 있지 않은가.  

 

지난 정부는 국민의 피 같은 혈세를 멀쩡한 강 바닥을 파헤치거나 헤집어놓는 일에 쏟아부은 채 역사에 길이 남을 한국형 녹색 뉴딜 정책이었노라며 자화자찬하기 바쁘고, 아울러 자원외교를 벌인답시고 해외로 나가 가뜩이나 부족한 국가 재정을 아예 파탄나게 하더니, 이번 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그로 인한 재정 악화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국민을 우습게 생각해서인지 몰라도 국민들의 얄팍한 지갑마저 노리며 이를 탈탈 털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쓸 데 없는 곳에 국가 돈을 마구잡이로 쓰고 나니 정부의 곳간이 비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일 테고, 결국 하다하다 이젠 가장 만만한 국민의 호주머니까지 노리고 나선 상황이 아니면 그 무엇이겠는가.  물론 우리 손으로 뽑은 행정부 수반이니 스스로의 업보를 달게 받아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노릇이겠지만, 그래도 이쯤되면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아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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