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시민을 향한 경찰의 극과 극 상반된 두 시선

새 날 2015. 4. 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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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휠체어를 탄 장애인 몇 명을 경찰들이 에워싼 사진 한 장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물론 이러한 광경은 우리에겐 무척 낯익은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에도 유가족들을 에워쌌으니, 장애인의 날 장애인을 둘러싸는 일쯤이야 그다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겐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AFP의 자일스 헤윗이라는 외국인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러한 내용을 올려 널리 퍼뜨렸고, 그 바람에 우리 경찰이 국제적인 망신을 톡톡히 사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국민일보

 

이를 본 한 외국인의 지적은 뼈아프다.  경찰이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대해 언급하고 나선 탓이다.  이미지 속 경찰들은 장애인들을 둘러싼 채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애초 이들을 보호할 목적이었다면 그들을 등진 채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야 함이 옳다는 지적이다.  장애인들 입장에선 수십명의 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위압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즉 우리 경찰은 장애인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보호하려는 목적보다 그들을 폭도로 간주한 채 그에 맞대응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사진 한 장만으로 현장에서 벌어졌던 전후 사정 모두를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당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연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혹여 이미지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사연이 있다 한들, 사실 이러한 현실이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라는 데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가장 최근의 사례만 일부 살펴 봐도 우리 경찰이 그동안 어떠한 태도로 일관해 왔는지 확인 가능하기 때문이다. 



같은 날 장애인 집회 현장에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서울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의 사례와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집회에서 행해졌던 도심 봉쇄 및 시민을 향한 과잉 대응은 경찰의 시민에 대한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시민을 보호하고, 특히 약자 편에 서서 그들의 지팡이가 되려 하기보다 시민 위에 군림하며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실상 현재 우리 경찰의 민낯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칠기 짝이 없다.  

 

하지만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명분 삼아 권력의 입맛에 따라 공권력의 쓰임새가 그때그때 달라지는 상황이라면 올바른 제 역할을 한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때마침 최근 경찰이 보여 온 행태와 극적으로 대비되는 훈훈한 사례가 알려져 화제다.  이번에도 이미지 한 장이 모든 상황을 말해 준다.  아래의 이미지를 한 번 보자.   

 

ⓒ국민일보

 

따돌림 때문에 마포대교 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한 여고생 앞에, 여순경 한 명이 쏟아지는 비를 온전히 맞으며 달려와 쪼그려 앉은 채 눈높이를 최대한 낮추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어 결국 마음을 돌리게 했다는 사연이 인터넷에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 여순경은 경찰이 된 지 불과 4개월에 불과한 새내기란다.  무엇보다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위해 무릎을 꿇은 채 눈높이를 한껏 낮춘 모습이 인상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는 장애인을 둘러싸고 위압적인 자세로 그들을 바라보던 경찰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아닌가.  아울러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시민들의 추모마저도 차벽으로 원천봉쇄했던 경찰들과도 전혀 다르지 않은가.  시민의 편에 서서 그들을 도와주거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일이 사실 그리 거창한 게 아님을 이 여순경이 제대로 보여 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  최근 경찰의 모습은 적잖이 실망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우리 경찰이 진정한 시민의 벗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 여순경의 선행 이미지 한 장이 대변한다.  차벽과 경찰차로 봉쇄하고, 시민을 폭도로 간주한 채 에워싸 그들을 위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이 능사가 아니라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아니 더욱 낮춘 채 그들의 아픈 곳과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 헤아리며 다가설 때만이 경찰이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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