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김영란법 통과, 투명사회 토대 되길

새 날 2015. 3. 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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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우여곡절 끝에 3일 국회에서 최종 통과됐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2년 8월 해당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929일만의 일입니다.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가 또는 재력가들로부터 금전, 향응 등의 불법적 상납을 받아온 이른바 '스폰서검사' 등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 관행을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명분으로부터 시작된 입법은 공직자뿐 아니라 언론사 임직원과 사립학교 교원 등으로까지 그 적용 대상 범위의 폭을 대거 넓혔습니다.


어렵사리 통과된 이번 법안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잡은 접대와 청탁 문화를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국민 여론에 힘입은 바 큽니다.  일부 의원들은 위헌성이 있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문제가 많음에도 이러한 여론 때문에 통과시키게 됐다며 선정적인 포퓰리즘에 사로잡힌 결과라는 자괴감을 드러내놓거나 반성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초 법안이 제출된 지 무려 1000일 가까이 지난 시점까지 정치권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상황입니다.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김영란법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41명만 "원안 통과에 찬성한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국민은 김영란법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척결의 토대로 생각하고 있지만, 의원들은 역으로 이를 반대하고 있거나 아예 관심이 없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이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된 것은 지난해 상반기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회 법사위가 지난해 6월 김영란법 원안을 놓고 옥신각신하다 하반기 국회로 미룬 바 있습니다만, 이후 논의조차 없었던 겁니다.  이랬던 정치권이 충분한 시간을 갖지 않은 채 섣불리 법을 통과시켰다며 하소연하는 것은 결국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들의 본질은 김영란법 통과 당시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국회의원의 활동에 대해서 만큼은 한층 느슨하게 적용하는 등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상당 부분 뺀 대목으로부터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노컷뉴스

 

재계에서도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수 위축과 경제 활성화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 내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일례로 주류업계나 대형음식점을 비롯 호텔, 골프업계, 백화점 등 유통 레저 관련 분야를 망라한 서비스 시장의 위축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재계가 그동안 위에서 언급한 업종을 통해 광범위한 청탁과 부정부패 행위를 일삼아왔노라는 고해성사를 한 결과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 법이 종국엔 우리 사회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어 경제에 득이 되면 됐지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볼 때 과도한 접대 문화가 사라지게 될 경우 보다 공정한 룰 속에서의 경쟁이 가능해져 우리 경제의 균형감 있는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 밖에 언론계와 법조계 전반에서의 우려의 목소리 또한 상당합니다.  물론 그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결코 기우만은 아닐 것입니다.  일례로 기존보다 강력한 권한이 경찰과 검찰에 부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검경의 권한 남용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언제라도 공직자와 정치인 그리고 언론인 등에 대한 표적 사정에 나설 수 있게 됩니다.  현재도 자의적인 법 적용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해오던 검경이었기에 언론 길들이기를 통한 언론 자유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며, 최악의 경우 이들이 항시 국민생활을 감시하거나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말라는 법이 결코 없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 통과를 환영할 수밖에 없는 건 비록 논란이 되는 사안이 다소 있다 하더라도 우선 법 통과가 주는 상징성에 손가락을 높이 치켜세워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어렵사리 통과된 법인 데다 논란이 일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은 차후 보완하면 될 문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결국 정치권이 그동안 자신들의 책무를 방기한 데 따른 결과물일 테니 그들 스스로 결자해지에 나서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김영란법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갈망과 국민 여론이 비등했음은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가 만연돼왔음을 대변하는 것일 테고, 어떡하든 이러한 나쁜 관행을 뿌리 뽑기 바라는 국민의 여망이 오롯이 해당 법안에 담겨있음을 의미합니다.  그 만큼 해당 법의 상징성이 크다는 방증입니다.  김영란법의 통과는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부정부패라는 악의 사슬을 끊고 투명한 사회로 가기 위한, 커다란 보폭을 내딛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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