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미 대사 피습 사건, 결코 묵과할 수 없는 폭력행위

새 날 2015. 3. 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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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테러를 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말 불행한 사건입니다.  5일 오전 그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민화협 행사 참석 도중 우리마당 대표로 알려진 김기종 씨로부터 피습을 당해 얼굴 등을 크게 다친 것입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서 주한 외교사절에게 테러가 가해진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인지라 모두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범행 동기나 배후 여부는 수사 진척 상황을 조금 더 지켜 봐야 자세한 전모가 드러날 것이라 판단됩니다.  다만, 현재까지 언론에 알려진 바로는 최근 시작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을 중단시키기 위함이 피습 목적이었으며 이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했노라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폭력은 그 어떠한 경우라 해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입니다.  혹여 자신의 주의 주장이 옳을지언정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폭력이라는 야만스러운 도구를 사용한 데 대해선 우리 사회가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식으로든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테러 행위를 자행한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과오였음을 각인시킬 필요성이 엿보입니다. 

 

피습 행위를 저지른 그가 평소 남북한의 긴장 완화와 평화를 바랐던 사람이라면 수단이 더더욱 그에 부합했어야 함이 옳습니다.  평화를 주장하는 사람이 전혀 평화롭지 않은 방법으로 이를 관철하려 했으니,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의 여파로 인해 자칫 비슷한 논리를 펴는 모든 주의 주장들마저 정당성이 크게 훼손되는 게 아닐까 싶어 노파심마저 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보편타당한 상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테러 행위이자 천인공노할 만행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하필 한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 국가 대사를 피습했냐며 이번 일로 한미 동맹이 크게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습니다만, 피습을 당한 사람이 비단 미국 대사이기 때문에 이를 성토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한 국가 및 국가 원수의 권위를 대표하여 우리나라에 파견된 대사에게 테러를 가한 것은 결국 해당 국가 및 원수에 대한 해코지로 받아들여지는 터라 더욱 심각한 상황이긴 합니다만, 혹여 그 대상이 누가 되었든 폭력 행위가 용납되어선 결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인(要人)에 대한 경호를 소홀히 한 정부의 책임 역시 피해가긴 어려워 보입니다.  범행을 저지른 김기종 씨는 과거 일본 대사 피습 전력이 있던 테러 요주의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경찰의 관리 감독이 소홀했던 대목으로 읽힙니다.  물론 경찰이 경호하는 인물은 관련법과 내부규정에 따라 경찰청장이 경호 필요성을 인정하는 외빈으로 한정되는 데다 그동안 외국인이 지정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 대사 역시 요인보호 대상자가 아니었으며, 대사관 측으로부터 별도의 경호 요청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의 "과거사를 덮고 가자"라고 한 망언으로 인해 반미 기류가 한층 고조되어가던 시점이라 사전에 이와 같은 분위기에 걸맞는, 보다 강화된 경호 대책은 반드시 필요했던 상황으로 읽힙니다.  결과적으로 이날 행사장에서는 길이 25㎝의 과도를 소지한 채 입장하는 테러범을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으며, 때문에 이와 같은 끔찍한 피습 행위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경찰은 이날 피습사건이 터지자 뒤늦게 부랴부랴 주한 외교사절과 공관 시설에 대한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습니다만, 전형적인 사후약방문격 아닌가 싶어 씁쓸하기만 합니다.

 

한편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김기종 씨를 종북세력으로 단정지은 채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애국보수를 자처하는 세력들 역시 그에 동조하고 나섰습니다.  또 다시 우리 사회를 이분법의 진영논리로 몰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테러범임은 분명합니다만, 그의 복잡다단한 성향을 놓고 보건대 특정 이념으로 치우쳐있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섣부른 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하여 다시금 예의 종북몰이에 나서는 행태는 우리 사회의 잠재돼있던 해묵은 갈등 요소를 깨우는 결과에 불과한지라 가뜩이나 혼탁한 상황에 혼란스러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단초 역할만을 할 뿐입니다. 

 

그동안 우린 비슷한 류의 폭력 사태가 다시는 벌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가장 최근엔 신은미 황선 씨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벌어진 백색테러 행위를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 또 다시 빚어진 이번 테러 행위는 우리 사회 역시 테러에 관한 한 안전 지대가 아님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회 불안 요소 중 하나로 키워가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테러 행위를 저지른 범죄자들에겐 최대한 무거운 형벌을 가해 어딘가 음습한 곳에서 키우고 있을지도 모를 또 다른 테러 행위에 대한 욕구를 원천 차단시켜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국내 요인은 물론이거니와 대사를 비롯한 외국의 주요 요인에 대한 경호를 더욱 강화시켜 나가야 할 필요성이 엿보입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괴한이 대사의 얼굴을 칼로 공격할 만큼 가까이 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 라며 반복적으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미국 CNN 앵커의 따끔한 일침을 가벼이 흘려 들어선 안 될 노릇입니다.  국가와 국가 간 신뢰에 관한 사안이기에 불안과 불신의 시선을 불식시키는 일은 결국 정부가 나서서 극복해야 할 몫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이번 테러 행위에 대한 배후가 있다면 다시는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이를 발본색원해야 하는 게 분명 맞습니다만, 거꾸로 이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의 섣부른 움직임에 대해선 엄연히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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