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비행기 소주 판매.. 과연 괜찮을까?

새 날 2015. 2. 25. 11:29
반응형

국내 한 저가 항공사가 3월부터 비행기에서 소주를 판매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판매되는 소주는 220ml 팩의 형태이며, 1인당 한 개의 수량만 구입 가능토록 제한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런 수량 제한은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왜냐면 동승한 이에게, 혹은 그도 여의치 않을 경우 주변인들에게 부탁하여 한 개 이상을 구입하는 건 사실상 식은 죽 먹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기존에 와인이나 맥주 등의 주류를 기내에서 팔아왔던 터라 굳이 소주라고 하여 안 된다는 원칙 따위는 절대 없습니다.  모름지기 성인인 승객이 자신의 의지에 의해 기호품을 구입하여 이를 소비하겠다는데 이를 제지할 권한은 아무에게도 주어져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아무리 사소한 사안이라 해도 무언가 개인의 자유 의지에 자꾸만 제재를 가하거나 제약을 두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스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소주의 경우는 와인이나 맥주와는 차원이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우선 알콜 도수가 한 자리 숫자에 불과한 여타의 주류와는 달리 소주는 무려 두 자리 숫자에 이르기에 적은 양으로도 금방 취기가 오르기 마련입니다.  취객으로 인해 주변인들에게 미칠 소소한 민폐도 걱정입니다만, 그보다는 운항 중인 비행기란 지상으로부터 수십킬로미터의 높이에 이르는 상공 어딘가에서 나홀로 외로이 떠다니고 있을 독립된 기체이거늘 자칫 한껏 오른 취기 때문에 벌어질지도 모를 취객의 주사 등 난동 따위가 우려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가장 비근한 예로 바비킴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바비킴은 지난 7일 인천발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대한항공 소속 KE023편 기내에서 1시간 가량 난동을 부렸던 걸로 전해집니다.  물론 정확한 전모는 더 밝혀져야 할 테지만 술에 취한 그는 여 승무원의 허리를 끌어안거나 팔을 만지는 등 성추행마저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달 땅콩회항 사태를 일으켰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역시 기내 탑승 전 소량의 와인을 마셨던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내에서의 취객 난동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전해지는 단골 뉴스 중 하나입니다.

 

ⓒ경향신문

 

물론 운항단가를 낮추는 대신 항공기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고, 각종 부대 서비스를 유료 옵션으로 제공하여 수익을 얻는 저가 항공사들만의 사업 특성상 부가 수익 창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저렴한 요금 대신 별도의 서비스를 통해 수입을 올리겠다는 전략인 것입니다.  정작 서비스의 핵심이랄 수 있는 운임에서의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 보니 이것 저것 팔아야 할 테고, 그러다 보니 소주 판매에까지 눈독을 들이게 된 것 같습니다. 



결국 이번 논란의 본질은 돈 문제로 귀결되는 모양새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위법 행위가 아닌 이상 법의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돈벌이 수단을 최대한 가용하는 행위에 대해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항공사가 잘 되어야 그 혜택이 고객들에게도 골고루 돌아갈 테니 이를 만류할 사람 역시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항공 운항 서비스는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사업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공공의 복리를 위해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라는 성격이 짙기에 공익적인 차원이 먼저 고려되어야 함이 옳습니다. 

 

그렇지 않고 지나치게 돈만을 앞세울 경우 어떠한 참사가 빚어질 수 있는지 우린 숱하게 봐 왔습니다.  다소 극단적일 수 있겠거니와 성격이 다소 다를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가장 최근의 사례로써 군 부대에서 불거진 불량 방탄복 사건이 이를 극명하게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금품수수를 대가로 방탄복이 불량인 줄 알면서도 군 임무 수행에 적합한 것처럼 시험 결과보고서를 조작하여 특수부대원들에게 불량 방탄복을 지급한 채 이들의 생명마저 위험에 빠뜨리게 했던 충격적인 사건은, 돈 앞에선 전우들의 생명조차 내팽개칠 만큼 이성이 마비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기내에서의 음주는 어쩌면 생각 만큼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면보다 고도에 위치할 경우 기압이 낮아 알콜이 우리 몸에 더욱 해롭게 다가올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취객 본인은 물론 다른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기내에서의 소주 판매는 재고되어야 함이 마땅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