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저가 담배? 국민 건강 증진은 결국 허튼소리였나

새 날 2015. 2. 1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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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기존 담배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저가 담배 판매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는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가 경로당 등 민생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제시한 데서 비롯된 방안이라고 하는데요.  

 

담뱃값을 대폭 인상한 건 또 언제고 뜬금없이 저가 담배를 들먹이는가 싶습니다만, 그 이유는 물론이거니와 이후 새누리당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 가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즉 이번 저가 담배 방안이 나오게 된 배경엔 무엇보다 담배값 인상 때문에 뿔난 어르신들의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라 전해지고 있는데요.  여론이 이에 대한 비난 일색으로 흐르자 새누리당은 발언 수위를 한 단계 낮추는 모습입니다.  저가 담배는 반드시 노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현재 개발을 검토해 보는 아이디어 수준이라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왜 이런 방안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는 주변 정황을 살펴보게 될 경우 보다 명확해집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및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그야말로 급전직하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왜 아니겠나요.  새해 들어 담뱃값 인상부터 시작하여 연말정산 논란 그리고 건강보험료 개선 백지화 등 민감한 사안들이 연이어 불거지며 극심한 민심 이반 현상을 겪어오던 와중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 집권세력에 대한 지지층의 이탈 현상은 제법 심각한 상황입니다.  특히 핵심 지지층이랄 수 있는 50대 이상 노년층의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새누리당 스스로도 노년층 지지 철회의 주요인으로 담뱃값 인상을 꼽고 있을 만큼 저가 담배 꼼수 카드의 등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때마침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맞이하였습니다.  정치인들에게 있어 둘도 없는 기회로 다가올 이번 설 명절을 새누리당이 절대로 놓칠 리가 만무합니다.  귀향길에 오른 서민들, 특히 어르신들의 설 밥상 메뉴 거리로 저가 담배 만큼 달달한 재료를 찾기란 쉽지 않았을 테니까요.  한 마디로 긴 설날 연휴 동안 뿔난 민심을 저가 담배 이슈로 일정 부분 다독여보자 라는 취지로 비치는 상황입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선 아무리 꼼꼼히 뜯어 봐도 담뱃값 인상 정책은 꼼세 증세로 읽히고 있습니다만, 새누리당과 정부는 이를 극구 부인하며 한결 같이 '국민 건강 증진'을 그의 명분으로 내세워 왔습니다.  심지어 청소년의 흡연율을 줄여보자라는 취지에서 비롯됐다는 청와대의 황당한 주장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는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입니다. 

 

ⓒ서울신문

 

국민 건강 그리고 청소년 흡연 문제 때문에 담뱃값을 올린다 했던 사람들이 어느새 얼굴색을 싹 바꾸더니 어르신들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는 척하며 저가 담배를 내놓겠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입니다.  진정 국민들의 건강과 청소년 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새로운 담배를 내놓기 보다 제대로 된 금연정책과 흡연자 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야 하는 게 올바른 모습 아닐까요? 

 

아무리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해도 그렇지 이토록 자신들의 속내가 빤히 드러나 보이는 꼼수는 서로가 민망해질 뿐입니다.  이중성도 이쯤되면 사기급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한 표 한 표가 급하다며 어르신들께 직접적인 표 구걸로 호소하는 방식이 좀 더 진솔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물론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저가 담배가 노년층만을 대상으로 해도 문제의 소지는 다분합니다만, 새누리당이 밝힌 바와 같이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판매하게 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등장할 우려마저 점쳐지는 상황입니다.  즉 담뱃값 인상 효과로 한껏 낮아진 청소년 흡연율이 재차 증가하게 되는 상황이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시름에 젖어있을 어르신 계층으로부터는 지지세를 과거 수준으로 다시 회복시키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증세마저 노릴 수가 있으니 집권여당에게 있어 이번 저가 담배 방안은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는, 황금알을 낳는 정책으로 읽히는 모양새입니다.  결국 건강 증진과 청소년 흡연 따위의 문제는 애초 담뱃값 인상과 전혀 관련이 없었노라는 사실을 새누리당 스스로가 입증하고 나선 셈입니다.  어이없습니다.

 

국민을 단지 자신들에게 표 던져주는 기계나 원숭이쯤으로 여기고 있는 게 아니라면 아마도 지금과 같은 조삼모사 방식의 꼼수 정책으로 일관하는 일조차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입으로는 민생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 정치에선 그와 전혀 거리가 먼 행태만을 일삼아 온 새누리당의 본질을 이번 저가 담배 논란을 통해서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참으로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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