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목적이 옳다면 수단마저 정당화되는가

새 날 2015. 2. 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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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막말 댓글 판사 사건과 KBS 일베 기자 논란은 우리 사회가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의 보편 타당한 상식 수준을 훌쩍 넘어선, 막장 표현 행위에 대한 일종의 경고 신호를 보내온 성격이 짙습니다만, 이러한 본질적인 측면 외 애초 논란을 빚게 한 단초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뤄진 것이며, 또한 그 과정에서 정당성은 제대로 담보된 것인지 따위에 대해 되짚어 보게 하고 있습니다.  

 

사실 막말 댓글 판사 사건이 처음 빚어졌을 당시에도 사회 일각으로부터는 익명으로 작성된 그의 댓글이 과연 어떻게 그의 것으로 밝혀진 것인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시선들이 있었지만, 최근 일베 회원의 세월호 피해자 어묵 비하 논란 등의 세태와 맞물리며 막장 댓글의 파괴력이 워낙 강해진 탓에 이는 곧 소수의 의견으로 묻히고 말았습니다.


JTBC는 지난 11일 해당 부장판사가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 아이디 5개로 마치 일베 회원이기라도 한 양 저급하거나 정치 편향적이며 패륜적이기까지 한 댓글 1만개를 달았다고 단독 보도했으나 이렇듯 기사화되기까지의 과정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절차상 정당성 논란으로까지 불거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급기야 자유대학생연합이 이 같은 사실을 최초 보도한 JTBC의 기자와 신원 불상의 정보 제공자를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들의 주장을 빌리자면, 자신들이 직접 실험해본 결과 댓글 내역을 일일이 수집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기에 정보기관의 자료 유출이나 해킹, 포털사이트의 개인정보 유출 등이 의심되는 상황이며, 결국 불법적인 경로로 해당 정보를 취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KBS 내부의 모 기자가 2013년 초부터 2014년 여름까지 일베 등에 6870여개의 글을 올렸고 대부분의 글이 음담패설과 여성 및 특정지역 비하 그리고 전 대통령 비하의 게시물과 댓글이었노라고 '미디어오늘'이 지난 13일 보도하여 파장을 불러온 바 있습니다. 

 

ⓒ쿠키뉴스

 

그런데 KBS노조가 논란이 된 기자에 대한 추문의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해당 의혹이 제기되어 유포되고 기사화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광범위한 신상털기가 행해진 듯하며, 특정세력이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 하에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고서야 이러한 결과는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국민의 개인정보(프라이버시) 보호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중대한 공익에 속합니다.  헌법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그리고 통신의 비밀에 대해 침해받지 아니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온라인 상에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여 공개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합니다. 



막말 댓글 판사와 KBS 일베 기자 두 사건 모두 신상정보가 어떠한 경위에 의해 드러나게 된 것인지 아직 그 전모에 대해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때문에 이마저도 무수한 억측만을 낳고 있는 와중입니다.  얼마전 어린이집 폭행 보육교사 신상털기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보다 최근엔 크림빵 아빠 뺑소니범 검거에서의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라 불리는 이들의 활동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성숙한 시민 의식을 지닌 이러한 네티즌들의 활동은 경찰의 수사력을 보완 가능한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그에 반해 무분별한 신상털기가 행해지며 제2 제3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등 인권 침해 행위가 속출하고 있는 점은 부작용으로 부각되고 있기도 합니다.

 

보편적인 상식과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막장 행위는 선량한 다수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과 진배없는 행동입니다.  공권력은 바로 이러한 침해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공권력의 역할이 미흡할수록 '네티즌 수사대'라 불리는 이들의 활동이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목적이 아무리 훌륭하고 공익을 위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법의 절차에 따른, 공권력에 의한 합법적인 수사 등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 한,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 의해 파헤쳐지는 개인신상은 엄연한 불법 행위입니다.  이러한 행위가 용납된다면 우리 모두가 그에 의한 또 다른 피해자로 둔갑될 수 있음을 의미하게 됩니다. 

 

막말 댓글 판사나 일베 기자 모두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볼 때 극히 부적절한 행위를 벌여온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더구나 두 사람 공히 그들의 활동에 의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상당하리라 짐작되기에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제약을 가해야 하는 것은 분명 옳은 일입니다.  다만,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여 수단 또한 모두 옳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경찰의 수사 결과 등이 나와 봐야 보다 정확한 전모가 밝혀지겠지만, 그 이전에 이번 논란이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메시지는, 목적과 수단이 서로 상충될 때 어떠한 일이 빚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느낌이라 씁쓸하게 와닿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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