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는 15세에 불과한 중학생 소년이다. 그런 그의 운명을 가른 건 1980년 5월 눈부시게 푸르던 어느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청 광장에는 벌써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군인들의 만행과 계엄 철폐를 부르짖고 있었다. 그맘때 아이들의 성향이 그러하듯이 동호와 정대는 인파를 뚫고 선두 방향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총탄에 맞아 고꾸라졌다. 정대도 옆구리에 총탄을 맞은 채 붉은 선혈을 길 위에 쏟아내고 있었다. 동호는 쓰러진 정대에게 어떻게든 접근하려 시도했으나 사람의 기척만 있으면 귀신 같이 이를 알아채고 어디선가 총탄이 날아들었다. 건물 곳곳에 저격수가 숨어 있었던 탓이다. 결국 동호는 정대에게 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