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가 대문이 열린 사이 집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물론 내가 현장에 있었다면 당장 쫓아가 어떡하든 녀석을 낚아채려 했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주초 새벽의 일이다. 미르가 뛰쳐나간 그날 밤엔 장맛비가 억수로 퍼붓던 매우 궂은 날씨였다. 요란한 빗소리에 취해 잠이 들었을 정도다. 새벽이 되어서야 빗소리가 잦아진 듯싶었다. 난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거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미르가 없어졌단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난 순간 잠이 달아남과 동시에 긴 한숨을 내쉬고 만다. '옳거니, 또 다시 사단이 벌어진 게야' 녀석이 집 밖으로 뛰쳐나가자마자 바로 뒤를 밟았다면 잡을 확률이 매우 높았을 텐데, 이미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 귀소 본능 없이 오로지 앞만 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