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다보면 왠지 이맘때의 날씨가 연상된다. 온통 잿빛투성이다. 미세먼지가 잔뜩 끼어 그렇다기보다는 일조량이 연중 가장 적고 을씨년스러운 기운을 뿜어내는 낮은 기온이 암울한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느낌 때문인 듯싶다. 작가의 필치는 날카롭다 못해 서슬이 퍼렇다. 물론 사회적 약자를 향한 시선은 그와 반대로 따스하기 이를 데 없지만 말이다. 어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글의 양식인 '서사' 예술 계통의 작가라 그런 것일까? 손아람은 얼마 전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2009년 용산참사를 모티프로 한 소설 '소수의견'을 쓴 작가다. 작가의 관심 영역과 세계관은 그 폭이 워낙 넓다. 그만큼 우리 사회를 향한 애정 역시 남다르다. '세계를 만드는 방법'은 작가가 그동안 여러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