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아마도 국민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당시엔 급식이란 게 없었기에 도시락을 싸들고 다녀야 했다. 더군다나 쌀이 모자라 혼식이 장려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혼식과 분식 장려는 단순한 권고 차원을 넘어 개인이 싸들고 다니는 도시락에까지 관여하는 수준이었다. 지금 같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어쨌든 당시엔 그러했다. 점심시간이면 밥을 싸온 도시락 용기의 뚜껑을 모두 열어놓은 채 보리밥이 어느 정도 섞여있는지를 담임 선생이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하며 돌아다녔다. 어느날의 일이다. 그날도 여지없이 도시락 검사가 행해졌는데, 내 도시락이 문제였는가 보다. 보리밥 비율이 기준에 못미쳤던 모양이다. 담임 선생은 내게 도시락을 먹지 못 하도록 했다. 난 난처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