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사이버검열' 검찰 해명, 불안감 잠재울까?

새 날 2014. 10. 1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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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검열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15일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유관부처 실무회의를 열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불안감을 호소하며 돌아선 국민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작금의 논란은 사실 부풀려진 측면이 없지 않지만 만에 하나 그렇다 한들 이는 전적으로 권력의 충견 노릇을 자처한 검찰 스스로가 자초한 때문이라 봐야 함이 맞겠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시중에서 떠도는 논란에 대한 해명이 주를 이룬다.  우선 사이버 검열은 전혀 없음을 재확인했단다.  그럴 권한도 없으며 법률적 기술적으로도 아예 불가능하단다.  때문에 사이버 검열 내지 사찰이란 표현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는 건 삼척동자조차 다 아는 사실일 테다.

 

아울러 사이버 명예훼손상의 모욕죄는 감청대상이 아니므로 수사 과정에 감청기법을 활용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도 했다.  실시간 키워드 검색 그리고 포털에 명예훼손 게시글 삭제 요청 여부도 부인했다.  포털과의 핫라인 구축은 피해자 권리구제를 위한 협력체제 구축에 불과하단다.  하지만 그동안 검찰이 쌓아온 신뢰를 감안해볼 때 이 또한 믿기 어려운 게 엄연한 현실이다.

 

ⓒJTBC 방송화면 캡쳐

 

국민이 우려스러워하는 건 다른 데 있지 않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국민들을 사찰하여 사생활을 훔쳐볼 수가 있고, 그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옭아매는 일이 여전히 가능한, 수사기관의 검열 관행과 법원의 무분별한 영장 발부 그리고 인터넷기업의 허술한 개인정보 보호대책 등이 한데 어우러진, 마치 종합예술과도 같은 작금의 시스템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뜩이나 불신으로 똘똘 뭉친 검찰이 단순히 몇 마디 툭 던져놓으며 하지 않겠노라 한들 이를 믿을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검찰이 이제껏 해온 자의적이고도 관행적인 검열 행위를 놓고 볼 때 이번에 불거진 논란에 대해 이 정도의 제스처로 국민의 불신을 가라앉힐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일 테다.  그동안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가를 한 번 꼼꼼히 돌아보시라. 

 

일례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 카카오톡을 압수수색해 3천 여 명에 달하는 개인정보 및 메신저 대화 등을 사찰한 사실에서 드러났듯 그동안 검찰은 수사에 필요한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과도한 개인정보를 확보해온 측면이 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카카오톡, 밴드, 심지어 내비게이션 등 사이버 상에서 공권력의 무분별한 사찰이 이뤄지고 있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경찰의 도감청 및 통신자료 열람 데이터를 통해서도 이러한 비정상적인 현상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메신저 및 이메일 압수수색과 감청 건수가 박근혜 정부 들어 이전 정부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 따위는 철저히 무시한 채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뚝딱 팀을 급조하여 영장을 마구 발부받아 닥치는 대로 뒷조사하더니, 국민들 원성이 자자해지자 언제 그랬냐는듯 표정 관리하며 또 다시 뚝딱 몇 마디 던져놓으면 정말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게 되는 걸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알다시피 이번 사태로 인해 창조경제의 표본이랄 수 있는 다음카카오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정부의 어설픈 정책으로 인해 멀쩡한 기업마저 흔들어놓고 있는 꼴이 아니면 무언가.  이미 신뢰를 잃은 수사당국의 월권 행위가 국민의 심기를 건드렸음은 물론 자칫 기업체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지나칠 정도로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수사 당국은 검열과 관련한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사생활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테다.  물론 그 전에 바닥으로 추락한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민이 원숭이가 아닌 이상 조삼모사와도 같은 얼치기 정책이나 뒷수습으로 이번 사태를 무마하려거나 그와 같은 방식으로 일관했다간 되레 화를 자초할 수 있음을 검찰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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