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툭하면 후진국형 人災, 더이상 안전지대란 없다

새 날 2014. 10. 1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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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성남시 분당구 유스페이스 야외 공연장에서 진행된 걸그룹 공연 도중, 공연장 주변 건물 지하 주차장 환풍구 철제 덮개가 붕괴되며 그 위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관람객 수십명이 환풍구 바닥으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상자가 수십명에 달하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아닐 수 없다.  행사를 계획하고 이의 진행을 맡았던 주최측의 안전불감증과 부족한 시민의식이 결합된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다.

 

ⓒ연합뉴스

 

인기 연예인의 공연에 수많은 인파가 따라다닌다는 건 일종의 불문율과도 같은 공식이다.  더군다나 요즘 한창 대세인 걸그룹의 경우 팀별로 팬심을 모으며 서로 경쟁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이번 공연이 무료로 진행됐기에 대대적인 인파가 예상됐던 터다.  그렇다면 지정된 공연석 외 주변 공간에도 관람객들이 몰리리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날 공연 현장엔 진행 요원 외 안전을 관리하는 요원이 단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참사는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붙은 채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배회하던 와중이다.

 

특히 주변보다 1.5m 가량 높은 환풍구는 더없이 좋은 관람 위치였을 테다.  하지만 이곳의 출입을 통제하는 안전 울타리는 고사하고 안전 요원조차 배치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사고의 가장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온 터라 정말 뻐아프게 와닿는다.  1000명 가까이 몰린 인파는 조금이라도 좋은 위치에서의 관람을 위해 주변보다 높은 환풍구로 한꺼번에 몰렸을 테고, 이를 아무도 제지하지 않은 탓에 하중을 견디지 못한 덮개의 붕괴에 속절없이 당하고 만 셈이다.



현행 법규상 야외 공연장은 안전관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허점이 화를 키운 측면도 엿볼 수 있다.  행사 주최측이 당국에 공연 허가 신청을 하였으나 문화체육부의 공연 안전 매뉴얼에 따르면 야외 공연장은 허가 대상이 아니기에 반려됐으며, 결국 업체는 허가 없이 행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절차상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 올해 발생한 잇따른 대형 사고로부터 얻은 교훈 따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지난 2월 17일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로 10명이 숨지거나 204명이 다치고,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서는 304명의 승객이 사망하는 전대미문의 대형참사가 벌어져도 안전불감증과 시민의식, 그 무엇 하나 달라진 게 없다.  정부가 나서서 국가를 개조하는 수준으로 사회 안전망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그저 말뿐, 그 이후에도 대형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의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가 공연 주최측이란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인기 연예인을 대동한 채 관람객들을 대거 끌어모으면서도 주변 안전 관리에 소홀히한 점은 그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납되지 않는다.  다만, 이번에도 우리의 열악한 시민의식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 울타리 시설 내지 요원이 배치되지 않은 게 이번 사고의 가장 큰 패착이라지만, 평소 부족해 마지않은 우리의 시민의식 역시 한 몫 단단히 거들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당시 사고 목격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환풍구 위로 관람객들이 몰릴 당시 공연을 진행하던 사회자가 위험하니 내려오라며 채근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를 무시했던 모양이다.  공짜와 같은 무언가 작은 이득이라도 될 만한 일엔 남들에게 질세라 물불 가리지 않은 채 덤벼드는 평소 우리네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어 어떤 모양새였을지 직접 보지 않고도 충분히 당시 상황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물론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근거리에서 보고 싶은 마음에 이성을 잃었으리라 짐작되긴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 좁은 철제 덮개 위에 그토록 수많은 사람이 올라가면서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판단이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공연을 진행하는 측의 안전불감증과 여전히 부족한 시민의식이 결합된, 이번에도 여지없이 예고된 인재이자 참사였던 셈이다.  평소 사소한 일에서부터 나 하나쯤이야 하며 무시하거나 지키지 않아 하던 시민들의 습관이 기본 레시피가 된 채 모이고 모여 업체 측의 안전불감증이란 양념 소스가 함께 버무려지니, 거대한 상승효과를 만들어내며 절대 벌어져선 안 될 어이없는 참극을 빚고 말았다. 

 

이렇듯 잊을 만하면 난데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일상속 인재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정도다.  환풍구가 무너지며 바닥으로 꺼지게 될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대한민국 내에 더 이상 안전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하물며 이젠 집에 있거나 길을 걸을 때조차 불안감을 씻어낼 수가 없다. 

 

바뀐 것 하나 없이 세월호로부터 6개월이란 시간만 덧없이 흘려보낸 느낌이다.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 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정부는 허점 투성이인 공연장 안전 매뉴얼부터 당장 손을 봐야 할 듯싶다.  이번 참사에서도 목도했지만 사고라는 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부지불식 간 벌어진다. 

 

우리에겐 여전히 제대로 된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으며 안전의식마저 몸에 체화되지 않은, 안전에 관한한 매우 취약한 상태다.  무엇보다 안전의식이 몸에 배어야 하는 게 급선무다.  아울러 경제 볼륨과 걸맞지 않은 우리의 얕은 시민의식을 끌어올리려면 우리의 일상 생활속 작은 일에서부터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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