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대구 서문시장 납작만두 특미우동 씨앗호떡

새 날 2013. 3. 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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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의 일상이 모여 거대한 삶의 보따리를 형성해내는 곳 전통시장, 때문에 시장엔 그 지역마다의 특색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구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고 알려진 서문시장, 대구시민들에겐 일상에 불과한 장소겠지만, 평소 대구란 곳을 찾을 일 거의 없는 내겐 매우 특별한 공간으로 와 닿는다.

서울도 마찬가지지만 시장 주변은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붐벼 늘 혼잡하다. 낮 12시쯤 되었을까? 이 드넓은 시장 한복판에서 시장기를 느낀 우리, 목표로 해야 할 곳은 오직 하나뿐이다. 서문시장 하면 납작만두란다. 특히나 유명한 곳이 있다길래 그곳을 수소문하기로 했다.

 

 

'미성당'이란 곳을 찾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유명세를 톡톡히 타고 있었다. 조그만 가판대엔 이미 음식을 먹는 사람들로 그득했고,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만두면 다 같은 만두지 도대체 무슨 맛이길래 이리도 사람이 붐비는 걸까 싶어 우리도 줄에 합류한다.

 

 

주문한 만두가 나왔다. 시장 한복판 가판대에서 먹는 음식이기에 음식점에서와 같이 그럴듯한 서비스를 바랄 순 없다. 하지만 매우 바삐 움직이는 와중에도 친절함을 잃지 않고 있는 주인 아저씨다.

이름처럼 납작한 형태의 만두에 양념이 고루 뿌려져 있는 형태다. 만두 안에 과연 소가 들어 있는 건지 아닌 건지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만두의 형태가 가늘고 얇았다. 양념이 뿌려진 관계로 간장 따위는 필요 없었다. 일단 한 개를 먹어본다.


일반 만두처럼 만두소의 맛으로 먹는 게 아닌 순전히 얇은 만두피와 양념의 맛으로 먹는 느낌이다. 뭐랄까 희한하게도 얇고 미끌미끌한 넓은 만두피와 양념이 환상의 궁합을 이루고 있어 우리의 혀를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양념 안에 이 가게만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어쨌든 납작만두가 이 넓디 넓은 서문시장의 대표음식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맛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만두만으론 우리의 뱃속이 무언가 허전하지 않겠는가. 주문한 납작만두를 기다리며 줄 서고 있을 때 함께 줄 섰던 친절한 대구 아주머니께서 특미우동을 슬쩍 추천해 주신다, 그래서 주문했다.

모양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일단 평범하기 그지 없다. 그저 그런 우동맛? '이건 별로군' 하며 마무리지으려는 순간 수저로 떠먹는 국물과 양념맛이 예사롭지 않은 거다. 결국 특미라 칭할 수 있었던 이유가 따로 있었다. 우동 안에는 납작만두 등이 양념과 어우러져 먹을수록 달달하며 담백한 맛이 우러나오고 있었다. 우동의 면발만 후루룩 먹고 후딱 비우는 성질 급한 사람들에겐 결코 '특미'란 뒷맛의 여운을 남길 여지가 없는 음식인 거다. 여유롭게 앉아 국물과 양념까지 진득허니 음미하며 먹을 수 있는 분들께만 추천해 주고 싶다.

 

 

납작만두와 특미우동을 후루룩 흡입한 우리, 복잡한 시장통을 지나려는 순간 유난히 긴 줄로 인해 가뜩이나 복잡한 시장통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모습을 포착한다. 호떡집에 불이라도 난 것일까?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일단 줄에 합류한다.

 

 

오호 호떡집이었구나. 언뜻 들은 듯도 하다. 서문시장에 가면 꼭 먹어 봐야 할 음식 중 호떡도 있더라는... 호떡의 종류는 단촐했다. 두 가지, 찹쌀과 씨앗... 호떡 맛이 거기서 거기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합류했던 줄나비를 포기 못 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호떡을 먹으려 하는가를 직접 검증해 보기로 한다. 우린 씨앗호떡을 주문했다.

 

 

찹쌀호떡과 다른 점은 해바라기씨가 안에 듬뿍 들어있다는 점, 보통 호떡과는 달리 두툼했으며, 노릇노릇 고루 익혀진 느낌이었다. 맛을 보니 아마도 반죽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인 호떡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호떡 먹다 보면 안의 흑설탕이 옆으로 삐죽 새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 한 번쯤 있었을 텐데, 이 호떡은 그럴 일이 없을 듯하다. 뭐 그렇다고 긴 줄 서가며 먹을 만큼 특별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역시 대구 아니겠는가. 대구가 낳은 자랑,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취임 축하 현수막이 입구에 내걸려 있었다. 토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이 커다란 시장엔 엄청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으며 저마다 매우 바쁜 모습, 역시 이런 일상들이 모이고 모여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 아니겠는가. 우린 시장을 뒤로 한 채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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