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보유출 대란에 칼 빼든 정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

새 날 2014. 1. 2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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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며 국민의 분노 게이지를 솟구치게 하더니, 여론이 악화되고 집단소송 등 국민적 저항의 기미마저 보이자 정부와 정치권이 뒤늦게 수습 대책을 내놓으며 하루종일 부산을 떠는 모양새다. 

 

개인정보 유출 대란에 폭발한 국민 분노

 

그동안 비슷한 류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나가는 소나기만 일단 피하면 되는 양 뒷짐 진 채 한 발짝 멀치감치 떨어져 방관자처럼 행동하더니, 비슷한 건으로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발칵 뒤집히자 이번엔 뒤늦게 관심을 갖는 척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아무래도 성난 민심의 향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제대로 감지하기라도 한 모양이다.

 

 

하기사 과거 인터넷 쇼핑몰이나 포털, 금융 사이트 등을 통해 수많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어온 데다가 이후 특별한 개선 조치 없이 이번엔 무려 1억 건이 넘는,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의 신상이 털리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제 아무리 성인군자라 해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일 테다. 

 

더군다나 이번에 유출된 개인정보엔 단순한 주민등록번호 뿐 아니라 카드번호와 결제계좌 등의 금융 정보와 함께 여권번호, 대출 내역, 그리고 개인신용정보 등의 매우 민감한 정보들이 모두 망라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장차관,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고위직 공무원도 예외 없이 개인정보가 모두 털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 혹여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 하고 있을 정부와 정치권일 테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분노로 들끓고 있을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며, 현재 이를 잠재우기 위한 묘책이란 묘책은 모두 꺼내든 상태다.  하지만 칼을 빼든 모습이 영 엉성하고 급조된 느낌이라 탐탁지 않게 와닿는다.  결국 정부의 주특기, 사후약방문 신공을 보이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급히 빼든 대책이란?

 

19일 사태가 더욱 확산일로에 이르며 쉽게 진화되지 않자 해당 카드회사와 관련 모회사의 경영진 일부가 줄사퇴를 표명해 왔다.  그러나 이들이 사퇴한다고 하여 과연 도둑 맞은 개인정보들이 시중에서 악용되고 있을지도 모를 절망적인 상황에서 달라지는 급반전이 가능하기라도 한 걸까?  어림 없는 소리다.  물은 이미 엎지러져 사방으로 흩어진 뒤다.  이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면 그 뒤의 조치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짓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 금융기관의 허술한 보안 관리가 하나의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아무래도 금융 당국과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개인정보가 유출된 시점은 이미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 년 전 유출된 건이 이제사 알려지게 된 셈이니, 어쩌면 근래 스팸 메시지가 부쩍 늘어난 데엔 이런 연유가 바탕이 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개연성이 충분해 보인다.

 

금융당국과 안행부 등은 지난해 7월, 카드를 해지한 지 5년이 지난 개인정보의 폐기 내용을 담은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카드사에 통보했다.  물론 그전까지는 이의 취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 자체가 없었다.  이번 사태가 그 전인 6월에 터졌으니 해당 신용카드를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개인정보마저 유출될 수밖에 없던 이유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가능해진다.

 

때문에 이미 사망한 사람이나 카드를 만든지 30년이 지나 현재 보유하지 않는 이들의 개인정보까지 모두 유출됐다.  실제 KB국민카드사 유출 정보의 60%가 카드를 보유하지 않은 고객인 것으로 밝혀졌다.  만약 해당 지침이 이번 사태 발생 이전에 만들어져 시행됐더라면 최소한 국민카드 60%에 해당하는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은 막을 수 있었을 터이기에 금융당국과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더욱 뼈저리게 다가온다.



결국 이번 사태 이전에도 숱하게 발생했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금융당국은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해 와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스스로 더욱 키워온 셈이다.  때문에 이번 사태의 주체인 해당 금융기관보다는 오히려 금융당국과 정부의 잘못을 더욱 꾸짖을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의 효율성 추구라는 명분으로 허용된 금융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개인정보 공유와 간단한 동의만으로 개인정보가 제휴사에 팔아넘겨지는 행태에 대해서도 제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 가입 신청서를 전면 개정하여 고객이 개인 정보 제공을 원하는 제휴업체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며, 금융그룹 내 정보 공유 또한 제한할 계획이다.

 

아울러 개인정보를 유출한 금융회사에 대한 금전적 제재도 추진된다.  이제껏은 다량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도 해당 금융기관에 대한 특별한 물리적 제재가 가해지지 않아 도덕적 해이 논란을 야기해 왔다.  이들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게 되면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행위에 대한 제재와 동시에 사전 예방 효과마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 부분이다.

 

정치권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당정회의를 열어 금융위에 징벌적 과징금 부과 도입, 개인정보 관련 책임자 및 유출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별도의 영업정지, 임직원 해임 권고, 직무정지 등 최고 한도의 행정제재 부과,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 금지, 금융회사의 비금융거래 업체에 개인정보 공유 금지 등의 요구사안을 정부에 주문했다. 

 

반복되는 사후약방문, 국민은 봉이다

 

과연 정치권과 정부의 이러한 호들갑이 정상적인 움직임인 걸까?  안타깝지만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사건이 터지고나서 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극심한 성토가 이어지고 난 뒤에야 사후약방문 격으로 마지못해 대책들을 줄줄이 내놓던 예의 그 방식들을 그대로 답습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에게 있어 선제적인 예방 따위 물론 다른 나라 얘기다.  정치권은 국민들의 가렵고 아픈 곳을 헤아리기 보단 당리당략에만 몰두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잊을만 하면 한 번씩 터지는 연례행사와도 같은 성질의 것이라 충분히 예측 가능했으며, 시민단체 등에서도 이미 현재 금융당국과 정부가 내놓은 대책과 비슷한 요구를 숱하게 주문해 왔던 터다.  따라서 이런 초유의 사태가 터지기 전 미리미리 대비해야 하는 것이 정부와 금융당국 아울러 금융기관의 몫이거늘 그동안 방만하고 안이하게 운영해 오다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니 이제서야 대책에 나선다고 부산을 떠는 모습은 그야 말로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아울러 이번 대책은 법적으로 손질을 해야 하는 사안이고, 또 국민들의 성난 분노를 가라앉힌답시고 급하게 일단 발표는 했지만 내부적으로 조율이 되지 않은 사안들이 많아 실행시기가 언제가 될런지, 그리고 실제 현장에선 어떤 식으로 반영될런지도 의문스럽다.  또한 전 국민의 신상이 털릴 만큼 허술한 보안 상황이라면 과연 IT 강국의 위엄은 어디로 간 것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며 나선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금융당국이 한 없이 야속하며 개탄스러울 뿐 더 이상의 표현은 사치라 여겨진다.  국민이 국가가 아닌, 그저 봉일 뿐인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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