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과자업체들의 열량표기 꼼수, 이래도 되나

새 날 2014. 1. 2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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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건강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시대다.  하지만 풍요로운 물질의 혜택은 오히려 부족함만 못 한 일이 돼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풍족함이란 게 일정 수준을 넘어서더니 과잉 현상을 낳고 있고, 아울러 이로부터 수많은 문제점들이 더불어 잉태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부들은 언젠가부터 자녀들 비만 걱정에, 아이들이 간식으로 주로 사먹는 과자류조차 열량과 나트륨 등 영양표시 항목을 꼼꼼이 따져보는 습관에 익숙해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풍요의 시대가 빚어낸, 낯 익지만 어색한 풍경이다.

 

열량이란 체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을 말한다.  사람은 일정한 체온 등 항상성 유지와 음식의 소화를 비롯한 기본적인 생리 뿐 아니라 일상에서 필요한 신체적 활동을 위해서도 반드시 열량이 필요하다.  이의 단위로는 칼로리를 사용하며 주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3대 영양소를 통해 우리 몸에 필요한 양 만큼을 흡수하고 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회에서 권장하는 한국인의 하루 열량 권장량은 성인남성 2,700㎉, 성인여성 2,000㎉이며, 이를 넘어선 과다 열량 섭취는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채 체내에 그대로 축적되어 여러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평소 우리가 주식으로 섭취하는 밥 한 공기의 열량, 300㎉ 정도에 달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며 즐겨하는 과자류의 열량은 얼마나 될까?  물론 동네 수퍼나 마트에 진열된 과자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다.  종류 수 만큼이나 열량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중 한 종류의 열량을 한 번 살펴보자.

 

 

국산 생감자로 만들었다는 '수미칩'이다.  중량 85그램에 425㎉의 열량이 들어 있단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요새 과자들, 포장의 크기에 비해 내용물은 얼마 되지 않고 대부분 질소 기체로 채워져 있다.  그에 비해 우리의 주식인 밥 한 공기의 약 1.5배에 육박하는 열량을 보니 놀랍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이런 과자 한 봉지를 주면 게눈 감추듯 후딱 해치워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그렇다면 간단하게 섭취한 간식이 밥 한 공기의 열량을 훌쩍 넘어가는 셈 아닌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  그렇다면 다른 종류의 과자들은 또 어떨까?  콘칩 450㎉  새우깡 435㎉  스윙칩 357㎉  꼬깔콘 410㎉  포카칩 359㎉로 밥 한 공기의 열량을 대부분 초과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보다 다른 곳에 있다.  시중에서 시판되는 과자 1봉지는 보통 한 번에 소비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과자 업체들이 1회 제공량이라는 애매한 기준을 적용, 과자 한 봉지를 잘개 쪼개 그 만큼에 해당하는 열량만을 표시하여 마치 저열량의 과자인 양 꼼수를 부리며 열량 착시효과를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과자 업체들의 꼼수를 간파한 식약처가 지난 2008년 가공식품의 영양표시 기준이 되는 ‘1회 제공량 규정의 개선 방안’을 마련한 바 있고, 2009년 5월부터 이 규정이 적용되어 오고 있다.  개선안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개봉 후 1회에 소비하게 되는 제품의 경우 제품 전체량을 1회 제공량으로 표시하고, 제품 전체에 대한 열량을 명시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규정이 잘 지켜지고 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몇 가지 종류의 과자들을 직접 조사해 봤지만 백이면 백, 모두 이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개별 포장을 패키지로 묶은 박스 상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뒷면 영양성분 표시란에 버젓이 1회 제공량 2분의1봉지라는 표시와 함께 그에 따른 열량을 표시하고 있다.

 

 

이 과자도 마찬가지다.  1회 제공량 2분의1 봉지에 열량이 무려 313㎉이니, 한 봉지 전체는 600㎉ 이상에 해당하는 고열량 제품이란 셈이다.  살 찌는 소리가 마구 들려오는 듯하다.

 

 

이 녀석도 마찬가지다.  1회 제공량이 3분의1 봉지란다.  그때 그때 다른 1회 제공량을 보고 있자니 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놈을 한 번 볼까?  1회 제공량이 5분의1이란다.  욘석은 나도 가끔 사먹는 녀석이고 내용물이라고 해 봐야 한 주먹도 안 되는 양인데, 그를 다시 5등분으로 쪼개 놓은 채 1회에 먹는 양이라며 우기고 있다.  고무줄도 이런 고탄력의 고무줄은 보기 드물다.

 

물론 해당 규정의 개정 이후 과자 업체들은 과자 전면에 한 봉지 전체에 해당하는 총 열량을 표기해 오고 있다.  그러나 뒷면 영양성분 표시칸엔 여전히 1회 제공량과 함께 그에 해당하는 열량을 병기하고 있어 관심을 가진 채 유심히 관찰하지 않는 보통의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과자 하나 사먹는 데에도 소비자들이 별도로 공부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업체들의 기만적인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류의 과자들은 낱개로 개별 포장이 된 채 다시 패키지로 박스 하나에 묶여 판매되고 있기에 식약처에서 정한 1회 제공량 표시 제한에서 벗어난다.  초코파이 같은 류가 해당되겠다.  이 녀석들은 개별 포장된 제품 한 개씩을 먹을 때마다 실제 1회 섭취량이 되는 셈이니 충분히 납득이 가긴 한다.

 

하지만 포장을 한 번 뜯었을 경우 보통 전체를 다 먹어야 하는 일반 과자류의 경우엔 1회 제공량을 제품 전체로 표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과자업체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영양성분 표시를, 자신들의 회사 제품이 마치 저열량의 건강식품인 양 소비자들을 눈속임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해 오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과자업체들의 치졸한 꼼수도 문제지만, 해당 규정이 시중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를 항상 감시하며, 이의 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정부가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국민들의 먹거리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식약처가 보여온 행태는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 따위는 뒷전인 듯하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해 오는 과자 업체들의 꼼수를 당장 막아야 할 것이며, 더불어 패키지 상품들에도 앞면에만 표기된 총열량을 1회 제공량 표시가 허용되는 제품의 영양성분 표시 부분에도 함께 표기하여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에 도움을 주어야 할 테다. 

 

정부는 과연 과자 업체들의 편인 것일까 아니면 국민들의 편인 것일까.  정말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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