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통일이 대박이라면 대통령의 소통은 쪽박이다

새 날 2014. 1. 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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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차라리 기대를 전혀 안 하니만 못했던 신년 기자회견이 돼버린 듯싶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소통 개념과 일반 국민들이 요구하고 바라는 그것과의 간극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소통이라는 게 뭐가 그리도 심오하거나 어려운 개념인 건지,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수준이 어쩌면 이리도 다를 수 있는지 이건 당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특별할 게 없었던 박근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마치 어린 아이들이 부모에게 조른다는 식으로 표현하거나 비정상적인 관행으로 폄훼하고 있는 것으로 봐선 소통 따위 애초부터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비쳐진다.  기본적인 사고의 틀이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 있는 터라 거기에다 대고 아무리 불통이 어떻느니 소통이 어떻느니 떠들어 봐야 쇠귀에 경읽기이고, 시간과 정력 낭비에 입만 아픈 결과가 될 듯싶다.

 

ⓒ노컷뉴스

 

소통에 법 존중이라는 전제 조건을 단 자체도 우스운 일이지만, 이를 받아들인다손쳐도 대통령이 언급한 법 존중과 공정한 법 집행이란 게 실은 자신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굴종을 의미하는 터라 애초 진정한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결국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갖거나 그러한 류의 주의 주장을 펼칠 시 여지 없이 공권력으로 제압하겠다는 으름장 내지 협박과 뭐가 다르겠는가.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겁박을 과연 소통이라 칭할 수 있겠는가?

 

하물며 일반인도 그러할진대 무릇 대통령이라면 자신의 의견과 달리 하는 상대방의 의견을 최대한 듣고 상호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을 경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 자리를 빌어서도 역시 자신의 입장만 강하게 피력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처하겠노라는 기존의 태도에서 단 한 발짝도 진척 없는, 강한 고집 불통의 인상만을 남겼다. 



부러 연출했음이 틀림 없을 고운 색상의 옷을 차려 입고, 겉으론 부드럽게 소통을 언급하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은 뒤로 날카로운 이빨을 숨긴 채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시 가만 두지 않겠다는 대국민 협박에 다름 아니었다.  아울러 정작 본인의 공약은 대부분 파기하며 국민들과의 약속 따위 일찌감치 저버린 채 오히려 국민들의 인권 유린 행위를 서슴지 않던 분께서 또 다시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으니 이거야 말로 언어도단 아닐까 싶다. 

 

이명박 정권 당시 내걸었던 공약 '747'을 우린 기억한다.  물론 애초 계획대로 이뤄질 수 없었던 일종의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이번엔 그와 어감상 비슷한 '474'란 계획을 들고 나왔다.  계획 대로 이뤄진다면 두 말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이 한 마디만 덧붙여 주고 싶다.  애초의 공약들이 줄줄이 파기되는 일 없이 잘 이행되었더라면 이번 계획 역시 기대를 걸어보았음직 하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 또 다시 무너지지 말란 법  없기에 결국 이 또한 숫자놀음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속속 드러나는 철도 민영화 의지

 

박 대통령은 자신의 불통 논란을 언급하며 때마침 철도노조 파업 얘기를 꺼내들었다.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 행위를 지속하는 것은 떼를 쓰는 것과 진배 없으며, 예의 그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해 나가겠노라며 목소리를 한껏 높인 것이다.

 

ⓒ한겨레신문 캡처

 

그런데 한겨레신문이 6일 단독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수서발 KTX를 운영할 별도 법인 설립은 결국 철도 민영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는 사실이 코레일 내부 문서를 통해 확인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겨레신문사가 입수한 코레일의 내부 문서 '수서발 KTX 운영 준비를 위한 조직설계' 최종 보고서엔 수서고속철도 설립과 경쟁체제 도입의 귀착점이 결국 철도 민영화라고 명확하게 적시돼 있단다.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최연혜 코레일 사장, 서승환 국토부장관, 유정복 안행부장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까지,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 아닌가.  철도 민영화를 절대로 하지 않겠다던 구두 약속 따위는 당장의 위기 탈출을 위한 꼼수였고, SNS를 통해 철도 민영화에 대한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어 이에 대해 철저하게 대응하겠다며 네티즌들에게까지 으름장을 놓았던 대통령의 발언, 역으로 이것이 진짜 유언비어가 되는 셈 아닌가.  이쯤되면 대단한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통일은 대박, 불통은 쪽박

 

박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일을 언급하며, '통일은 대박이다'란 푸근하고 멋드러진(?) 발언을 사용해 하루종일 네티즌들의 아낌 없는 애정과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남한과 북한과의 살벌한 틈 바구니 속에서 일반 국민들이 남북평화라는 말을 꺼내기만 해도 늘상 '종북'이란 꼬리표를 붙여오거나 사상 검증을 남발했던 분이기에 단순한 평화도 아닌, 통일이란 무시무시한 단어를 직접 꺼내든 것은 의외라 볼 수 있다.

 

가뜩이나 북한에게 일방적인 굴종을 강요하며 근래 남북관계가 무척이나 소원해진 상황에서 나온 뜬금 없는 통일 발언인지라 왠지 국면 전환용 이슈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당연히 거짓일 테다.  그러나 어쨌든 남북이 서로 화해하고 통일의 길에 접어드는 일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분명 우리 한민족에게 있어 대박이자 로또 당첨과도 같은 좋은 일임엔 틀림 없을 테니 일단 환영하는 바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18대 대선 부정선거 관련 의혹 특검에 대해 거부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아울러 여전한 불통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마치 소통에 발 벗고 나설 것처럼 포장하고는 있지만, 애초 소통에 대한 이해가 일반적이며 상식적인 수준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갇힌 개념인 데다가 이에 대해 전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독선과 아집을 고집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국민과 미래에 있어 이러한 일관되며 변화 없는 대통령의 자세는 재앙이자 쪽박임에 틀림 없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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