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SNS 유언비어 대응 발상이 우려스러운 이유

새 날 2013. 12. 3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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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일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몸소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불통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며 '말이안통하네뜨'란 애칭까지 부여받은 박 대통령, 이제 소통을 직접 언급하였으니 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한 것일까?  그동안 박 대통령이 워낙 일방통행식의 독선 행보를 보여 왔던 터에 누군가는 로또를 사야 하지 않나 라는 너스레를 떨만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이란?

 

그런데 그에 앞서 발언의 내용을 먼저 유심히 살펴볼 필요성이 엿보인다.  SNS를 통한 유언비어(?)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3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가 보자.

 

철도경영 혁신을 철도 민영화라고 왜곡을 하고, KTX 요금이 28만 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또 원격의료제도 도입과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에 대해서도 이것이 의료 민영화다, 진료비 폭탄이 될 것이다, 이런 잘못된 주장들로 국민들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데, 이런 것을 정부가 방치하면 국가적으로도 큰 혼란이 올 것이다.  SNS 등을 통해 퍼져 나가는 이런 잘못된 유언비어를 바로잡지 않으면 개혁의 근본 취지는 어디로 가 버리고 국민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황당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결국 소통도구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재갈을 물리겠다는 취지 아닌가?  일찍이 철도노조 파업 사태에서 보았듯 여론 수렴이나 사회적 합의 도출 따위의 과정은 일절 없이 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국민들을 오로지 공권력과 강한 힘으로 누른 채 자신들의 주장만이 공공선이며 옳은 것이라고 윽박지르던 형태에서 더 나아가 이젠 인터넷에서의 소통 도구인 SNS 마저 메스를 들이대려 하고 있다.  그렇다.  이게 바로 박근혜 대통령식 소통의 맨얼굴인 셈이다.

 

 

그에 앞서 새누리당은 SNS를 통해 정부 정책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가 퍼지고 있다며 지난 22일 그릇된 여론을 바로잡기 위해 이른바 'SNS 괴담 대응팀'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철도노조 파업을 둘러싼 논란과 의료 민영화 등 대형 이슈를 중심으로 갖가지 의혹과 논쟁이 확산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자체 판단에서 비롯된 듯싶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30일 발언은 새누리당의 SNS 대응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SNS 유언비어? 괴담?  그게 뭘까

 

대통령은 소위 괴담이라 치부하고 있는 SNS 상에서의 이야기들이 왜 떠돌아다니는 것인지 그 이유에 대해 과연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을까 모르겠다.  하기사 만일 그랬더라면 아마 SNS 유언비어니 괴담 운운하며 이에 대응하는 방식이 소통이라는 말 따위 꺼내지도 않았을 테다. 

 

지난 여름, 일본 후쿠시마발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인해 온 국민이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을 당시 정부가 취했던 조치란 게 고작 방사능 괴담 유포자들을 처벌하겠노란 으름장이었다.  정작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국민들의 안전을 고려한 발빠른 정책을 내놓기 보단 이를 방치한 채 되레 국민들을 협박했던 장본인이 바로 우리 정부였던 셈이다.  그렇다.  정부나 여권에서 언급하고 있는 유언비어니 괴담이란 말들, 실은 그들 스스로가 자초한 경향이 짙다.  아울러 괴담이 괴담이 아닌 팩트였던 경우가 오히려 더욱 많았다는 점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이를 괴담이라며 공포감을 확대재생산해낸 주체 또한 다름 아닌 정부였다.



입으로는 소통을 떠들고 있지만, 대통령 자신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이나 주장에 대해선 좀처럼 들으려 하지 않은 채 아예 입을 꾹 다물고만 있다.  오로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취사선택의 국정 운영을 펼쳐오고 있는 셈이다.  한 국가의 행정부 수반으로서는 지나치게 가벼운 행동이 아닐 수 없으며 국론을 분열하는 매우 좋지 않은 행태다.

 

대통령의 이번 SNS와 관련한 소통 발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난 18대 대선 과정에서의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제껏 밝혀진 국가기관의 불법 트윗글은 무려 2,200만건, 물론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더 많아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식 소통이란 결국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틀리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으니 이를 적극 설파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는가.  국민을 아군과 적군으로 반반씩 나눠 그에 대응하려는 그러한 의도라면 또 다른 선거 개입의 개연성이 충분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SNS에 적극 대응하겠노란 발상이 우려스러운 이유

 

SNS 상에서 떠돌아다니는 글들을 무조건 괴담이나 유언비어로 치부하며 이를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결국 국민의 자유로운 사상이나 생각 또한 정부가 직접 옭아매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21세기형 사상 통제인 셈이다.  이는 자칫 표현의 자유마저 속박할 수 있는 심각한 인권 침해의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오만과 불통 그리고 독선에 가득 찬 대통령의 지난 1년간 행보는 자신의 공약이었던 국민행복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 국민 불행 시대를 열고 있다.

 

아울러 일찍이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SNS를 통한 조직적인 선거 개입 활동에서 보았듯 정부와 집권여당이 SNS 괴담에 대응하겠다며 운용하는 팀이 역으로 SNS의 각종 도구를 활용, 현실 정치와 앞으로 진행될 선거에 개입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일이 벌어지고 난 연후엔 18대 대선의 경우처럼 모두 개인적 일탈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또 다시 둘러댈 셈인가?  국정원 개혁의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에서 재차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개연성을 만드는 정부의 이러한 행위는 때문에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내에서의 댓글과 블로그, 트윗 등 SNS를 활용한 조직적인 선거 개입 의혹으로 인해 지난 1년간 대한민국은 온통 벌집을 쑤셔 놓은 듯 혼란스러웠고, 대통령의 변함없는 불통과 독선은 여야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야기하며 평행선을 내달렸다.  덕분에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실종되어 모습을 감춘 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 상에서의 소통 도구마저 통제하려드는 행위는 이미 오프라인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놀라운 일들과 함께 우리 사회를 더욱 경직되게 만드는 독약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때문에 SNS에 적극 대응하겠노라고 공언하는 여당과 대통령의 발언이 심히 우려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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