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수서발 KTX 면허 발급, 폭주하는 박근혜정부..시계제로

새 날 2013. 12. 2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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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타협 따위는 없었다.  대화와 타협이란 아름다운 용어는 교과서 속에서나 존재할 뿐, 실상 우리 현실에서 이를 볼 수 없게된 지는 이미 오래다.  결론적으로 볼 때 애초부터 그럴 의도나 여지 또한 추호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서 머리를 맞대게 된 건 순전히 철도노조 지도부의 조계사 피신 이후 종교계의 중재를 통해 자리가 어렵사리 마련된 덕분이다.  하지만 결과는 중재에 나섰던 이들조차 머쓱해질 정도로 뜨악했다. 

 

예고된 파국, 그 빛나는(?) 명장면들

 

대화에 나선 듯한 모양새만 갖췄을 뿐 정부와 사측에선 조금의 아량이나 양보의 베풂 없이 노조에게 무조건적인 굴종만을 강요해 왔고, 결국 마지막 협상조차 그저 그들의 최후통첩을 위한 도구로서 활용되고 만 셈이다.  그 뿐이었다.

 

# 장면 1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비공개토론에서 "철도 방만경영으로 인한 적자는 국민의 부담으로 귀착된다.  철도 부문은 국민을 위해 경영효율화 측면에서 경쟁체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밝히며 수서발 KTX 면허 발급을 중단하라는 철도노조의 요구에 대해 거부의사를 분명히한데 이어 노조의 주장에 대해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전을 주문했다.  이는 철도 민영화 추진 과정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인 사회적 합의 따위 철저히 무시하고 자신들의 주장대로 힘의 논리에 의해 밀어부치겠노란 강한 의지 표명이자 이번 파국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장면 2

 

 

같은 날 국회 환노위의 중재로 노사정 대표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수서발 KTX 설립은 노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이에 반대하며 강행한 파업은 불법이다.  노조가 파업에서 복귀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기존 입장에서 한 치의 물러섬과 변화 없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국토부 장관의 강경일변도 앵무새 발언은 朴心과 통하고 있었다.  결국 서승환 장관의 발언이 박 대통령의 의중이었던 셈이다.

 

# 장면 3

 

 

코레일 노사의 이틀동안 연속됐던 마라톤 교섭도 종국엔 아무런 성과 없이 종지부를 찍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27일 노조와의 교섭에 대해 전격 결렬을 선언하고, "이날 밤 12시까지 복귀하라.  미복귀 시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파업 중인 노조에게 최후통첩을 선포했다.  정부와 사측의 강경한 태도를 놓고 보건대, 자칫 현재 파업 참가 노조원 7천 여명에 대한 대량 해고 사태마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코레일은 대체인력 660명에 대한 채용 공고에 이어 추가 인력 확충 계획을 밝히며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수서발 KTX 면허 전격 발급, 파국 치닫는 철도 파업

 

장면 1,2,3에서 보듯 정부와 사측의 일관된 움직임은 애초 철도노조와의 대화나 타협과 관련해선 일말의 재고도 없었으며, 협상에 임했던 것은 그저 명분 축적을 위한 형식적인 제스처일 뿐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틀동안의 노사 교섭은 단순히 노조의 복귀 종용을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 

 

국토부는 27일 밤 9시 철도노조가 주장했던 수서발 KTX 법인 철도운송사업 면허 중단 요구를 묵살한 채 결국 기습적인 발급 절차를 밟았다.  공식적인 파국 선언인 셈이다.

 

 

이제 정부의 철도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보다 명확해졌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국민 설득이나 사회적 합의 따위는 도외시한 채 힘과 공권력을 앞세워 강압적인 방법으로 이를 서둘러 끝내려 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철도노조가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결과에 대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조는 물론 야당과 종교계가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위해 노력 중인 시점에서 금요일 밤 기습적으로 면허를 발급한 것은 독재권력 그 자체다.  내일부터 전면적 투쟁으로 박근혜 정권을 심판할 것이다"라며 대정부 전면 투쟁을 선포했다.

 

박근혜정부의 폭주, 우리 사회는 어디로?

 

실제로 민주노총은 철도파업 20일째인 28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10만명이 참여하는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분쇄 철도파업 승리 1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양대 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총 역시 이에 동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철도노조의 파업 사태는 단순한 철도노사의 마찰 단계를 넘어 박근혜 정권과 노동계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그 끝은 과연 어떤 모양새일지 전혀 예측 불허인 상태다.

 

 

정부와 사측은 현재의 철도 파업을 애초 불법파업으로 간주한 채 대규모 공권력을 앞세워 이들을 힘으로 밀어부치며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던 형국이다.  거기엔 일방통행만이 존재할 뿐 조금이라도 방향을 달리하면 정부는 여지 없이 폭압적인 수단들을 동원, 이를 제지하려고만 들 뿐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대화와 타협' 따위는 개나 주라 한다.  지난 1년동안 박근혜 정부가 국민에게 보여준 국정 운영 방식이다.  물론 향후 이러한 방식에서 탈피할 여지, 추호도 없어 보인다.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국민들에겐 종북몰이로 대가를 치르게 하거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그도 아니면 공권력을 동원하여 짓이긴다.  마치 7,80년대의 모습 같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2013년 세밑의 대한민국 풍경이다.

 

박근혜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최근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파업으로 인해 18대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저항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한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작금의 상황처럼 오로지 원칙만을 고수한 채 국민들의 의사 따위 깡그리 무시하고 일방통행의 국정 운영 방식을 고수해 간다면 이번 철도 민영화 사태와 함께 잠복해 있던 부정선거 논란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하나로 더해지는 상승효과를 그리며 그전과는 또 다른, 보다 대규모의 국민적 저항에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권, 이쯤되면 이젠 불통과 독선의 수준을 넘어 독재를 향한 변곡점의 위치에 서 있는 느낌마저 든다.  폭주가 두려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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