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서두른 배경은?

새 날 2013. 11. 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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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일사천리였다.  마치 사전에 짜여진 한 편의 각본인 양 주도면밀한 움직임이었다.  정부 최고정책심의기관인 국무회의 의장 대통령이 현재 해외 순방으로 인해 공석인 상황에서 5일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무회의, 법무부가 긴급 안건으로 상정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이 전광석화와 같이 심의 의결됐다.  이제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결정에 맡겨지게 됐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국무회의 통과

 

물론 그동안 통진당 스스로 수명을 재촉해온 측면이 없지 않다.  지난해 부정경선 논란을 빚으며 '종북' 이미지가 덧씌워진 바 있고, 때문에 당이 쪼개지는 아픔마저 겪으며 지지를 보내오던 국민들로부터도 따가운 눈총을 감내해야만 했던 통진당이다.  지난 8월 불거졌던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은 당의 존망에 대한 이러한 위기감을 최고조에 달하게 했다.  여권은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건드린 셈이다.

 

 

가뜩이나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으로부터 힘겨워 하던 통진당은 제대로 씌워진 종북 딱지 때문에 야권에서조차도 너나 할 것 없이 이들과 맞잡았던 손을 떼내야만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창당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에 봉착, 사실상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생명을 연장해온 셈이다. 

 

바로 이러한 고립무원, 바로 여권의 노림수다.  통진당에게 덧씌운 종북 딱지를 이용, 이들을 철저히 외부와 차단시켜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빈사 상태로 만들어 결국 완전히 궤멸시키려는 전략이다.  야권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약해진 부분을 먼저 끊어내고, 이참에 진보 세력 전체를 뒤흔들겠다는 치밀한 계략인 셈이다.  

 

그러나 원내 세번째 규모에 해당하는 정당을 해산하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부친 채 직접 나선 모양새나 사법부에게 이의 결정을 떠넘기려 함은 절차상 무리수로 읽힌다.  아무리 당위성을 담보하고 있다손치더라도 말이다.  당장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사안이며, 우리 헌정 역사상 최초란 수식어가 붙지 않았던가. 



정치적 의견이나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조직한 정치결사체 정당은 국민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경우 자연 도태의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즉 입법부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며, 그 아래서 활동하는 정당 또한 국민의 선택을 받아 꾸려졌기에 해산 역시 국민의 선택에 맡겨져야 하는 것이 수순일 테다.

 

통진당 소속 당원들의 종북 행위 혐의 여부에 대해선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어떠한 결말로 끝을 맺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만일 실제 종북 행위가 있었다면 그들에 대해 철저한 법의 심판을 적용시키면 그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무회의 의장이 공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통진당의 해산 청구를 심의 의결한 것은 무언가 또 다른 노림수가 있었으리라 관측되는 대목이다. 

 

서두른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 그 노림수는?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대선개입에 의한 부정선거라는, 절체절명의 정치적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어 이의 타개책으로서의 '종북' 카드, 이 만큼 달달한 유혹을 참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다.  게다가 진보 세력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가 돼버린 통진당을 끊어내기 할 경우 진보 세력 전체의 판도를 뒤흔드는 메가톤급 효과마저 볼 수 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법무부가 통진당의 해산 심판 청구와 함께 정당 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단다.  헌재에서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될 경우 통진당의 운명은 정당 해산에 준하는 상태가 된다.  재산 처분이 불가능해지고 의원들도 세비를 받을 수 없는 등 정당으로서의 모든 권한이 박탈된다.  소속 국회의원들의 권한 또한 모두 사라지게 된다.  설사 헌재가 통진당의 해산을 기각하게 되더라도 그때까지 통진당을 뇌사 상태로 만들어 놓는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여권의 입장에선 더 없이 좋은 방안이 되는 셈이다.


아울러 내년 6월 14일은 지방선거일이다.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된 통진당의 해산 심판은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리게 돼 있다.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선거 이전엔 통진당 존망의 판가름이 나리란 관측이다.  부정선거로 수세에 몰린 여권이 종북 딱지를 들이밀며 야권 전체를 싸잡아 공격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공작에 능한 여권이 또 한 번의 결정적인 물타기를 통해 부정선거의 수세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지방선거마저도 손아귀에 넣으려는 심산이다. 

 

때문에 대통령이 공석인 상황에서도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한 심의 의결을 급히 서둘렀을 게다.  그나 저나 박근혜정권 들어서며 남발되고 있는 '사상 초유'란 단어, 왠지 무리수들이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가는 상황으로 읽혀져 석연치 않은 느낌이다.  박근혜 대통령께선 이제 해외로 그만 돌아다니시고, 정치적 현안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고민해 봐야 할 시기인 듯싶다.  왜 주위에서 유신의 망령이 부활했다며 한탄하고 있는지, 그들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곱씹어 봐야 할 필요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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