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새마을운동 부활.. 어긋난 시대정신

새 날 2013. 10. 2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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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이란 말이 있다.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 공통되는 인간의 정신적 태도나 양식 또는 이념을 뜻한다.  70년대와 2013년의 시간적 간극은 강산을 네 번은 바꿀 만큼 어마어마한 것이다.  당연히 당시의 생활양식을 지배하는 시대정신과 현대를 관통해오는 그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새마을운동의 부활, 시대정신에 역행하다

 

70년대 우리의 생활상을 크게 바꿔놓은 물줄기가 하나 있다.  바로 새마을운동이다.  자조 자립 정신을 바탕으로 한 한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부터 비롯됐던 이 운동은 정부 주도의 근대화운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때문에 새마을운동은 당시 이를 직접 제창하고 전개한 박정희 대통령의 조국 근대화 정신의 소산으로서 우리의 경이적인 경제 발전의 기틀이 되었다는 평이 대세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경제발전에 목말라했던 당시 어려운 여건의 시대정신에 부합한 측면이 있다.  순전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말이다.

 

 

새마을운동이 첫 삽을 뜬 지 40여 년이 흘렀다.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이 선친 유업의 부활을 부르짖고 나섰다.  20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201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 "새마을운동은 우리 현대사를 바꿔놓은 정신혁명이다. 우리 국민의식을 변화시키며 나라를 새롭게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살려서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를 또다시 마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새마을운동을 다시 한 번 범국민 운동으로 승화시켜 국민들이 다시 한마음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해달라"며 사실상 새마을운동의 부활을 선포한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본질

 

박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안전행정부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힘을 실어주었다.  20일 전남 순천에서의 새마을지도자대회 후속 조치로 지방자치단체, 국제기구 등과 긴밀히 협력, 새마을운동의 지구촌 전파에 본격 나설 것이란다.  새마을운동의 세계화인 셈이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제2의 범국민운동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새마을운동중앙회와 같은 민간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란다.

 

ⓒ매일일보

 

그렇다면 새마을운동의 부활이 과연 작금의 시대정신과 부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내놓기 전에 우선 새마을운동의 본질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이 운동의 시발이 정부의 주도에 의해 이뤄졌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후엔 새마을협의회와 같은 민간에 의해 추진되는 듯한 모양새를 갖췄지만, 실상 관이 주도해 왔다고 봐야 맞겠다.

 

아울러 새마을운동이 벌어진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치 않을 수 없다.  이 운동이 본격 전개되기 시작한 당시는 1969년 3선개헌, 1971년 대통령선거와 비상사태선포, 그리고 1972년 유신헌법 통과와 같은 엄혹한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즉 박정희정권은 국민적 저항에 맞닥뜨리게 된 정치적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농민과 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관 주도의 새마을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결국 독재정권 유지의 도구로 이용된 셈이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공과는 여전히 논란거리임에 틀림 없다.  비단 새마을운동뿐이 아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 유업을 떠받들고 싶은 충정, 십분 이해된다.  하지만 선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개인적으로 간직해야 함이 옳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바와 같이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작금의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국론 분열시켜 놓고 범국민 의식운동 벌이겠다?

 

박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부활에 대한 의지 표명은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으려는 시도처럼 여겨진다.  정보화사회로 깊숙이 진입한 21세기, 관 주도의 대대적인 국민의식 변화운동이란 게 과연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다원화된 우리 사회에서 관 주도의 획일화된 의식을 국민들에게 불어넣는다면 어떤 효과가 나타나게 될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게 되진 않을까.  때문에 새마을운동의 부활이 선친의 유신정권 유지 수단의 쓰임새로 활용됐었다는 악몽이 다시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애매모호한 개념 때문에 여전히 혼란을 빚고 있는 국정의 핵심 키워드, 창조경제의 형태가 결국 새마을운동으로 귀결되는 셈인가?  가뜩이나 국가 재정의 부족으로 허덕이며 복지 정책마저 후퇴시키고 있는 마당에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니, 전 국민적 의식계몽과 같은 어줍잖은 사안에 대대적인 예산을 투입시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아울러 국정원과 국군을 동원한 조직적인 대선 개입에 대해선 은폐 엄폐로 일관하고 있고, 국민 대통합이란 화두를 꺼내들었던 선거운동 때와는 달리 국민 대분열로 치닫게 만든 행보를 보이면서 어떻게 새마을운동으로 전 국민을 한데 모아 범국민 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가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말만 되뇌이고 있다.

 

이쯤되면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커녕 불신만 가득해질 판이다.  불통과 독선에 사로잡힌 채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는 듯한 박 대통령의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 대한민국의 앞날을 더욱 불행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여 심히 우려된다.  박 대통령께선 지금이라도 당장 시대정신이란 단어의 참뜻을 되새겨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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