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일본 눈치보는 아이돌가수'에게 누가 돌을 던지랴

새 날 2013. 10.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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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로부터 본격 확산되기 시작했던 한류 열풍, 근자엔 K팝이 그 자리를 대신하며 한류 확산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의 전 세계 수출시장에서 그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K팝 열풍의 이면, 대중가요 편중 심화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이 전 지구적 현상으로 발현되다 보니 최근 중국과 동남아 그리고 남미 등 여타 국가로의 확산이 이뤄지며 시장 다변화에 비교적 성공을 거두게 되지만, 일본이란 시장은 앞서의 이유 때문에 우리에게 있어 여전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스포츠동아

 

한편 K팝의 본류라 할 수 있는 우리 대중가요의 현 주소는 어떤 모습일까?  예상했던 대로 특정 장르로의 쏠림 현상이 심각할 정도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었다.  

 

아이돌 음악의 비중이 8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대중음악사운드연구소와 함께 작성하여 15일 공개한 정책자료집 'K팝 특정 장르 편중 현황과 대책'에 따르면, 아이돌 음악은 K팝 시장에서 무려 82%나 차지하고 있었다.  팝(8%)과 OST(5%)가 그 뒤를 잇고 있으며, 힙합, 록, 포크 등의 장르는 고작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음악적 다양성 측면에서 볼 때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할 수 있다.  K팝의 세계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특정 분야로의 쏠림 현상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으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일본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미국이나 유럽권에선 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아이돌 음악만으로는 K팝 열풍을 확산시키는 데에 있어 결국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독도노래 거부한 아이돌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으랴

 

이런 상황에서 만약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거나 막 떠오르고 있는 아이돌 가수에게 일본의 정서에 반하는 활동을 요구할 경우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만한 소속사나 팀이 과연 존재할까?

 

이와 비슷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경상북도가 지난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동해의 보석'이란 제목의 독도노래를 제작한 바 있다.  노래를 통한 독도 영유권 강화와 홍보를 꾀해 도의 위상을 한껏 높여보려는 취지에서였다.  도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한창 인기 있는 아이돌 가수가 해당 노래를 부를 경우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 하에 이에 호응할 아이돌 가수를 수소문하였으나 최근까지 아무도 나서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유인즉슨 역사 인식과 독도 갈등 등에 의해 가뜩이나 소원해지고 멀어진 한일관계 속에서 독도노래를 부를 경우 아이돌 가수와 그의 소속사가 자칫 일본시장에 진출하는 데에 있어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엔터미디어

 

이들의 이러한 우려엔 충분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납득할 만한 이유는 있었다.  아이돌 가수가 해외에 진출하여 활동할 경우 국내 활동의 수입에 비해 3-4배나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해외로, 그중에서도 특히 일본으로 대거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일본내 K팝 관련 매출 점유율은 일본 전체 음악시장의 약 3%(1177억원), 2010년엔 6%(2222억원), 2011년엔 7.8%(2722억원)로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오리콘이 집계한 2011년도 가수별 매출 순위에서도 카라 4위(544억원), 소녀시대 5위(444억원), 동방신기가 9위(288억원)에 랭크되어 있다.  이쯤되면 일본 진출 아이돌 가수들을 걸어다니는 수출기업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애국심과 상업성, 양립할 수는 없는 걸까?

 

독도노래를 부르지 않노라며 애국심은 내팽개친 채 오로지 돈만 밝히는, 벌써부터 상업주의에 물든 속물들이라고 누가 감히 아이돌 가수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오히려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으니 애국자의 반열에 이들을 올려놓아야 걸맞는 게 아닐까?

 

2013 독도의 날 행사 포스터

 

경상북도의 업무 추진 방식에도 약간의 문제는 있어 보인다.  독도와 관련한 노래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으며, 또 많은 사람들에 의해 불리고 있다.  대표적인 노래로는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땅'을 꼽을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별도의 예산을 투입하면서까지 또 다른 캠페인송을 만든다는 건 조금은 억지스런 느낌마저 든다.  행정당국에 의해 만들어진 켐페인송, 왠지 시대착오적인 느낌이 드는 건 나뿐인 걸까?

 

게다가 이왕이면 노래를 제작하기 전 부를 가수를 사전 섭외해 놓고 일을 추진했더라면, 작금의 상황처럼 가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일 따위 없었을 테고, 또한 최악의 경우 노래에 걸맞는 적절한 가수를 구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되더라도 애초부터 노래를 만들지 않았으면 될 일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경상북도의 독도 사랑에 대한 선의의 노력이,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두거나 이미 일본에 진출해 있는 아이돌 가수들에게는, 일본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되어 손사래를 치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케 하는 것이 머릿속에선 차갑게 이해되지만, 마음 한 켠에선 애국심에 대한 일말의 재고도 없이 오로지 상업성만을 추구하는 세태가 조금은 씁쓸하게 와닿기도 한다. 

 

참고로 해당 독도노래는 현재 전영록과 정수라 등 중견 가수와 협의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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